● 한마디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남북단일팀의 신화. <코리아>는 이 영화 같은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주력한다. 긴장감 넘치는 탁구 장면을 비롯해, 우승을 차지하는 환희의 순간, 그리고 경기 후 남북한 선수들이 이별하는 모습까지 오롯이 담는다. 하지만 남북단일팀의 뒷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눈물어린 감동을 전해야 한다는 스포츠 영화 공식에 너무 의존한 것. 예상 가능한 이야기의 진행은 극적 재미를 떨어뜨린다. 더불어 관객과 함께 감동을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하는 순간, 먼저 울어버리는 영화 때문에 랠리를 이어가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21년 전 강한 스매싱처럼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명승부는 예측 가능한 공격 루트로 구성된 평범한 승부가 되어버렸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1991년 당시 세계 최강, 물론 지금도 최강인 중국의 탁구를 넘어서기 위해 남북한이 힘을 모았다. 현정화를 중심으로 한 남한팀과 리분희를 앞세운 북한팀이 태극기도, 북한기도 아닌 한반도기를 가슴에 품고 코리아란 단일팀으로 뭉쳤다. 녹색 테이블에서 작은 통일을 일궈낸 남북한이 중국을 넘고,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영화 <코리아>는 그날의 기억과 감동을 스크린에 재현한다. 또 영화적 상상력을 빌려 우리가 알지 못한 그날의 뒷이야기도 살려냈다. 선수들의 진한 땀 냄새가 스크린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풋풋한 멜로를 곁들인 남북의 선남선녀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이 선사한 감동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장치들이 다소 과했다. 극 중 등장하는 여러 차례의 ‘오그라드는’ 장면들은 감동을 방해했다. 또 실제 경기 내용까지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남북한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서 사상, 이념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감동적이었던 것은 서로의 이념적인 차이를 건드리면서도 그 안에서 서로 같은 사람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실화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코리아>는 그러한 이념적인 문제를 배제한 채 사람들의 이야기에 바로 집중한다. 왜 이들이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하나가 되고 46일 만에 이별해야 했는지에 대해 영화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 이유를 관객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의도일까. 마지막 엔딩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건 영화의 힘보다는 실화 자체의 힘이다. 많은 캐릭터가 영화를 산만하게 만드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배두나, 한예리의 연기가 눈에 띈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