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는 1992년 일본 버블 경제 붕괴 시대를 배경을 한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20년 전 일본이라는 시·공간의 거리감이 있지만, 당시 개인파산, 신용불량 등 일본의 사회적 문제는 오늘날 한국의 모습과 중첩된다. 이는 돈 때문에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선영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변영주 감독의 각색을 통해 원작과 달라진 점은 인물들의 활용법이다. 원작에서는 형사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세 인물이 구심점을 이뤄 사건의 비밀을 밝힌다.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점은 원작과 다른 재미다.
그 중 하나가 선영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는 점. 플래시백으로 밝혀지는 선영의 과거를 통해,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김민희는 사회적 약자로서 겪어야 하는 선영의 고통을 보여주며, 서서히 악인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특히 펜션 장면에서의 연기는 발군이다. 이선균과 조성하 또한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원작의 짜임새 있던 스릴러를 원했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연민,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인 공포는 단점을 메운다. 각색의 묘를 제대로 살렸다.
2012년 3월 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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