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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오락성 6 작품성 9 입체감 9)
휴고 | 2012년 3월 1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전체관람가다. 가족영화를 표방한다. 그림책을 원작으로 했다. 게다가 3D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 <휴고>를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이라 여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지 않다,에 한 표 던진다. 하지만 형식과 장르에서 느껴지는 첫인상과 달리 <휴고>는 사실 마틴 스코세지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는 자기반영적인 영화다. 소문난 영화광다운 면모에서부터 필름 복원에 대한 스콜세지의 관심사가 풍만하게 읽힌다.

부모 없는 하늘 아래, 휴고(아사 버터필드)는 외롭다. 파리역 시계탑에 숨어 사는 휴고의 유일한 친구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고장 난 로봇인형이다. 인형을 살려내고 싶다. 그러면 왠지 희망이 찾아올 것 같다. 인형을 고칠 부품이 필요하다. 휴고는 결국 조르주(벤 킹슬리) 할아버지의 장난감 가게에서 부품을 훔친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 했다. 조르주에게 들켜 인형 설계도가 그려진 수첩을 빼앗기고 만다. 마침 은인이 나타난다. 조르주의 양손녀 이자벨(클로이 모레츠)이다. 그녀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휴고는 조르주의 비밀에 다가서게 된다.

원작은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책 ‘위고 카브레의 발명품’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그림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찾고 싶다면, 휴고보다는 조르주 할아버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정확한 이름은 조르주 멜리에스. 그는 영화사에서 SF영화의 개척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오늘날 특수효과라 불리는 기교들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바로 그다. 영화는 ‘휴고의 모험’이란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영화가 진정으로 소개하고 있는 건 조르주 멜리에스와 초창기 영화들이다. 실제로 휴고에게서 시작한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집중한다. 휴고와 휴고의 아버지를 이어주는 비밀의 로봇인형도 결과적으로 멜리에스의 영화 인생을 드러내기 위한 맥거핀에 가깝다. 정리하자면 <휴고>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총동원해 과거 영화를 추억하는 가장 화려하고 값비싼 오마주인 셈이다.

약점이라면, 영화가 오마주하고 있는 대상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어필할 만큼 파급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조르주 멜리에스가 누구인지. 그가 만든 <달나라 여행>이 영화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무성영화 태동기의 상황이 어땠는지. 이런 것들이 낯설고 흥미 없는 관객들에게 <휴고>의 감흥은 반쪽 자리일 공산이 크다. 무성영화 제작과정 간접체험에 대한 즐거움도, 영화학도나 영화인들에게 유리한 지점들이다. 그러나 어떤 영화평론가가 <휴고>를 통해 지적 허영을 과시한다 해도 그리 기죽을 필요는 없다. ‘영화에 대한 헌사’, ‘기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영화 전체가 그리는 이야기는 지극히 전형적인 축에 속하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전반 휴고의 이야기와 후반 조르주 멜리에스 이야기 사이의 급격한 분위기 전환도 맥이 조금 빠지는 부분이다. 모든 게, 무조건적으로 추앙받아야 할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휴고>에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아카데미 기술상 5관왕이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는 최고 수준이다. <휴고>는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영화다. 3D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3D를 시각적 향락 도구가 아닌 스토리를 위한 생산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게, 최초의 영화 <기차의 도착>이 상영되는 장면이다.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기차에게서 관객이 느꼈을 3D적 충격을 영화는 3D로 고스란히 살려낸다. 3D적 체험을 실제 3D로 구현해내는 발상이 이보다 절묘할 수 없다.

일흔에 접어든 마틴 스콜세지는 변화하는 영화 환경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영화적 영토를 확장해가며 자신의 영화적 샘물이 여전히 넘쳐나고 있음을 과시한다. 경력에 안주하지 않는 그의 도전에 존경을 보낸다. 마틴 스콜세지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 3월 1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마틴 스콜세지가 카메오 출연합니다. 찾아보시고, 댓글을! 당첨자에겐…(뭘?)
-3D 효과 최고입디다. 꼭 3D로 보시길.
-영화학도들, 그대들이 꿈꾸는 영화가 여기에.
-가족영화를 기대하신다고요? No! No! No!
-스펙터클한 모험을 기대하신다고요? No! No! No!
5 )
yuka1024
이런 글들을 읽고 예습을 하고 봐서 조르주 멜리아스와 초창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위 글대로 급격히 포커싱이 옮겨지고 내용 자체가 너무 전형적이라 조금 산만한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네요. 차라리 조르주 멜리아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있다면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영화 소재는 신선하고 좋았지만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데 왜 작품성을 9점이나 주셨는 지 모르겠네요.   
2012-03-15 18:03
cipul3049
 감독이 훌륭하게 자신이 주장하는 메세지를 잘 전달해주웠습니다.
 빵 터지는 재미가 없어도,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할 영화입니다.   
2012-03-04 10:21
chorok57
진짜 최고의 3D영화 중 하나인듯 합니다. 자세히는 몰랐던 영화의 시초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스크린으로 만날줄이야. 기차의 도착이나 달나라 여행을 3D로 보니 정말 감흥이 남다르더군요. 근데 가족영화로 홍보해서인지 극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지루한 스토리라 그런지 떠들거나 징징대는 몇몇 아이들 때문에 조금은 감상에 방해가 되더군요.(물론 홍보에 낚인거라 생각되어 아이들이 싫다거나 완전 거슬리거나 이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스크린 내리기전에 3D로 한번 더 볼려고 평일에 다시 관람할 예정입니다. 아직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은 주말보단 평일에 보는걸 추천합니다.   
2012-03-04 03:57
cdhunter
영화의 시초를 배운 기억이 있어서 <휴고>라는 영화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꿈을 갖고 있거나 간직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욱 감동적일 것입니다.
3D효과도 기존의 상업영화들이 보여주는 입체감(튀어나오는 느낌 강조)보다
스토리에 깊이 빠질 수 있는 느낌을 주고(그렇다고 입체감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절박할 때 나오는 대사들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더군요.(이건 영화광 뿐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공감이 됐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극중 사진기사로 잠깐 나오는데
마치 자신의 모습을 찍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일반인들에겐 심심하게만 느껴지는 건 아닙니다.
신예 아사 버터필드와 떠오르는 스타 클로이 모레츠의 매력.
그리고 프랑스의 멋진 풍경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것 같았습니다.   
2012-03-02 14:34
cjwook
대중성인 떨어지는 작품이어서 그런지 교차상영은 커녕 상영관 찾기도 어렵네요.
서부산 지역 40여개 스크린중에 한곳도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없어서 흥행이 잘
되어서 개봉관수가 늘어나지 않는이상 보기가 어려울 듯 하네요.
1시간 이상 거리에 상영관이 있는데 거기도 공휴일인 오늘은 러브픽션을 상영하고 내일
평일에 휴고를 개봉하는 극장도 있네요.   
2012-03-0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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