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그다지 특수할 게 없다. 머리보다 발을 믿는 성범과, 수사는 과학임을 주장하는 김호룡. 스타일 다른 두 남자의 어색한 만남은 한국영화 <투캅스>를 비롯, 할리우드의 <리셀웨폰> 홍콩의 <첩혈가두> 등 시공간을 초월하며 이어져 온 조합이다. 사건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의문의 실체도 예상을 크게 빗겨가지 않는다. 반전의 반전을 꼬아놓은 전략이 오히려 정작 중요한 순간의 쾌감을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이 정도의 내러티브라면, <특수본> 만의 특수한 정체성을 확보했다 말하기 부족하다.
하지만 <특수본>에는 관객의 흥을 잡아끄는 리듬이 있다. 엄청나게 찍어 낸 촬영분량과 그것을 잘게 쪼갠 빠른 편집 덕이다. 그것에서 <본> 시리즈의 냄새가 나고, <춤추는 대수사선>의 그림자가 감지되고, <24시>의 영향도 느껴지지만, 독창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비판할 건 아니다. 문법을 알면서도 따라가지 못하는 영화들에 비하면, <특수본>에는 ‘봉고차 결투씬’과 같이 공간을 최대한 응용한 인상적인 장면도 많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주·조연들의 호흡도 잘 살았다. ‘엄태웅-주원’이 만들어가는 버디무비 특유의 감흥은 약하지만, 이러한 약점을 ‘엄태웅-성동일’과 ‘성동일-김정태’ 사이에서 비집고 나오는 긴장감이 메운다.
결과적으로 <특수본>은 철저하게 대중적인 문법으로, 대중의 시선에 맞춰, 대중적인 배우를 기용해, 대중적인 재미를 노려 만든 대중영화다. 대중적인 흥행? 그 역시 노려볼만 하다. 다만, 그것이 너무나 대중적으로 전형적인 탓에 그 폭발력에 한계는 있어 보인다.
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