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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즐겨찾기 하게 될 걸? <특수본> 주원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드라마 촬영에, 영화 홍보까지 요즘 많이 바쁜 것 같아요.
네. 오늘은 <섹션 TV 연예 통신> 방송 인터뷰가 있었어요. 강원도 철원에서 촬영했는데, 찍고 여기로 바로 왔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한다’고 하셨는데, 최근에는 두 가지를 넘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적응이 되고 있나요?
이젠, 당연하게 된 것 같아요. 전보다는 적응이 됐어요. 하지만, 힘든 건 여전해요. 다른 일을 할 땐, 속으로 ‘빨리 대본 봐야 하는데’ 그래요.(웃음) 적응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당신을 처음 봤어요.
아, 진짜요? (잠시 침묵) 제 엉덩이를 보셨군요! 하하.(극 중 엉덩이 노출 장면이 있다.)

-하하. 네, 제가 주원 엉덩이를 본 여자 중 한 명이네요. 그때가 2009년이었는데, 살짝 통통했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은 살이 많이 빠졌어요. 20킬로 가까이 빠졌죠. 그때는 일부러 찌운 거예요 뮤지컬 대표님이 약간 살이 있는 멜키어를 원하셨어요. 다듬어 지지 않은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 하셨거든요. 그래서 매일 저녁 햄버거도 먹고 라면도 먹으면서 방치했는데, 그렇게까지 몸이 불었는지 몰랐어요.(웃음) 먹을 땐 행복했는데, 끝나고 살을 빼야 했죠.

-살 빼는 건, 안 어렵던가요?
살 빼는 것도 하다보면, 요령이 붙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이제는 쉬워요.

-고백하자면, 보기 전에는 ‘주원의 멜키어’에 대해서 약간 불신의 있었어요. 김무열이 멜키어를 워낙 훌륭하게 소화한 터라, ‘과연 다음 배우가 김무열만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당시 그런 생각은,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했을 거라고 봐요.
그땐 정말 미친 듯이 했어요. 일 년 동안 하루도 안 빼고, 대본을 두 번씩 봤어요. 공연장 가서 보고, 공연 끝나고 나서 보고. 그게 어쩌면 문제였을 수도 있어요. 조금 떨어져서 보면 새로운 게 보일 수 있는데, 너무 대본에 집착하지 않았나 싶은 거죠. 그런데 그때는 관객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무열이 형에게 바통터치를 하는 거였기에 부담도 있었고요.
-원래, 언더스터디(주연 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신 배역을 맡는 배우)였어요. 주인공 김무열이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정식으로 멜키어 자리에 올랐는데, 오랜 시간 묵묵히 실력을 닦지 않았다면 오지 않을 기회였을 거예요.
무열이 형이 멜키어를 할 때, 공연에 서지는 못했지만 배우들 중에 항상 제일 먼저 나갔어요. 나가서 몸 풀고, 대본 보고 있으면 형들이 와요. 형들이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면, 공연 보고. 무열이 형이 100회 공연을 했는데, 그 중에 80회 이상을 봤을 거예요. 시험 기간 때나 피치 못할 일이 생길 때만 빼고요. 그렇게 매일 나가다 보니, 형들이 “너, 왜 그렇게 열심히 나오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그렇게까지 안 나가도 되는 거였거든요.

-어떤 마음이었던 거예요?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간절함? 아니면, 어떤 승부욕?
그 무대가 너무 탐났어요. 무열이형 뿐 아니라, 무대 위에 선 배우들을 보면 너무 멋져 보이는 거예요. 그런 무대에 너무 서고 싶었어요. 또 극 자체도 제가 너무 좋아하던 작품이라, 욕심이 더 났던 것 같아요.

-팬들에게 실망 안 시키고 잘 한 것 같아요?
아니요. 실망 많이 시켰죠. 제가 참, 완벽하지 못해요.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리고 그 작품이 지금의 저를 이렇게 만들어 줬고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주원을 보면서, ‘아, 저 배우를 앞으로 볼 날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요. 2년 가까이 지났는데,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 주연을 모두 맡았어요. 이런 빠른 속도를 체감하시나요?
느끼죠. 굉장히 빠르다는 걸. 운이 정말 좋았구나,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항상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요. 지금 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오고 영화 주연을 맡고 잘 되고 있지만, 언젠가 제가 나오는 드라마가 인기가 없을 수도 있고 영화에서 저를 안 찾을 수도 있잖아요? 그때를 대비하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고 해요. 그렇게 하는 게, 미래의 나를 위해 좋은 것 같아요.

-혹시 행복이 오면 그 순간을 즐기는 스타일인가요, 아니면 행복이 끝날 걸 미리부터 걱정하는 스타일이세요?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사실, ‘행복’의 정의를 못 내리겠어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예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 ‘허함’이 있었어요.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이 ‘허함’의 정체는 뭘까. 돈? 돈 문제인가? 지금 내 수중에 많지는 않지만, 돈이 있는데도 이런 ‘허함’을 느끼니 돈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람인가? 사람에게 잘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행복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행복한데, ‘허함’이 있다는 거. 어떤 걸로 채웠을 때 행복할까, 하는 거. 그런 궁금증이 있어요.
-굉장히 노력하는 스타일이신데, 노력하면 목표에 잘 닿는 편인가요?
닿을 수 있다고 믿어요. 이건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저는 열심히 하지 않은 적은 없어요. <특수본> 언론시사회 때 큰 스크린에 내 이름이 뜨는데, ‘고등학교 때 연기를 시작해서 여기까지 이렇게 잘 왔구나, 잘 버텼구나’하는 생각에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모든 휴일을 반납하고 연기를 했거든요.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잘 되지 않겠어?’라는 희망을 가지고 했는데, 지금 어느 정도 와 있는 걸 보면,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바르게 자란 것 같아요. 착한 아들이었을 것 같고요.
부모님 말씀 참 잘 들어요.(웃음)

-혹시, 크면서 일탈 해 본 적은 없어요?
딱히 없어요. 가출해 본 적도 없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걸, 어떤 사람들은 ‘마마보이’라고 하는데 저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게 오히려 효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부모님 말씀 중에 틀린 게 없거든요. 제 일탈이라면, (계원)예고에 가겠다고 한 거? 그 때 부모님이 많이 놀라셨죠. 어느 부모나 마음은 비슷하잖아요. 당신의 자식이 평범한 길을 갔으면 좋겠고, 안정된 직장을 얻었으면 좋겠고. 그런데 예고를 가겠다고 하니까, “그건 생각 해 봐야 겠다”고 하셔셔 기다렸어요. “저는 라면만 먹고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득하면서요.(웃음)

-‘배우가 폭 넓은 연기를 하려면, 일탈도 해 보고 많은 경험을 쌓아 봐야 한다’고 하시는 분도 계세요. 특히 선배 배우들이 후배 배우들에게 이런 얘길 종종 한다고 들었는데, 주원은 일탈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그런 게 없나요
있죠. 저도 일탈을 가끔 꿈꿔요. 그런데 성격상 안 돼요. 제가 술을 못 마시는데, 술 마시면 또 자요. 오히려 얌전해지는 스타일이라, 술 마신다고 해도 사고 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사실 크게 문제 될 일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남자 배우로서 어떤 경험을 쌓는다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홀로 여행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술 마시고 길에서 자는 거? 가끔 해 보고 싶긴 한데, 막상 하려고 해도 못할 거예요. 자다가 추워서 깰 것 같거든요.(웃음) 잠 잘 때 제가 예민한 편이라, 그런 곳에서는 결코 자지 못할 거예요.

-잠잘 때 예민하다함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가요?
잔소리에도 깨고, 냄새에도 깨요. 모기 한 마리가 있어도 못 자고요. 그래서 잘 때는 시계도 다 꺼놓고, 핸드폰도 무음으로 해 놔요.

-촬영을 하다 보면, 스태프들이나 배우들과 엉켜서 자야 할 때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스태프들이 저보고 그래요. “왜, 그렇게 잠이 없냐!”고. 그런 곳에 가면, 거의 안자요. 대신, 괜히 자는 우리 동생들(스태프) 깨우곤 그러죠. “일어나, 일어나” 툭툭 건드리면서. 얼마 전에는 네임팬으로 자고 있는, (코디네이터를 가리키며)저 친구 얼굴도 찍었어요.(웃음)
-(웃음) 잠 말고도 예민한 게, 있나요?
많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표현하지는 않아요. 제 속에서만 예민할 뿐인데, 요즘은 아무래도 연기적인 부분에서 예민하죠. 아! 사랑을 못 받을 때도 예민해져요.

-아니, 이렇게 사랑 받으시는데, 무슨 말씀을요! 홍보팀에게 이 정도로 사랑받는 배우는 드물어요.(실제로, 이 날 주원을 향한 홍보팀의 사랑이 상당했다.)
사랑을 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잖아요. 저는 그게 특히 심해요. 항상 사랑 받길 원해요. 그리고 저도 사랑을 많이 주고요. 사랑을 많이 주기 때문에, 준만큼 저에게 안 주는 사람을 싫어해요.(웃음) 물론, 받을 걸 원하면서 주는 건 아니지만, 괜히 그런 거에 예민해요.

-<제빵왕 김탁구>에서 구마준 캐릭터를 연기할 때, 마음에 응어리가 컸겠네요. 존경하는 아버지(전광렬)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큰 사랑을 탁구에게 뺐기고 그랬잖아요.(웃음)
아우~ 맞아요! 하하하. 그때는 진짜! 진심으로 눈물이 막 났어요. 정광렬 우리 아버지한테, 그랬어요. “너무 서운하다”고 말이에요.(웃음). (살짝 흥분된 목소리로)아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거야~ 탁구라는 애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아버지가 그 아이를 좋아하고! 덕분에, 마준이에게 더 집중할 수는 있었지만, 그때는 정말 외로웠어요.

-<특수본>에서 당신이 분한 FBI 출신의 범죄심리학 박사 김호룡의 경우, 본인을 사랑해줄 아버지를 아예 잃은 캐릭터에요. 어떻게 보면 호룡은 <특수본> 캐릭터 중에서 전사가 가장 뚜렷한 인물이예요. 그런데, 이런 캐릭터일수록 장단점이 강해요. 캐릭터를 잡는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워 보일수도 있거든요.
맞아요. 확실한 게 오히려 어렵다고, 캐릭터를 잡는데 고심을 많이 했어요. 호룡은 굉장히 무뚝뚝한 친구에요. 감정표현을 거의 안 하잖아요? 화난다고 해서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고, 슬프다고 우는 것도 아니고. 애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 조차도 가늠해야 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그런 걸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작품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에 한계도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이 힘들기도 했고요.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어차피 <특수본>은 (엄)태웅이 형의 시선에서 관객들이 따라가는 영화잖아요. 제 욕심에서는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맡은 범죄심리학 박사로서의 캐릭터 묘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보다보니 차별화된 게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수사 과정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1, 2단계는 건너뛰고 3단계부터 얘기해요. 그런데 범죄수사관은 다 아는 내용이라도 1단계부터 얘기해요. 그네들의 수사 규칙이 그래요. 그걸 감독님께 제안 했을 때, 태웅 형은 “범죄분석가를 데리고 왔는데, 왜 우리가 다 아는 얘기만 하고 있냐”그러는데, 그건 범죄수사관으로서의 규칙이거든요. 그런 걸 제안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갔어요. 관련 영상도 보고, 행동심리에 관련된 책도 보면서, 팔을 벌려서 짚거나, 다리를 꼬는 사소한 행동들이 어떤 심리를 표현하는 것인지를 캐릭터에 반영하려고 했고요.
-행동심리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 주자면요?
(테이블 위에 있는 녹음기를 들며)만약, 누군가가 여기에 있는 녹음기를 훔쳐갔다고 쳐요. 그랬을 때, 사람들이 ‘녹음을 하고 싶어서, 훔쳤을 것이다’ 혹은, ‘녹음 안의 파일을 듣고 싶어서 훔쳤을 것이다’, 이런 뻔한 두 가지 생각을 한다면, 범죄심리학자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 어떤 상상을 했냐면요, 왜 처음에 경찰이 죽고 나서, 그 죽음이 신문 기사로 크게 보도 되잖아요. 형사 과장이 “신문에 누가 기사 냈냐?”고 형사들에게 윽박지르는데, 저는 그 기사를 호룡이 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이슈화가 돼야 FBI에서 연수받고 온 사람이 특수수사본부에 들어가는 정당성이 생기기 때문에, 내가 들어가기 위해서 일부러 기사를 냈다고 설정한 거죠.

-굉장히 디테일하게 생각을 하셨네요? 매 작품마다,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하나요?
제가 100% 그 인물이 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정당성을 만들려고 해요. 그래야 연기가 조금 더 수월해져요.

-노력한 만큼 기대도 컸을 텐데,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기대만큼 만족스럽던가요?
굉장히 아쉬웠어요. 영화가 아쉬웠다는 게 아니라, 제가요. 제가 아직 시선이 넓지 못해요. 영화 전체를 못 봐요. 그래서 처음 내 이름이 나왔을 땐 굉장히 벅차고 좋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연기에 대해 아쉬운 것만 자꾸 보이는 거예요. 그때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이런 제안을 하면서 바꿔 볼 생각은 왜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오더라고요. 후회는 안 해요.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부분만큼은 칭찬해 주고 싶다, 하는 게 있지 않나요?
없어요. 굳이 찾자면, 마무리를 잘 했다는 거? (잠시 생각하다가) 아! 한 가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정말 많이 배웠다는 거. 선배들이 직접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보면서 배운 게 많아요. 보면서 못 배우는 사람도 아마 많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선배들이 하는걸 보면서 배우려고 했고, 또 그걸 보면서 일일이 체크도 해 뒀어요.

-구체적으로 선배들의 어떤 부분을 보고 체크해 둔 건지, 말해 줄래요?
태웅이 형은 자신의 단점을 굉장히 솔직하게 털어놔요. 촬영하다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이 있으면 “나, 이거 모르겠어”라고 말해요. 사실 후배 앞에서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서,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게끔 해요. 엄청 현명한 거예요. 어쩌면 당연한 거고요. 영화라는 건, 공동 작업이잖아요. 부족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그걸 하나의 완성작으로 만들어가는 건데, 모든 걸 아는 척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걸 보면서, ‘저 방법도 참 좋다’고 느꼈어요. 성동일 선배나 (김)정태 형의 경우에는 단합을 굉장히 중요시 여겨요. ‘나랑 같이 일하는 배우가 편해야, 내 연기도 편하게 나온다’고 생각하는 형들이에요. 그래서 후배들 리드를 굉장히 잘 해 줘요. 술자리도 잘 가지시고요. 정진영 선배님은 굉장히 디테일하세요. 다음 날 찍을 걸, 콘티 옆에 쫙 적어서 오시는데, ‘이 인물은 이런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런 말은 하지 않을 거고, 다음 신이 어떻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이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극의 전과 후를 꼼꼼하게 생각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그래, 자기 씬을 찍으려면, 저 정도 준비는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죠. 이번 작품은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여기를 봐도 배울게 있고, 저기를 봐도 배울게 있고. 그런 걸 보면서 내 스스로가 뭔가를 느꼈다는 거? 그 정도는 칭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느낀 것들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하고 있나요?
오~ 수도 없이 하고 있어요. <오작교 형제들> 촬영 때, 감독님에게 일부러 가서 내 의견도 제시하고 주장도 하고 그래요. 그러니까 <특수본>을 하면서 ‘감독님과 배우는 이런 얘길 하는 구나’, ‘이 정도 얘기는 해도 되는 구나’ 그런 걸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오작교 형제들> 감독님과 얘기도 많이 하고, 내 의견도 주장하고 그러는데 굉장히, 신나요.

-감독님에게 피드백이 오니까 더더욱 신나겠네요.
맞아요, 맞아요!

-(그 때 저녁을 못 먹은 주원에게, 매니저가 음식 메뉴판을 건넨다. 매니저와 대화하는 주원의 말투에 애교가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흐른다) 아니~ 애교가 왜 이렇게 많으세요?
매니저: 주원이 원래 이래요. 집에서 막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애교 때문에 현장에서 누나나 형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요.

-동생들에게도 많은 사랑, 받으시죠?
동생들에게는 사랑 못 받아요. 제가 위치에 따라 많이 달라져요. 형이나 누나들 앞에서는 애교를 잘 떠는데, 동생들에게는 어른인 척 하거든요.

-나이 많은 분들 앞에서 일부러 의젓해 보이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주원은 안 그런가 봐요?
저는 그러지 않아요. 그분들이 보기에 얼마나 가소로워 보이겠어요.(웃음) 후배들 앞에서 엄격해 지는 건, 뭔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그래요. 그래서 <오작교 형제들>에 함께 출연 중인 유이가 굉장히 놀라요. 유이랑은 원래 학교 선후배 사이인데, 제가 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대학 때도 그렇고 후배들을 시키는 입장이었거든요. 청소도 시키고, 사건이 터지면 모아서 혼내기도 하고. 그런 입장이어서, 유이가 처음에는 저를 굉장히 무서워했어요. 그랬는데 지금 현장에서는 제가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놀라더라고요. 제가 선배님들을 대하는 걸 보고, “나는 오빠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그래요.

-무서운 선배셨군요.
괜히 혼내고 그런 건 아니고요. 기본적인 걸 안 지켰을 때, 무서워져요. 8시가 집합 시간이라면, 저는 7시 30분에 도착해 있거든요. “내가 8시에 불렀으면 8시까지 와야지!” 하면서 지각한 애들은 운동장 돌리고 그러죠. 그런데 제가 안 지키면서 그런 말을 하진 않아요.
-머리스타일에 따라 얼굴 느낌이 굉장히 달라 보여요. 선한 이미지와 악한 이미지 모두를 소화 할 수 있는 얼굴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앞머리를 올렸어요.(웃음) 머리가 굉장히 파격적이었나 봐요. 많은 분들이 패셔니스타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보이려고 한 건 아니고요, 캐릭터를 위해서 차갑고 도시적인 느낌이 필요했어요. “저 사람, 머리가 왜 저래?” 이래서라도 못 다가갈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위해서 머리를 올렸어요.

-거울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요?
음 … 살을 더 빼야 겠다?(웃음)

-연예인 망언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아니, 뺄 살이 어디에!
최근에 누군가 물었어요. “거울을 보면 잘 생긴 걸 느끼냐”고요. 못생긴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저도 사람이거든요. 못생겨 보일 때가 굉장히 많아요. 집에서는 머리 안 감고 있을 때도 많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얼굴이 땡땡 부어서 “얼굴이 왜 이래!” 놀랄 때도 많아요. 그런데 직업병이 있어서 그런지,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에 있나 봐요. 얼굴이 땡땡 부어있으면, 어떻게든 괜찮게 보이는 각도를 찾아요. 그래야, 조금 안심이 되더라고요.

-아까 메뉴 고르는 걸 보면서, 입맛이 까다롭지 않을까 유추해 봤어요.
다 먹긴 하는데, 이왕이면 맛있는 걸 먹자는 주의에요. 그래서 촬영할 때도 맛 집 찾아다니고 그래요. 느끼한 건 잘, 못 먹어요. 케이크의 경우, 티라미슈 같은 건 좋아하는데 크림이 잔뜩 든 건 싫어해요.

-좋아하는 음식은 뭐예요?
소시지, 햄…? 하하. 입맛이 이래요. 아직, 야채 맛 잘 모르겠고, 몸에 좋은 거 모르겠고. 그러니까 달고 매콤한 거, 새콤달콤한 걸 좋아해요. 애들 입맛인 거죠.

-막내라고 하셨는데, 형제가 어떻게 돼요?
형 있어요. 형에게도 완전 애예요. 다섯 살 나이 차이가 나기도 해서, 형이 저를 굉장히 아껴줘요. 저만 보면 툭툭 건드리고 싶대요. 밤톨 같다고.(웃음) 형이 얼마 전에 결혼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형제였어요. 너무 친했어요. 둘이 있으면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배꼽 잡고 웃을 일이 많았죠.

-사랑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셨어요. 원하는 것도 성취하면서 달려왔고요. 그래서 문득 궁금해져요. 주원이 살면서 실패했던 경험, 아팠던 경험은 없었을까. 허함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쩌면 ‘원하는 것들이 모두 충족되는데서 오는 허함’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분들에 비해 큰 아픔을 겪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풍족하진 않았지만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부모님 사랑도 충분히 받았고요.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분들의 아픔만큼은 아니겠지만, 저 나름대로는 낮은 자세에서 하나하나 이뤄 나가려고 노력했어요. 그 속에서의 아픔도 느껴보려 했고요.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보니까, 예고 등록금이 너무 비싸더라고요. 일반 인문계 학교 등록금이 40만원이었다면, 제가 간 예고는 100만원이었거든요. 부모님이 내주실 수 있었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학교 극장장을 맡았어요. 조명, 음향, 세트 제작 등 극장의 모든 걸 책임지는 걸 일부러 해서 장학금을 받은 거예요. 대학 등록금도 부모님이 주실 수 있었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았어요. 용돈도 일부러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고요. 물론, 누군가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벌어야 했던 건 아니지만, 스스로는 노력하며 살았다고 생각해요.
-와~ 부모님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들이네요.
그런데, 저는 되게 사소한 거에 상처를 많이 받아요. 지나가는 ‘말 한마디’ 같은 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제가 사랑을 많이 주고, 주는 만큼 갈구도 많이 해요.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에 상처도 잘 받는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을 알기에, 스스로는 타인에게 상처를 안 주려고 하겠네요?
네. 상처 주는 거, 너무 싫어요. 그게 제일 싫은 것 같아요. 상처를 줬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어떻게든 풀어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됐나?” 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혀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고 말거든요.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길 경우, 어떻게든 사과를 하려고 하죠.

-뮤지컬 팬들의 경우, 좋아하는 배우에 대한 지조(?)라고 할까요? 한 번 좋아한 배우는 오랫동안 좋아하는 특징이 있는데, 당신에게도 뮤지컬로 얻은 팬들이 많죠?
네. 아직도 있고, 아직도 가장 적극적이세요. 시사회 하면, 항상 응원하러 와 계시죠. 너무 감사해요. 제가 스무 살 때 데뷔했으니까, 벌써 5년이나 지났거든요. 저의 처음 모습을 알고 계시는 그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스물다섯. 20대의 딱 절반을 지나고 있어요.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어요?
아직 애죠. 배울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고, 욕심도 많은 나이. 부족함을 아는 나이예요. 저는 제가 뭔가를 특별히 잘 해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생각 안 해요. 뭘 해도 부족한데, 그 과정 속에서 그 부족함을 얼마나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저의 부족함을 알아야 하는 나이인 거죠. 그러니까, 잘 됐다고 해서 거만해선 안 되는 나이. 자기의 부족함을 알아야 하는 나이가 스물다섯 같아요.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7 )
wldus712
특수본에서 주원의 머리 스타일을 잊을 수 없어요ㅋㅋ 아무나 소화못하는 스톼일~   
2011-12-06 14:03
pppqqq88
너무 좋아요 > <   
2011-12-01 11:30
yjyj3535
뮤지컬 할때부터 눈여겨 봤었는데..역시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빛을 발휘하네요!^^   
2011-11-30 17:05
ohssine
이미 폰에 깔아놨다는!!   
2011-11-29 15:03
jini838
눈빛이 참 순수하고 슬픈...ㅠㅠㅠㅠ잘생겼네
맘도 착하고 효자에다가 키도 훤칠하고....원빈 강동원처럼 흥하길ㅎㅎ   
2011-11-26 09:58
ehwlsdl2
태조야!!!!! 제빵왕 김탁구때부터 팬이 됬는데 그후 주말드라마 ㅎㅎ영화까지 어떤 역이든 잘 소화해내시는거 같아요 영화 꼭 보고싶네요 정말 넘 매력적이야~   
2011-11-25 17:46
seon48
아~ 이 남자 넘 보면볼수록 매력이네요..보고싶은 영화..   
2011-11-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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