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즈>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사랑에 울고 웃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지형도 자체는 미스터리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용기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영화는 미스터리 구조가 강한 원작 <운명이 아닌 사람>에다 멜로 라인을 접합했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배신감을 안겨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동일한 장르 영화와는 차별성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에서 다섯 명의 배우들은 사이좋게 각자의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영화의 첫 테이프는 억세게 운 없는 남자 윤석이 끊는다. 그는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애연과 함께 우연이 모여 필연이 되고, 그것이 인연으로 발전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작 첫 번째 에피소드는 영화의 애피타이저다. 본 음식은 복남의 내레이션으로 포문을 여는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다. 그 때부터 복남이 나리를 찾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나리는 왜 윤석과 이별을 했는지, 병찬은 어떻게 해서 나리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는지에 대한 속사정이 밝혀진다.
감독은 하루에 벌어진 일들을 주인공들 각각의 시점을 통해 보여주고, 숨겨졌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의 흡입력을 극대화 시킨다. 형식 자체는 신선하지만 계속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점은 고루함을 비켜나가지 못한다. 이런 점을 보완하는 건 배우들의 힘. 김주혁과 이윤지는 사랑을 만들어가는 애틋함을, 오정세와 이시영은 돈 때문에 얽히고설키는 상황극의 코믹함을, 공형진은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적 사랑을 보여준다.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맞물리면서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2011년 11월 2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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