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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에 따른 마음의 빚 (오락성 7 작품성 7)
언피니시드 | 2011년 10월 6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1997년 이스라엘. 레이첼(헬렌 미렌)과 그녀의 남편 스테판은 자신들의 젊은 시절 활약상을 담은 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요원이었던 두 사람은 나치 전범 보겔 박사를 암살한 공로로 30년간 국민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이다. 기뻐해야 할 기념회 자리. 하지만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인다. 그 불편함에 숨은 사연은 책의 배경이 되는 1965년 동베를린으로 옮기면서 하나 둘 밝혀진다. 그 곳엔 젊은 레이첼(제시카 차스타인)과 스테판, 그리고 또 한명의 모사드 요원 데이빗(샘 워싱턴)이 있다. 보겔 박사를 이스라엘로 빼돌리기 위해 잠입한 세 사람은 보겔을 납치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들의 작전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난다.

<언피니시드>는 이스라엘 영화 <Ha-Hov>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65년과 1997년 두 시대를 넘나드는 이 영화의 원제는 <The Debt>, ‘부채’다. 잦은 플래시백을 통해 조금씩 정보를 흘리는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인 첩보물의 한 형태다. 하지만 영화는 액션보다, 인물의 심리 묘사에 방점을 찍는다. 이 영화가 풍부해지는 것도 이 지점에서다. 레이첼과 스테판, 데이빗은 ‘개인의 욕망’과 ‘민족의 욕망’, 그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한다. 그들에게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 믿게 하는 민족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선택에 기꺼이 동참하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욕망이다. 민족을 위한 선택이 낳은 죄책감은 궁색하게나마 변명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개인의 욕망에서 기인한 죄의식은 도망 갈 구멍이 없다. 30년간 레이첼의 발목을 잡는 건, 개인의 욕망이 낳은 죄의식이다. <언피니시드>는 무임승차에는 부채가 뒤따름을 말한다. 탄탄한 스토리에서부터, 지능적인 편집과 명확한 주제의식까지, 이 정도면 ‘웰메이드 심리 스릴러’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레이첼 역을 위해 이스라엘에 실제로 몇 달간 머물렀다는 헬렌 미렌의 연기는 두말 할 것 없다. 그녀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제시카 차스타인 역시 놓칠 수 없다. 할리우드에 놀라운 신예가 등장했다고 하더니, 그 찬사가 거짓이 아니다.(그녀는 <헬프> <트리 오브 라이프>에 연달아 출연하며 주목받고 있다.) <킥애스: 영웅의 탄생>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감독 매튜 본 각본,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존 매든 연출이다.

2011년 10월 6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복고풍의 첩보물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마시라. 오랜만에 복고 분위기 솔솔
-플래시백이 잘 사용된, 예. 호기심을 적절히 유발한다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거짓말 밥 먹듯 하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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