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피니시드>는 이스라엘 영화 <Ha-Hov>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65년과 1997년 두 시대를 넘나드는 이 영화의 원제는 <The Debt>, ‘부채’다. 잦은 플래시백을 통해 조금씩 정보를 흘리는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인 첩보물의 한 형태다. 하지만 영화는 액션보다, 인물의 심리 묘사에 방점을 찍는다. 이 영화가 풍부해지는 것도 이 지점에서다. 레이첼과 스테판, 데이빗은 ‘개인의 욕망’과 ‘민족의 욕망’, 그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한다. 그들에게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 믿게 하는 민족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선택에 기꺼이 동참하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욕망이다. 민족을 위한 선택이 낳은 죄책감은 궁색하게나마 변명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개인의 욕망에서 기인한 죄의식은 도망 갈 구멍이 없다. 30년간 레이첼의 발목을 잡는 건, 개인의 욕망이 낳은 죄의식이다. <언피니시드>는 무임승차에는 부채가 뒤따름을 말한다. 탄탄한 스토리에서부터, 지능적인 편집과 명확한 주제의식까지, 이 정도면 ‘웰메이드 심리 스릴러’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레이첼 역을 위해 이스라엘에 실제로 몇 달간 머물렀다는 헬렌 미렌의 연기는 두말 할 것 없다. 그녀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제시카 차스타인 역시 놓칠 수 없다. 할리우드에 놀라운 신예가 등장했다고 하더니, 그 찬사가 거짓이 아니다.(그녀는 <헬프> <트리 오브 라이프>에 연달아 출연하며 주목받고 있다.) <킥애스: 영웅의 탄생>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감독 매튜 본 각본,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존 매든 연출이다.
2011년 10월 6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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