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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현실적인 공포라니 (오락성 7 작품성 8)
컨테이젼 | 2011년 9월 22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컨테이젼(contagion). 제목 그대로 전염, 전염병을 다룬 영화다. 테리 길리암은, 전염병으로 절멸 위기에 놓인 인류를 운명을 바꾸고자 타임머신을 등장시켰다.(<12 몽키즈>) 대니 보일은, 바이러스에 전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들어 공포감을 자아냈다.(<28일 후>) 하지만 스티브 소더버그는 이 소재에 드라마틱한 상상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감성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한편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다루듯 극적인 설정은 배재한다. 냉정한 시선으로 사건을 쫓을 뿐이다. 낯선 선택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트래픽>을 통해 다큐적인 성향이 소더버그의 화술 중 하나임을 확인한바 있으니 말이다.

시작되자마자 ‘둘째 날’이라는 자막이 뜬다. 첫째 날을 건너뛴 것은, 이 영화가 앞으로 감염 발생에 대한 역학조사를 해나갈 것임을 알리는 복선이다. 자막 뒤로 드러나는 장소는 홍콩국제공항. 그 곳에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기다리는 한 여자가 있다. 베스 역의 기네스 팰트로우다. 연신 기침을 해대는 걸로 보아, 바이러스가 이미 그녀의 몸을 잠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이 비싼 여배우는 마지막까지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거나, 그녀를 구해 낼 영웅이 나타났을 거다. 하지만 소더버그는 이 톱스타를 우대할 생각 따윈 없다. 기네스 팰트로우는 등장한지 10분 만에 고열에 시달리다 비명횡사한다. 톱스타들에 대한 소더버그의 홀대 아닌 홀대는 그녀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런던, 파리, 홍콩 등 국경을 넘어 퍼져나간다. 병원균을 파악하다 전염병에 걸린 질병통제센터의 미어스 박사, 케이트 윈슬렛 역시 영화 중간쯤 비닐봉투에 싸늘히 봉해져 퇴장한다. 감염경로에 대한 조사를 위해 홍콩으로 급파된 오란테스 박사, 마리온 코티아르는 백신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인질로 갇혀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한다. 이 혼란한 틈을 노려 돈을 버는 자도 있다. 음모론을 퍼트리며 주식놀이를 하는, 사기꾼 프리랜서 기자 크럼워드는 다름 아닌, 쥬드 로다. 그러니까 <컨테이젼>은 초호화 배우들이 나온다고 해서 <오션스 11>처럼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해선 곤란한 영화라는 얘기다.

결국, 스티브 소더버그가 <컨테이젼>에서 말하려는 건, 절체절명의 순간 인간이 얼마나 강해지느냐하는 영웅론이 아니다. 그의 관심은 갑작스러운 재난 앞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하느냐다.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 가다. 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가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알려주는 가다. 그래서 <컨테이젼>은 가장 덤덤한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가장 거대한 공포감을 안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누구나, 그 때를 떠올릴 거다. 80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2년 사스를, 축산농가의 몰락을 가져온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를, 그리고 백신확보 전쟁을 불러일으킨 2009년 신종플루를 말이다. <컨테이젼>의 공포는 영화적 상상에서 오는 공포가 아니라, 실제의 경험에 바탕을 둔 공포라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 막강하다.

2011년 9월 22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전국 손 씻기 운동 홍보영상으로 딱 일세!
-진정한 공포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캐스팅 빵빵하구나.
-감기 거린 분들, 절대로 극장에서 보면 안 됨. 민폐다, 민폐.
-기네스 팰트로우를 10분 만에 죽이다니, 헐~
3 )
yongma97
스포일러 아니구먼 뭔 흥분을.. ㅡ.ㅡ   
2012-01-15 23:34
cipul3049
의외로 괜찮았음. 스타빨인지 알았지만.
이런영화에 초호화 캐스팅이 놀라웠습니다.   
2011-10-01 04:00
junzz
아우씨 -_-
관람불가에 저거 스포일러아닌가요? 볼려고 했는데 짜증나 죽겠네   
2011-09-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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