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하정우, 박희순, 장혁. 이들 중 누가 범인이고 누가 검사이고 또 누가 변호사인가. 어떠한 경우의 수를 상상하든 흥미로운 조합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들이 흥미로운 만남만큼이나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는다. 단순 치정살인으로 시작한 영화는 그보다 거대한 살인사건을 끌어들이며 인물의 관계를 재배치하고,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독창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개의 이음새가 상당히 매끄럽고, 범행 경위와 동기가 설득력 있게 묘사됐다는 점에서 영화는 깊이와 무게를 획득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낚아채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참으로, 용의주도한 <의뢰인>이다.
(무비스트 정시우기자)
손영성 감독의 데뷔작 <약탈자들>은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플롯 구성에서 남다른 재주를 보여준 손영성 감독에게 시체 없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법정 스릴러 <의뢰인>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플롯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손영성 감독의 재주는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정황 증거만으로 ‘이야기’를 만들려는 검사와 그 ‘이야기’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변호사의 고군분투는 <약탈자들>에 이은 내러티브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하정우, 박희순, 장혁 세 주연배우의 연기도 좋지만, 이들의 뒤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조연진의 연기가 더욱 인상적이다. 그러나 <의뢰인>은 플롯을 짜 맞추는 연출력은 눈에 띌지언정 사건의 추리 과정이나 마무리는 전형적인 수준에 머문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결말보다 그 과정에 집중한다면 조금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1년 9월 20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