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간단하다. ‘아끼던 부하(사정봉)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몰락한 절대 권력자 호우지에(유덕화)의 개과천선기’ 정도라 해 두면 되겠다. 일단, 유덕화와 원규가 빚어내는 액션 시퀀스들은 상당히 탁월하다. 권법과 권법이 맞붙는 첫 소림사 시퀀스를 시작으로 영화는 잊고 지내던 홍콩 영화의 ‘손 맛’을 곳곳에 흩뿌린다. 특히 부하에게 배신당한 호우지에가 도망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초반 마차 추격 씬은 홍콩 액션 영화 특유의 박력과 쾌감을 확인케 한다. <트랜스포머>처럼 호화 기술력으로 무장한 영화들 앞에서도, ‘홍콩 액션’의 파괴력이 기죽지 않음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화소도> 이후 20여년 만에 호흡을 맞춘 성룡과 유덕화의 상반된 매력도 흥미롭다. ‘취권’으로 유명한 성룡이 선보이는 코믹 ‘요리권(?)’과 유덕화가 구사하는 진중한 정통무술의 적절한 배치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데 일조한다.
문제는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야기다. 이야기 면에서 <샤오린>은 새로울 게 전혀 없다.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화권 영화들의 클리셰를 비켜가지 못한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논리가 넘쳐나고, ‘철부지’가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구태의연하며, 종교 정신을 구구절절 설파하는 교훈적 메시지는 고리타분하다. 이러한 전형성에 갇힌 이야기는, <샤오린>의 재미를 공중으로 걷어 차버린다. 그런 점에서 <샤오린>은 과거 전성기를 누리던 홍콩 영화가 몰락했던 이유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지금 우리가 홍콩 영화에서 보고 싶은 건, 똑 같은 포맷을 안전하게 답습하는 ‘형 닮은 아우’들은 결코 아닐 게다.
2011년 8월 24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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