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차 세계대전.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타고난 약골이다.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놀림 당하는 건 다반사. 번번한 연애 한번 못해 봤다. 군입대마저 거부당하던 그는 포기를 모르는 근성을 인정받아 최고의 전사를 양성하는 ‘슈퍼 솔져’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고, 최초 실험자로 선택된다. 실험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신체적 능력을 얻게 된 로저스, 아니 그의 이름은 이제 ‘캡틴 아메리카’다. 그리고 그가 바로 마블 코믹스의 야심작 <어벤져스>를 이끄는 리더 ‘퍼스트 어벤져’이기도 하다.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단순 만화의 영역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른 오늘 날, 캡틴 아메리카의 상품가치는 다소 떨어져 보인다. 나치는 사라졌고, 2차 세계대전은 이미 종식됐다. 할리우드마저 “위 아 더 월드”를 외치는 시대에 “미국 평화~” 운운하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가 과연 지금의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의 능력은 최근에 나온 슈퍼히어로들의 초능력에 비하며 어딘지 모르게 미약하다. 그에게는 아이언맨처럼 하늘을 나는 기술도, 스파이더맨 같이 벽을 타는 능력도, 그렇다고 헐크처럼 몸을 불리는 유전자도 없다. 다만 보통 인간보다 조금 강한 근육과 무적 방패를 무기삼아 정직하게 싸울 뿐이다. 60년간 잠들어 있는 지극히 미국적인 영웅을 21세기에 살려내는 건, 생각처럼 간단한 프로젝트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시나리오)수정이 가해지지 않을까란 예상과 달리, 마블엔터테인먼트는 원작의 오리지널리티 안에서 싸우는 길을 택한다. 억지로 트렌드에 부합하는 콘셉트를 짜내거나, 캡틴 아메리카에게 초인적인 능력을 덧씌우지 않는다. 시대 배경도 그대로 2차 세계 대전으로 한다. 바뀐 게 있다면, 다민족 군인이 등장한다는 점과 한국·러시아·우크라이나 등의 나라에서 ‘캡틴 아메리카’ 대신 <퍼스트 어벤져>로 영화 제목을 개명한 정도랄까.(물론, 마블 애독자들로서는 이마저도 분노할 일이지만.)
우려와 달리, 이러한 선택은 꽤나 흥미로운 결과를 낳는다. 캡틴 아메리카에게서 007 제임스 본드나,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 요원의 모습이 발견된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퍼스트 어벤져>는 슈퍼히어로물과 첩보물, 액션 장르를 모두 껴안은 독특한 분위기의 히어로 영화 같다. 이것이 슈퍼히어로물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반감시키긴 하지만, 대신 기존 슈퍼히어로물들과 뚜렷히 구분되는 그만의 정체성을 획득하는데 일조한 건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어벤져스>에 대한 힌트 또한 영화는 무리 없이 녹여낸다. 아이언맨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가 나오는 것은 물론, <토르 : 천둥의 신>의 엔딩 히든 영상에 등장했던 ‘코믹스 큐브’도 만날 수 있다. 쉴드의 수장 닉 퓨리(새무얼 잭슨)의 깜짝 등장은 두말 하면 잔소리. 그리고 마블엔터테인먼트 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지겹게 하는 말이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에서 뜨지 말 것!’ 이번에 기다리는 스페셜 영상은 다름 아닌 <어벤져스>다. (영화는 3D로도 상영된다. 시사회가 2D로만 진행된 탓에 3D효과는 확인하지 못했다.)
2011년 7월 28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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