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의 10번째 영화 <로맨틱 헤븐>이 15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공개됐다. “어느덧 10번째 영화다. 남들 모르게 ‘여태껏 용기 있게 영화를 해 온 거지?’라는 물음이 가슴 한 편에 들었다”는 장진 감독. <로맨틱 헤븐>은 ‘장진식 코미디’로 익숙한 ‘이야기꾼’ 장진 감독이 판타지 드라마에 처음으로 도전한 작품이다. 자의든 타의든 죽음의 그림자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세 주인공 민규(김수로), 지욱(김동욱), 미미(김지원)를 축으로, ‘엄마’ ‘아내’ ‘소녀’ ‘로맨틱 헤븐’으로 나눠진 느슨한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했다. 임원희, 이한위, 김병욱, 이문수 등 ‘장진 사단’ 배우들과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이순재, <퀴즈쇼>의 김수로, 심은경, 그리고 장진 감독과 처음 작업하는 김동욱, 김지은, 김무열 등 막강한 배우군단이 죽음을 소재로 한 이 인간 군상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천국을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해 논하는 <로맨틱 헤븐>의 흥행결과는 쌍곡선을 그렸던 장진 감독의 전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와 <퀴즈왕>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 한마디
주제적 선의와 영화적 클리쉐(clicher) 사이, 친숙함과 장진식 재기발랄함 사이. <로맨틱 헤븐>은 이러한 요소들이 충돌하고 화합하며 또 봉합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죽음과 사랑, 그러니까 생(生에) 대해 성찰해보자고 말을 건넨다. 한편으로 천국과 사후세계가 등장하는 판타지인 만큼 플래시백과 교차편집은 물론 하늘에서 떨어지는 CD와 같이,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다수의 인물이 등퇴장하는 군상극임에도 세 인물의 이야기와 천국으로 귀결되는 결말은 다소 산만하지만 작가적 야심으로 읽힐 여지도 충분하다. 이병우 음악감독의 뭉클한 음악에 빚진바 크지만, 전작 <퀴즈왕>에 비한다면 장진 감독 특유의 개그 또한 드라마에 적절히 녹아들어갔다. 다만, 섬세하고 팬시한 일본영화를 연상시키는 몇몇 장면과 함께 선의로 중무장한 인물들의 감정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궁금증을 남긴다.
(무비스트 하성태 기자)
<로맨틱 헤븐>은 착한 판타지다. 누군가의 죽음을 곁에 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세상과의 이별이라는 슬픔을 애틋하게 담아내려고 하는 영화다. 또한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이면서, 한때 소녀였을 여인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그저 착하기만 한 영화의 정서, 그리고 동화 같은 천국의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반적인 짜임새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는 산만하고, 각 인물들의 에피소드에서도 유기적인 흐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착한 영화라는 이유로 허점을 애써 무시하고 넘어가는 듯한 인상이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2011년 3월 16일 수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