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한 연애 한 번 못해 본 홈쇼핑 시식 모델 상열(임창정). 그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동료 모델 소연(김규리)에게 향해있다. 하지만 외모 학벌 능력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소연에게 상열은 그저 그렇고 그런 남자일 뿐. 게다가 그녀에겐 능력 있는 애인 박PD(김태훈)까지 있으니, 상열이 눈에 찰리 만무하다. 그러던 중, 소연은 박PD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유산을 요구하는 박PD와 틀어져 이별을 하게 된다. 배 속의 아이는 지키고 싶고, 그렇다고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은 소연은 자신과 하룻밤을 보냈다고 착각하는 상열에게 거짓말을 한다. ‘당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오매불망 소연만 바라보던 상열로서는 이게 웬 굴러들어온 복?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시작된다.
<사랑이 무서워>는 영화 자체가 농담에 가까운 작품이다. 웃자고 만든 영화에 죽자고 작품성을 들이대면, 허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의 농담은 기초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미혼모 되는 게 싫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그.것.도’ 스토커라 치부했던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여자는 아니다. 남자 주인공은 또 어떤가. 임신 8개월 만에 아이가 나온다는 황당무계 시추에이션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다니. 아무리 순진해도 그렇지, 그의 정신세계도 농담이란 말로 밖에 달리 표현 할 길이 없다.
농담의 수준도 반길 만한 게 못된다. 배우 개인기에 기댄 시나리오는 엉성하고, 배설물이 흘러넘치는 변기와 사투를 벌이는 ‘화장실 유머’ 씬 등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여성 외모와 동성애자를 우스갯거리로 전락시키는 낡은 전법 역시 여지없이 등장한다. ‘감동으로 마무리해야한다’는, 한국 코미디 영화 특유의 강박관념에서는 또 왜 그리 자유롭지 못한지. 홈쇼핑이라는 소재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롯데 홍보 수단(이 영화의 배급은 롯데엔터테인먼트다)에 그친 것 역시 안이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을 붙드는 힘이 있다면,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먹게 되는 ‘불량식품’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저속한 대사와 역겨운 화장실 유머가 오가는 사이, 관객은 저도 모르게 허허실실 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때때로 구차하고, 종종 비굴하고, 많이 염치없는 임창정의 다소 식상한 연기 역시, 익숙하다는 의미에서는 반가울 수 있다. (작당하고 만든)화장실 유머 코미디가 오랜만에 나왔다는 것 역시, <사랑이 무서워>로서는 나쁘지 않다. ‘유통기한이 지난 장르’라곤 하지만, 어차피 유행이라는 건 돌고 도는 거니까. 그리고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화장실 유머를 저급하다 평가하는 사람들의 반대편에는, 이를 반갑게 즐길 관객이 분명 있을 테니까.
2011년 3월 5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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