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인적이 드문 펜션으로 놀러간 엄사장(김병춘). 모두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을 때 쯤 의문의 남자가 가족을 위협한다. 그 남자는 바로 엄사장의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 된 김씨(이경영). 그는 가족들이 도망 못 가도록 신체 부위를 난도질한다. 팔, 다리 등이 잘려 나간 엄사장의 가족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곳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펜션 지붕위에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김씨에게는 독안에 든 쥐 꼴. 그는 엄사장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모두를 풀어주겠다고 조건을 내건다. 하지만 엄사장은 사과는 고사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만이라도 살아나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한다.
<죽이러 갑니다>는 스릴러와 코미디가 뒤섞인 영화다. 평화로웠던 가족 여행에 낯선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여타 스릴러 영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감독은 여기에 코미디의 양념을 더한다. 펜션 안에 갇혀버린 가족은 서로 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총을 갖고 있는 김씨에게 무조건 덤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돈을 미끼로 사랑하는 가족을 향해 희생하라고 권유 아닌 권유를 한다. 이 때 살겠다고 서로를 지목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영화에 두 장르가 혼합되어 있지만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엄사장과 노동자 김씨만 봐도 자주 뉴스에 나오는 노사 갈등을 드러낸다. 미리 통보도 없이 잘린 김씨는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이 아니라는 것도 서러운데, 돈도 못 받고, 사과도 못 받자 일을 저지른다. 그는 회사에서 잘린 것처럼 엄사장 가족들의 신체부위를 자른다. 또한 위험에 처한 엄사장은 가족을 위한 희생은 고사하고 회사 노동자를 부리듯이 가족들을 총알받이로 내몬다.
<죽이러 갑니다>는 초반부는 펜션을 무대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연기를 보여주고, 후반부는 탄광을 배경으로 슬래셔 영화의 느낌을 살린다. 영화에 출연한 7명의 배우들은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핸드폰>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감칠맛 나는 조연을 맡은 김병춘은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오랜만에 특별출연이 아닌 조연의 이름으로 출연한 이경영은 가족을 위협하는 인물이지만, 힘없는 노동자의 슬픔이 묻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해결사>에서 컴퓨터 천재로 나왔던 박영서의 액션 연기와 <똥파리>의 김꽃비, 그리고 개그맨 김진수 등 저마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영화는 유쾌하고 잔인하면서도 무거운 사회적 문제를 보여주는 독특함이 있다. 하지만 진행되는 이야기의 얼개는 다소 부실하다. 인물들이 엮어나가는 상황극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짜임새는 헐겁다. 더불어 두 장르를 섞으며 재기발랄하고 독특한 감독의 연출력은 눈에 띄지만 대중들이 좋아할지는 의문이다.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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