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면 장땡? 아니죠~잉!
2010년엔 3D 입체영화가 영화판은 물론 산업 전반을 들었다 놨다 했다. 이런 분위기는 2011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름 시즌, 보고 싶어 죽겠는 영화들이 대부분 3D 입체영화로 개봉한단다. 여기에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의 프로젝트인 <틴틴의 모험: 유니콘의 비밀>까지 연말 개봉을 준비 중이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은근슬쩍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3D면 다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있을 법도 하다. 특이 이번 주에 나란히 언론시사회를 가진 두 편의 영화가 상당히 염려된다. 시사회 반응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하나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다른 하나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서 어이를 상실하게 했다고. 이제 3D라는 것만으로 이슈가 되지 않는다. 가정용 캠코더로도 3D 영상을 찍는 시대가 아니던가. 3D 입체영상으로 아무리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줘 봐야 이야기가 재미없어 관객의 눈을 감게 만든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김도형 기자)
사진, 담아두는 것, 다시 꺼내보는 것
2010년 12월, 日本. 카메라 뷰파인더에 담긴 일상의 어느 한 순간,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자 두서없이 눌러댔던 그 순간, 직업병 같은, 지극히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댔던 순간, 내가 매혹됐던 그때 그 순간, 사진은 추억이 된다. (권영탕 기자)
영화로 밥 벌어 먹고 살다 보니, 한주에 많게는 5-6개, 적게는 2-3개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다. 웬만한 영화는 개봉 전에 마스터 한다는 소리다. 지금 자랑하냐고 손가락질 하는, 거기 당신 잠시만. 여기에는 안 좋은 점도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지인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다. 그러니까 내 친구들은 나만 끼면 영화관람은 포기해야 하고, 내 연인은 커플들 사이에서 홀로 영화를 감상해야 한다. 안되겠다 싶어 가끔씩 봤던 영화도 다시 보는 대인배적인 기지를 발휘하곤 하는데, 그러다보니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언론시사회 때 ‘별로’였던 영화가 다시 보니 재미있고, 넋 놓을 정도로 몰입했던 영화가 다시 보니 졸린 경우가 그거다. 이유를 생각하다가, ‘분위기’에서 정답을 찾았다. 같은 영화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영화로 읽힌 달까. 이 분위기는 여러 가지가 좌우하지만, 함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도 크게 작용한다.
기자와 배급자들을 위한 언론시사회는 분위기가 다소 딱딱하다. 그 곳에는 포커페이스들이 많다. 웃기는 장면이 나와도 웃지 않고, 슬픈 장면이 나와도 울지 않는. 그러다 보니 오락 영화는 흥이 덜 난다. 하지만 진지한 영화를 볼 때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일반 관객들은 솔직하다. 영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니 덩달아 신이 난다. 하지만 가끔 본인의 취향에 너무 솔직한 나머지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기도 한다. 비단 이 둘의 분위기만 다른 건 아니다. 분위기는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얼마 전, 영화 홍보사 마케터에게 강남은 예술영화 마니아, 강북은 코미디, 홍대는 독특한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이 몰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경험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취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람 형태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영화라는 게, 참 여러 가지 요소가 개입돼서 완성도가 결판나는 흥미로운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내가 영화에 끌리나. (정시우 기자)
이번 주 월요일에 <죽이러 갑니다>의 언론시사회를 갔었다. 대체적으로 독립영화 언론시사회에 많은 취재진들이 몰리진 않는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왜? 바로 이경영이 9년 만에 공식석상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를 처음 본 건 <세상 밖으로>라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땐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직접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한 영화 포스터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직접 극장에 가서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본 건 <귀천도>가 처음이었다. 원래는 김민종 때문에 본 거였지만.) 그랬던 그가 2001년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활동을 접었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에 사라졌다. 하지만 종종 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특히 <파주>에서 조폭 두목으로 나왔던 이경영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표정만으로 영화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죽이러 갑니다>에서 주인공이 아니다.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 김씨로 나오며, 주인공인 엄사장(김병춘)과 그의 가족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왠지 얼굴이 슬퍼 보여 캐스팅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극중 노동자 김씨는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측은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경영은 감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연이 많아서 슬퍼 보였을 것이라는 말로 되받아치며 웃었다. 10년 만의 웃는 그의 모습에 연신 플래시는 터졌다. 영화의 개봉과 함께 현재 <푸른 소금>(가제) <모비딕>(가제)을 찍고 있는 이경영.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그의 연기를 꾸준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한규 기자)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 글_무비스트 취재팀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사진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