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시사회가 끝난 후, 영화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유혈 낭자한 장면들이 불편했다는 의견과 몇몇 씬이 뮤직비디오 같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러한 점마저 장점으로 보는 기자도 있었다. 원빈의 연기 변신에 대해서는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예전의 원빈이 아니다”는 의견부터, “여배우, 잘 만나더니 변했다(여기서 여배우는 선배 김혜자)”, “같은 남자가 봐도 멋지더라” 등의 말들이 이어졌다. 원빈과 호흡을 맞춘 아역 김새론에 대해서도 많은 기자들이 호감을 보였다. 그나저나 요즘 이상한 아저씨들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원빈 같은 아저씨만 있으면 문제없겠다, 싶었던 건 나뿐일까.
● 한마디
<가을동화>는 원빈을 꽃미남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동시에, 그의 이미지에 족쇄를 채운 작품이었다. <아저씨>를 통해 원빈은 꽃미남 스타로서의 가치는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이상의 배역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확실히 증명한다. <마더>에서의 원빈도 나쁘지 않았다, 고 말하고 싶을 테지만 <마더>는 명백히 김혜자 영화였다. 하지만 <아저씨>는 누가 뭐래도 원빈으로 시작해 원빈을 거쳐 원빈으로 끝나는, 게다가 감독이 원빈의 장점을 너무나 절묘하게 뽑아낸 원빈표 영화다. 대사처리상의 어색함이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 많은 장점들이 새롭게 발견된다. 이로서 ‘신은 공평하지 않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을 얻게 됐다. 다비드상도 울고 갈 조각미모를 안겨줬으면 됐지, 뭘 또 주시려 한 걸까. 아! 영화 얘기 안 하고, 너무 원빈 얘기만 했나?(작품에 대한 평은 차후 리뷰에서 자세히!)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아저씨>가 그리는 세상은 어둡고 절망적이다. 마약과 장기밀매가 성행하는 이곳에 영화는 과감하게 한 소녀를 던져 놓는다. 누구라도 분노할 이런 상황에 전직 특수요원이 뛰어들었으니 감정이 폭발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남자는 과거의 상처까지 안고 있으니 분노는 더욱 극대화된다. <아저씨>는 관습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감정을 만들어내고 이를 액션으로 연결시킨다. 전반적으로 그 흐름이 나쁘지는 않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더욱 절망적인 상황에 몰아넣는 설정은 무리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들인 액션 연출에 비해 캐릭터 묘사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하는 원빈의 캐릭터는 액션에서는 빛이 날지언정 대사를 할 때는 어색함이 느껴진다. 오히려 영화 속 드라마를 담당하는 김새론의 캐릭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이정범 감독과 원빈이 만난 영화 <아저씨>는, 촌스러운 제목을 불식시키는 강렬한 액션이 매력적이다. 빠르고 강하게 전개되는 액션은 <테이큰>과 같은 느낌이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꼬마와 옆집 아저씨와의 연결고리를 위해 만들어진 상황이나 감정을 나누는 과정도 그리 나쁘지 않다. 강한 액션에 묵직한 사회적인 문제까지 건드리면서 감정적인 동화도 이뤄내니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리고 원빈! <아저씨>의 원빈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제 원빈은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배우로 거듭났다.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아저씨와 9살 소녀의 우정. 처음에는 <레옹>인가 했다. 초반부는 그랬다. 물론 이것은 후반부 피비린내 나는 처단과 액션을 정당화하기 위한 감정 잡기다.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독했다. 액션은 불필요한 고어로 넘치고 개미굴, 장기적출 등 사회의 암적인 범죄들은 리얼리티는 살렸을지언정 볼거리와 소재로만 난무한다. 아저씨와 소녀의 강력한 드라마가 눈물겹게 떠 받쳐주지도 못한다. 실로 악랄한 악당들이 이 둘을 끈끈하게 묶으려하지만 하나로 응집되지 못하는 조역의 수와 그 수만큼 옅은 캐릭터는 중구난방 할 뿐. 그럼에 둘의 인과관계는 적절한 신파감성으로 완성되지 못한다. 액션 씬에 대한 합과 앵글에 대한 고심한 흔적은 있다. 원테이크로 2층에서 뛰어내린 점프씬 하나만은 마음에 든다. 피가 질척하지만 격정은 없는 일련의 액션 시퀀스와 불쾌한 카메라 사이에서 원빈 홀로 느와르를 걷는다. 검정 수트와 헝클어진 헤어스타일로 밤길을 거니는 그의 실루엣만 멋있다. 우리가 이 영화를 용서할 수 있는 부분은 원빈과 김새론 이 둘의 캐스팅뿐인지도 모른다.
(프리랜서 양현주 기자)
<아저씨>는 남녀 구분할 것이 없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한 영화다. 소년에서 남자로 변신한 원빈의 모습은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강도 높은 액션은 남성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특히 영화는 오늘날 대세인 <본> 시리즈의 액션을 첨가하며 잔인하면서도 역동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당연히 이웃집 아이를 살리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는 설정부터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스토리의 짜임새를 논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영상을 쫓아가기도 바쁘다. 다만 암울한 현실이라도 아이들이 장기 밀매의 희생양이 되고, 마약 운반책이 된다는 설정은 심적으로 아픔을 남긴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소녀와 유일하게 소녀에게 위안이 되는 정체불명의 사내. <아저씨>는 홍콩 느와르의 분위기로 연출된 <레옹>처럼 보인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내에게 만만한 호칭이 ‘아저씨’인 탓에 아저씨라 불리는 사내의 불분명한 정체성은 <아저씨>에서 스토리텔링의 탄력을 이루는 동시에 느와르적인 관성을 매력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자질이 된다. <열혈남아>를 통해 가족애를 비정한 느와르적 자질로 연동하던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를 통해 보다 직접적인 느와르적인 감각을 뽐낸다. 특히 효율적인 속도감을 자랑하는 동시에 멋에 치중한 장식이 아니라 생사가 결정되는 찰나의 긴박감이 냉소적으로 표현된 액션신이 인상적이다. 지독하게 진지한 대사 덕분에 오글거림의 역효과가 발견되는 몇몇 찰나만 제외하면 원빈은 <아저씨>가 마련한,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정한 세계 속에서 완벽하게 빛나는 동시에 어두운, 이상적인 ‘그림’이다. 그 그림에 감정을 불어넣는 김새론의 연기도 훌륭하며 그 그림의 선한 명도를 밝히는 보색의 악역과도 같은 조연들의 공헌도도 만족스럽다.
(beyond 민용준 기자)
2010년 7월 27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