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발발 60주년을 맞아 전쟁관련 드라마와 영화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니, 관객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올 한해 군인 아저씨들을 끊임없이 맞아야 한다.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먹겠다는 수는 많으니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관객이 자칫 질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포화속으로>는 ‘군인’대신 ‘학도병’이라는 숨은 카드를 빼 들었다. 인기 그룹 ‘빅뱅’의 탑에게 차승원 권상우 김승우 보다 높은 비중을 실은 것도 이 영화가 노리는 나름의 전략이다.

이러한 시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포화속으로> 언론배급시사회가 3일 롯데시네마 건대에서 열렸다. 예상대로 많은 영화인들이 일찍이 극장에 몰려들었다. <포화속으로>에 사활을 걸었다는 롯데 관계자들의 긴장된 모습도 포착됐다. 극 중 북한장교 박무랑을 연기한 차승원의 팬 카페가 선물을 준비해 오기도 했다. 이 날 시사회에서는 최근 미국 스탠포드 대학 내의 상영에서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해 논란을 일으켰던 이재한 감독의 공식 사과도 전해졌다. 개봉 전부터 ‘논란속으로’ 들어 간 <포화속으로>의 첫 느낌을 전한다.

● 한마디

꿈도 펼쳐보지 못한 어린 청춘들이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눈물이 안 난다.’ 파편이 터지고, 총알이 오고간다. ‘긴박감이 없다.’ 부대에 모인 학도병끼리 농을 던진다. ‘웃기지도 않다.’ 사지가 찢긴 시체와 화염에 휩싸인 병사들의 모습이 화면을 메운다. ‘비장함은 어디로?’ 있던 감정마저 바싹 마르는 와중에 보이는 건, 한껏 멋을 부린 영상이다. 그리고 트렌치코트만 안 둘렸을 뿐이지 주윤발처럼 작렬하는 주인공들의 힘 준 어깨다. 스케일로 보나, 때깔로 보나 공을 들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드라마에 양보했어야 했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6.25전쟁 중, 71명의 학도병이 북한군의 남진을 저지했다는 포항에서의 실제 전투를 극화한 <포화속으로>는 초반부터 현장감 넘치는 시가전 신을 연출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만 같다. 하지만 사실감 넘치는 전투신을 목격하기 보단 ‘전쟁 화보’를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다. <포화속으로>는 재현보다도 포장에 능한 작품이다. 물량공세를 퍼붓는 전장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좀처럼 긴박감이나 비장함을 발견할 수 없는 건 그 덕분이다. 캐릭터의 비장함도, 전쟁의 참혹함도, 하나 같이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는 것처럼 <포화속으로>는 전쟁의 껍데기를 두른 마초 화보 영화처럼 보인다.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반공영화라도 만들 심산이었을까. 그렇다면 북한군 전차에 파란색 매직으로 ‘1번’이라도 적어놓았다면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을.
(beyond 민용준 기자)

이재한 감독의 영화는 DSLR로 찍은 뒤 포토샵으로 온갖 보정을 거친 때깔 좋은 사진 같다. 화려한 포장과 달리, 알맹이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초라하기 때문이다. <포화속으로>도 그렇다. 영화는 잔뜩 멋을 부리고 있지만, 정작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는 없다. 할리우드 전쟁영화를 연상시키는 전쟁 신과 70년대 반공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착오적인 스토리도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반공영화가 ‘밴드 오브 브라더스’ 혹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만난다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2010년 6월 4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