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각장애인 소년이 낡은 아파트 복도에서 밤새 미모의 여인을 스토킹한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쓴 또 다른 여인은 같은 공간에서 그런 소년을 욕망한다. 그들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 다른 욕망이 충돌한다.
2. 한적한 별장에서 몸을 허락하지 않던 아내가 사라졌다. 낯선 공간, 매혹적인 여인의 유혹. 사라진 아내의 비밀은 조금씩 드러난다.
3. 외국인 영화 평론가와 독특한 우정을 나누던 남자. 어느 날 그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주고, 이후부터 알 수 없는 질투의 감정에 휩싸인다. 함께 밤을 지내고 싶은 상대는 그녀일까, 아니면 그일까.
<원 나잇 스탠드>는 서울독립영화제가 KT&G 상상마당, 미디액트와 함께 시작한 장편영화 프로젝트 ‘인디 트라이앵글’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제목이 대단히 도발적이고 은밀하지만, 실상 그렇게 야하지는 않다. 적어도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제목에 이끌려 노출과 베드신의 시각적인 에로티시즘을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하기 딱 좋다. <원 나잇 스탠드>는 단지 주제를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다.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구성이다. 민용근 감독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성과 욕망의 은밀함을 관음증이라는 코드로 담아냈다. 장면 하나하나 흡인력이 있으며, 베드신이 꼭 필요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나오는 등 군더더기가 없어서 세 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연출의 완성도가 높다.
반면 이유림 감독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작가주의 성향이 너무 지나친 듯 보여서 상대적으로 아쉽다. 피할 수 없는 유혹을 마주한 부부의 이야기인데, 의식의 흐름 기법처럼 이야기가 뒤죽박죽이 된, 실험성이 다분한 작품이다. 게다가 플래시백 기법이 과하게 사용되어 자연스러운 전달을 방해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가 다소 지루했다면, 단연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은 장훈(<의형제>의 장훈 감독과는 동명이인) 감독의 세 번째 에피소드다. 오해가 만들어낸 기발한 성적 상상력이 넘치는 이 작품은 일단 대중성이 가장 강하다. 권해효의 내레이션을 도입해서 코믹한 효과를 극대화하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한국영화를 가장 사랑하는 평론가로 알려진 달시 파켓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 ‘로메르 아저씨’ 역을 맡았는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인다.
결과적으로 <원 나잇 스탠드>는 성(性)을 소재로 했던 많은 독립영화들의 전례 중에서도 꽤 참신한 시도로 보인다. <고갈>로 시라큐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장리우, <똥파리>의 용역소 사장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최만식 등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흠잡을 구석 없는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달시 파켓은 이 영화를 시작으로 만만치 않은 인기 배우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2010년 5월 4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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