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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 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포화속으로> 촬영현장
포화속으로 | 2010년 3월 25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했던가. 세트장을 뒹구느라 고생인 군복 차림의 배우들을 보니 위로랍시고 그 말이 입가에 맴돈다. 누더기 차림의 지저분한 옷을 걸친 보조 출연자부터 피투성이 분장의 조연 배우, 검은 분칠을 한 주연들까지 누구 하나 말끔한 상태인 사람이 없는 이곳은 경상남도 합천영상테마파크의 세트장. 6.25 60주년을 기념한 <포화속으로>의 막바지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포화속으로>는 6.25전쟁 당시 71명의 학도병과 수백 명의 북한군 사이에 벌어졌던 12시간 동안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포항시내 전투 장면 촬영이 진행 된 지난 19일 현장에 취재팀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 300여명의 배우들과 스태프들로 북적이는 세트장에는 총격전 촬영이 한창이다. 113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답게 세트장의 모습은 꽤나 리얼하다. ‘자유를 빼앗은 괴뢰도당을 물리치자’, ‘조국을 팔아먹은 괴뢰도당’ 등의 현수막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외벽에 걸려있고, ‘정인교회’, ‘개성상회’ 등의 간판을 단 병원과 교회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게 서 있다. 국방부에서 지원 받았다는 탱크 4대와 연발총도 현장의 리얼함을 한층 살린다. 한편 기자들이 연신 찍어대는 카메라 세례가 부담스러웠는지 스태프들의 얼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민감한 촬영을 하는 날이라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는 스태프들로서는 구경꾼처럼 몰려든 기자들이 그리 반가울리 없을 터. 총기 준비하랴, 300명에 달하는 배우들 관리하랴 정신이 없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취재진 통재까지 하게 생겼으니, 이들의 한숨 소리가 박격포 굉음만큼이나 깊게 퍼진다.
“여기 인민군 시체 했던 분들 나와 주세요!” 취재팀들 앞에서 ‘센스’없이 시체라고 부르는 스태프가 야속했는지, 시체 역을 맡은 인민군 복장의 출연자가 “씨발! 시체가 뭐냐~”고 혼잣말을 내 뱉는 게 포착된다. 이를 들었을리 만무한 제작진은 북한 ‘766 유격부대’의 침투 장면 하나를 찍기 위해 고심에 고심의 거듭한다. 이 날 선봉장에 선 이는 유격부대 대장 박무량 역의 차승원. 촬영 팀은 차승원과 그가 이끄는 유격부대를 ‘클로즈업’으로 찍고, ‘바스트샷’으로 잡고, ‘떼샷’으로 담아내는 등 1시간에 걸쳐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국경의 남쪽>에 이어 또 한 번 북한사람 역을 맡은 차승원이 “내가 총을 ‘빵’ 쏘면 돌격이야!”라고 입을 열자, 그의 뒤에 있던 배우들이 군기 바짝 든 군인처럼 일동 “넵! 알겠습니다”를 외친다. 조연출의 지시에 시큰둥하게 일관하던 것과 사뭇 다른 반응이다. 단역배우들 사이에서는 “차승원 카리스마가 짱”이라는 소문이 돈다더니 괜한 말이 아닌 듯싶다.
차승원이 이끄는 인민군팀의 촬영이 한창일 때, 조금 놀아 본 오빠 포스의 2년 꿇은(?) 학도병 구갑조 역를 맡은 권상우와 학도병을 이끄는 바른생활 청년 오장범으로 분한 탑은 사전 리허설에 매진한다. 영화 새내기로서 긴장한 티가 역력한 탑과 달리 논산 조교 출신인 권상우는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다. “군대 갔다 온지 14년이 됐는데도 제식훈련이나 총검술이 안 잊혀진다”는 권상우는 무술감독의 코치 없이도 ‘간지 포즈 3종 세트’를 만들어내며 사진 기자들에게 멋진 떡밥을 던져준다.
‘미친 존재감’으로 불리는 김승우 역시, 이날 총 쏘는 포즈에 있어서는 권상우의 존재감에 한참 밀린다. 학도병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강석대 대위 역을 맡은 그는 장총이 손에 익지 않은지 요기 살피고 조기 살피며 총과 친해지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 매니저로 보이는 이가 다가가 가르쳐 보지만 실패. 이어 이재한 감독이 지도해 보지만 또 실패. 총기를 담당하는 총기팀 스태프 박우규씨의 가르침에도 ‘뻘쭘’하니 미소 한방 날릴 뿐이다. 다행히 무술감독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야 “옳거니!”하는 표정을 짓는 김승우. ‘미친 존재감’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인민군의 촬영이 끝나고 북한군에 맞서 후퇴하는 학도병과 국군 팀의 촬영이 이어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스태프들과 두런두런 농담 따먹기를 하던 권상우의 눈빛에 강렬함이 서린다. 쉬는 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던 탑의 어깨엔 한층 더 힘이 들어간다. 감독의 ‘컷’ 사인이 떨어지자 100미터 출발선 앞에 선 선수마냥 긴장하고 있던 탑이 ‘헐레벌떡’ 앞서나가고, 그런 탑을 엄호하던 권상우가 뒤따라간다. 굴욕사진으로 캡처하기에 딱 좋을 오만상을 찌푸린 표정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데, 36계 줄행랑을 치는 듯한 탑의 뒷모습이 (미안하지만)꽤나 귀엽다. 절뚝거리는 권상우의 다리도 눈에 들어온다. 내막을 알아보니 쉬는 시간에 운동하다가 다쳤단다. 촬영 중에 다쳤으면 엄살이라도 부려 볼 텐데, 놀다가 다쳤으니 아프다는 하소연도 못할 터. 묵묵히 아픈 다리를 이끄는 권상우의 모습에 괜한 측은지심이 인다.
주연 못지않게 현장에서 고생한 이들은 300여명의 보조 출연자들과 조연들이다. 이들은 가장 힘들었던 게 뭐였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추위!”라고 입을 모은다. 추위가 한창인 12월부터 촬영이 들어간 탓에 ‘집 나가면 고생’이란 진리를 몸소 깨달은 모양이다. 아침 7시에 현장에 나왔다는 보조출연자 최현 씨는 “여자 출연자가 없어서 아쉽다”는 솔직한 대답을 내 놓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날, 출연자들이 죄다 남자다. 사진 기자들은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속도가 평소보다 느리다 싶었더니, 혹시 이것 때문? 여자 취재진들만 아주 신났다. 물론 기자도 신났다. 길 곳곳에 자리한 시체 마네킹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이 날의 주인공이다. 특수분장팀 강민지 씨에 의하면 이 날을 위해 제작된 시체는 총 12구. 실리콘을 주원료로 한 달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다행히 촬영 중 훼손 된 마네킹은 아직 없다”며 한숨을 내 쉰다. 한편 이 날, 검은 양복을 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끈 이가 있다. ‘766 돌격부대’ 군관 역을 맡은 조연 배우 최민 씨다. 촬영이 없는데도 현장에 나와 팀원들을 독려하는 걸 보니, 몇 달간 동거동락한 전우애(?)가 진하게 느껴진다. 그는 “이 팀에 비하인드가 많다!”, “여기가 알짜배기!”, “여기가 특종!”이라고 연신 강조했으니, 그의 말이 사실인지 영화가 나오면 모두 주목해 볼 일이다.
‘컷!’ 이재한 감독의 사인이 떨어진 뒤에야 드디어 한 자리에 모인 네 명의 배우. 입담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김승우, 농익은 ‘말빨’의 달인 차승원, 거침없는 언어 구사로 유명한 권상우 사이에 있어서인지 탑의 경직된 표정은 더 도드라졌다. 김승우가 ‘말년병장’, 차승원이 군기 풀어진 ‘상병’, 권상우가 ‘일병’이라면, 탑은 방금 논산 훈련소에서 자대 배치 받은 ‘이병’의 분위기랄까.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얼어있는 탑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선배들은 탑을 놀리느라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그런 진지한 모습 덕에 탑은 함께 <아이리스>에 출연했던 김승우로부터 “<아이리스> 때만해도 ‘쟤(탑) 어떻게 하면 좋지?’라고 생각 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잘 되겠구나를 느꼈다”는 칭찬을 받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3월 크랭크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포화속으로>의 촬영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사실, 두꺼운 군복에 근사한 복근을 가려야 했던 권상우도, ‘시크’한 아이라인 대신 검정 숯으로 얼굴을 그을려야 했던 아이돌계의 황태자 탑도,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느라 고생했을 차승원도, ‘미친 존재감’ 김승우에게도 엄동설한의 추위가 함께 했던 지난 4개월간의 촬영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게다. 하지만 “너무 편안한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하다가 망하는 작품보다 굉장히 춥고 정말 미칠 것 같더라도 잘 되면 그런 영화가 낫다”는 권상우의 말에서 작품에 임하는 그들의 의지가 묻어났다. 어찌됐든 곧 제대다! 축하한다. 필승!

2010년 3월 25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0년 3월 25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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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ne777
재밌을 것 같다.   
2010-03-26 00:53
lortry
포화속으로   
2010-03-26 00:01
ooyyrr1004
포화속으로 기대해보겠습니다. ^^   
2010-03-25 23:24
biophysics86
기대되네요   
2010-03-25 23:04
wnsdl3
기대~   
2010-03-25 19:44
shgongjoo
흠   
2010-03-25 19:03
loop1434
과연   
2010-03-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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