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홍무혁(이범수)은 낮에는 고등학교 음악선생님으로 피아노를 치고 밤에는 의적으로 금고를 연다. 그는 홍길동의 18대손으로서 옳지 못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돈을 훔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가문의 영광을 재현한다. 하지만 결혼하자고 재촉하는 애인 송화(이시영)와 기필코 홍길동을 잡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그녀의 오빠인 검사 재필(성동일)의 압력에 예상하지 못한 위기를 맞는다. 어느날 검은 손 이정민(김수로)의 회사에 심어 놓은 무혁의 정보원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위험을 감지한 그는 일생일대 중요한 대결을 준비한다.
‘만약 홍길동의 후예들이 있다면 오늘날 어떻게 살고 있을까?’ 18C 조선시대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을 모태로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홍길동의 후예>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탐관오리를 벌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는 홍길동의 이야기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친근함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이다. 또한 여전히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세상에서 캐릭터가 지닌 고유의 이미지는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영웅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홍길동의 후예>는 <엑스맨> 시리즈나 <다크 나이트>처럼 영웅의 고뇌와 심리적 갈등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주인공 무혁을 중심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의적활동을 펼치는 액션장면과 함께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코믹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영화는 자신이 홍길동의 18대 손으로서 의적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여자친구에게 말하지 못해 헤어질 위기에 처하고, 검사인 그녀의 오빠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가며 위기를 모면하는 그를 통해 영웅이라 하기엔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하려 한다.
정용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전작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 2>,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보여줬던 액션과 코미디를 선사한다. 하지만 <홍길동의 후예>는 두 요소 중 어느 하나 부각시키지 못한다. 영화는 이정민의 집에 몰래 침투해 금고를 터는 장면을 비롯해 도심을 가르는 야마카시 장면과 BMX 자전거 추격장면 등 다양한 액션을 관객에게 선사하지만 전작과 차별화 될 만한 장면들은 찾아 보기 힘들다. 더불어 액션 장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쓰인 배경음악은 액션의 감흥을 떨어뜨릴 만큼 자주 사용된다.
이어 극중 중요 캐릭터의 성격으로 인해 영화의 코믹함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상황은 계속해서 제시되지만 시종일관 진지함으로 일관하는 무혁 역의 이범수는 코믹함 보다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혁과 대결을 펼치는 정민 역의 김수로는 이전의 코믹한 모습을 버리고 광기 어린 모습으로 악역에 주력한다. 또한 무혁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연화 역의 이시영은 캐릭터 자체는 재미있지만 웃음을 주기 위한 지나친 설정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다행인건 <원스 어폰 어 타임>과 <국가대표>에서 웃음을 전했던 성동일이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번 영화에서도 감초역할을 충분히 해낸다는 것이다.
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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