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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이기심과 욕망이 부른 광신의 공포
불신지옥 | 2009년 8월 6일 목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예수천국 불신지옥? 간혹 시내를 걷다보면 이런 글귀가 쓰여 있는 팻말을 들고 있는 이들을 볼 때가 있다. 그것에 어떤 종교적인 의미가 있고, 어떤 의도에서 시작한 일인지를 떠나서 우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긴 하다. 처음에 영화의 제목인 <불신지옥>을 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비틀거나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시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닐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불신지옥>은 종교적인 배경이 아닌, 인간이 지닌 나약함과 욕망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나약함이 강한 믿음에 의존해 일상을 파괴하는 광기로 변화는 과정을 공포스럽게 그리고 있다.

서울에서 혼자 떨어져 대학 생활을 하는 희진(남상미)은 학교 수업과 과외,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힘겹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소진(심은경)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실종 신고를 하려는 희진을 막으며 기도만이 소진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엄마.(김보연) 하지만 결국 실종신고를 한 희진은 형사 태환(류승룡)과 만나고 그때부터 아파트 주민들은 잇달아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 속의 타살의 흔적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실종된 동생 소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희진은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는 종교적인 뉘앙스보다는 한국적인 정서에 기인한 공포를 다룬다. 귀신이 들리고, 작두를 타고, 무당이 굿을 하고, 부적을 쓰는 등의 토속적인 소재들을 차용했다. 현대 사회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전통적으로 경험해왔던 공포의 감성이 주축이 된다. 현대적인 변용이 이루어졌어도 그 근본의 영향력은 크다. 영화의 초반은 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언급되는 듯도 싶지만, 결국 그 믿음은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어떤 것’에 대한 맹신임을 알게 있다. 그리고 각자의 믿음은 욕망과 이기심에 의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원인을 제공한다.

영화의 기본적인 스타일은 의문의 실종과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해답을 지닌 동생의 자취를 찾는 과정에서 이웃사람들과 동생, 동생과 엄마 등의 관계가 밝혀지고, 과거에 동생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여러 일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건도 방향을 잡아나간다.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고, 그들의 죽음은 동생을 찾아가는 단초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극의 흐름을 흥미진진하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남상미는 물론 류승룡, 김보연, 심은경, 문희경, 장영남 등 ‘한 연기 하는’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불신지옥>은 영화 외적인 효과도 두드러진다. 건축학과를 나온 감독은 공포가 만들어지는 공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 사람의 키보다 낮은 복도식 아파트의 창문과 그를 활용한 이미지는 영화의 백미이며, 휴대폰 플래쉬 불빛에 의존해 묘사되는 지하실과 현실이 아닌 듯한 옥상의 이미지는 아파트라는 일상적인 장소를 낯선 공포의 공간으로 바꾸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영화 전체를 핏빛이 아닌 무채색으로 설정해 지옥 같은 현실을 차갑게 그려낸다. 게다가 빛과 어둠으로 시야를 통제하는 조명 효과는 기존의 공포영화들이 프레임으로 시야를 간섭했던 것에 비해 높은 몰입감을 준다. 사운드 역시 한 몫을 거든다. 공간을 울리는 사운드는 장소나 시간에 따라서 다르게 디자인 됐으며, 현실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 역시 미세한 필터링 효과가 느껴져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막연한 공포와 무엇인가에 의존하고 싶어 하는 나약한 심리다. 현실에서는 그것의 대상이 종교인 경우가 많지만, <불신지옥>에서는 종교가 아닌 각자가 믿고 싶어 하는 ‘어떤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자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의존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도움이었고,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과도한 집착은 결국 그들 스스로 ‘불신지옥’에 가두고 만다. 영화 속에 그려지는 맹목적인 믿음은 의존적이기보다는 공격적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인간이 갖고 있는 이기적인 욕망의 발현인 동시에 무엇인가를 믿고 의지하고 싶은 절박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불신지옥>은 한국적인 공포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놓은 영화다. 아이디어와 이야기 구성, 공간 디자인 등 지금까지 봐왔던 공포영화들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벌여놓은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침표가 한 점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결론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진행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어떤 원인과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불신지옥>은 관객에게 의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니라 뭔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며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미덕인 영화다. 이러한 부분이 <불신지옥>의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흥미로운 전개 과정 모두를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다. 약간의 아쉬움 때문에 오히려 이용주 감독의 차기작이 더 기대된다.

2009년 8월 6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종교적인 뉘앙스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없다면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 영화에 대한 호기심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향연
-종교적인 가치를 부정하고 비꼬는 내용일 것이라고 지례 짐작한다면
-영화는 마지막에 모든 이야기를 시원하게 풀어줘야 맛
-잔인한 비주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말초적인 자극에 길들여진 이들
28 )
ehgmlrj
공포영화는 별로 안좋아해서리;; ㅎ
그래도 대박나시길~!!   
2009-08-06 21:09
nilikili
기대기대기대~!!   
2009-08-06 20:36
kysom
정말 잘만든 공포영화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관객들이 공포영화를 대하는 관점이 과거와 달라진 것을 반영하는 것인지.... 전 IMDB평점이 5점만 넘으면 영화를 보거든요....?   
2009-08-06 18:19
justjpk
꽤 높은 평가네..
어쩌 끝이 확실하진 않은 듯..
갈수록 기대되는 영화~!!   
2009-08-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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