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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식인 멧돼지와의 사투, 하지만 조금 다른 스타일의 사투
차우 | 2009년 7월 10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10년째 범죄 없는 마을인 삼매리.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이 마을은 도시 사람들이 주말 농장을 가꾸러 오는 정도의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무덤이 파헤쳐지고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면서 마을은 공포에 휩싸인다. 이번 사건으로 손녀를 잃은 포수 천일만(장항선)은 토막 살인이 식인 멧돼지 차우의 짓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서울에서 파견된 강력반 신형사(박혁권)와 전문 사냥꾼 백만배(윤제문),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조교 변수련(정유미)은 차우를 포획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서울에서 좌천된 경찰 김순경(엄태웅)도 실종된 치매 노모를 찾기 위해 합류한다. 조금씩 차우에게 다가가는 5인의 추격대. 하지만 차우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들의 목숨을 노린다.

한반도 생태계의 가장 상위 포식자이자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곳곳에 출몰해 농작물 피해를 주고 심지어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는 동물, 멧돼지. 지금까지의 괴수 영화들이 외계 생물이나 잡종 교배, 화학폐기물의 오염 등을 통해 탄생한 상상 속의 존재를 주로 다뤘다면, <차우>의 우리에게 친숙한 멧돼지를 소재로 삼아 사실적인 공포를 준다. 신정원 감독은 여기에 단순 멧돼지가 아닌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식인 성향을 띄는 엄청난 크기의 괴수 멧돼지라는 아이디어로 영화적인 매력을 만들었다.

<차우>는 괴수 어드벤처라는 장르적인 완성도를 위해 멧돼지 CG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든 가장 중요한 것은 멧돼지의 존재였고,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제작팀의 선택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에서 CG를 담당했던 한스 울릭이었다. 여기에 <터미네이터 2> <쥬라기 공원> 등에서 비주얼 슈퍼바이저를 담당하고 <에라곤>의 연출을 맡은 스티펜 펭메이어의 조언도 받았다. 차우의 털과 몸 등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CG 차우’, 몸동작과 표정연기를 위한 로봇 ‘애니메트로닉스 차우’,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위해 움직임에 비중을 둔 ‘스턴트 차우’가 그것이다. 사실 <차우>에서 멧돼지 CG가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 존재 자체를 위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선결 과제였다.

또한 로케이션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6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마지막 차우와의 대결 장면을 찍은 강원도의 폐탄광을 비롯해 속초, 정선, 춘천, 속초, 미시령 등이 주요 장소로 사용됐다. 하지만 국내의 산악 지역은 산세가 험해 촬영이 쉽지 않아, 숲 전체를 배경으로 삼아야 하는 장면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그렌지 숲으로 떠나기도 했다. 참고로 그렌지 숲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의 추격 장면을 찍었던 바로 그곳이다.

여러 가지 정황이나 조건, 배경, 이야기, 연출 의도 등을 감안할 때 <차우>는 목숨을 담보로 식인 멧돼지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괴수 어드벤처가 확실하다. 예고편이나 영화 정보 프로그램, 홍보 자료 등을 통해서도 <차우>의 이러한 성격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영화의 큰 줄거리 역시 식인 멧돼지와 벌이는 치열한 추격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기에 수준 이상인 멧돼지 CG까지 더해졌으니 외형적 요소는 모두 갖췄다. 하지만 문제는 <고스트 앤 다크니스> <아나콘다>와 같은 완벽한 짐승 스릴러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장르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하더라도 <차우>는 전형적인 스릴러나 괴수물과는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공포가 엄습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정색하고 진행되는 영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약간의 허탈감을 줄 수도 있는 요소가 들어있다. 그것은 바로 <시실리 2Km>에서 이미 보여줬던 신정원 감독의 조금은 독특한 코미디 코드다.

<차우>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치명적인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사실 어떤 장르의 영화를 그 장르의 정통성에 맞게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후 다시 찾아온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어떤 위협적인 존재의 흔적이 조금씩 드러난다. 주인공들은 위협적인 존재와의 대결에 뛰어들어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 이런 류의 영화가 갖는 기본적인 장르의 틀이다. 만드는 감독이나 지켜보는 관객이 모두 알고 있는 공식이다. 굳이 이러한 규칙을 탈피해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사람들이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각 장르의 규칙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정원 감독은 넘치는 유머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래서 식인 멧돼지와의 사투라는 기본 골격의 마디마디를 코미디로 연결했다. 때로는 블랙코미디를, 때로는 슬랩스틱을, 때로는 캐릭터 코미디와 상황 자체를 뒤집는 반전 코미디 등 그 형식도 다양하다.

아마도 호불호가 나뉘는 부분은 이 부분일 것이다. <차우>가 공개된 이후, 영화에 대한 관점이 극명하게 둘로 나뉘었다.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영화로 후에 컬트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과 괴수 어드벤처에 대한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릴러의 요소가 많은 내용에 음산한 포스터까지 공개해놓고 중간 중간 코미디를 섞었으니, 코미디의 비중이 작다고 해도 결국 예상치 못한 요소에 더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사실 <차우>는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코미디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엇갈린 평가를 낳았다. 코미디는 장르를 불문하고 어딘가에 섞이기에 용이한 요소다. 하지만 괴수 어드벤처라는 장르 자체도 낯선데, 거기에 코미디까지 섞었으니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 쉬울 턱이 있나.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자면, 장르에 대한 다각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웃음의 코드가 멧돼지의 공포를 상쇄할 정도도 아닌데다가, 전체 이야기에 여유마저 생겼다. 덕분에 정통 괴수물을 만들기에는 조금 부족한 기술력과 조금 부족한 연출력과 조금 부족한 상황들이 오히려 만회된 부분도 있다. 정통 장르의 부담을 덜어내고 키치적인 장르 변형을 통한 과감한 시도가 색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차우>에 코미디 윤활유를 쳐서 유연한 영화로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 덕분이다. 5명의 추격팀은 물론, 마을 이장과 경찰소장, 비위가 약한 박형사, 미친 여자 등 다양한 캐릭터가 웃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 덕분에 억지스럽게 짜맞추지 않아도, 엎어지고 자빠지는 몸 개그를 하지 않아도, 욕하고 때리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멧돼지에 관한 부분보다 코미디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스포일러가 될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와 감각이 넘쳐 난다. 단순히 웃고 넘어가는 장면부터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장면까지 웃음의 범위도 넓다.

하지만 애초의 의도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상업영화란 모름지기 특정한 상업적 의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차우>는 색깔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고편과 홍보 등에서는 괴수 어드벤처로 확실한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시사회 직후, 코미디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관심의 이동이 극심하게 이루어졌다. B급 장르에 마이너적인 정서까지 녹여낸 감독의 유머가 장르의 틀을 깨고 과감한 재미를 갖췄다는 부분은 인정할 만하다. 덕분에 장르가 갖춰야하는 정통성에 대해 조금씩 모자랐던 부분도 상쇄됐다. 하지만 <차우>의 코미디가 부족한 부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면 곤란하다. 영화가 갖고 있는 애초의 의도와 형식적, 장르적으로 표방한 외형적인 요소에도 감독의 책임은 있다. 만약 괴수 어드벤처 자체가 트릭이었다면, 관객을 모두 속일 ‘작정’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적절하게 이용해 장르에 대해 재기발랄하면서도 삐뚤어진 견해를 표출하고 싶었다면 깜짝쇼를 하듯 코미디의 요소를 공개하는 것은 지양했어야 했다.

표면적인 장르나 전달 방식에 관계없이 <차우>의 주제 의식은 명확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어두운 일면과 심리적인 부분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그림과 동시에 식인 멧돼지를 통해서는 환경 파괴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서울과 시골의 경찰을 통해 공권력의 허술함과 권위적인 측면을 조롱하고, 치매 노파를 버리는 상상을 하는 김순경, 주인 없는 물건을 슬쩍 주머니에 넣는 신형사 등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멧돼지를 마주하자 바지에 오줌을 싸는 백포수를 통해서는 감춰진 나약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식인 멧돼지 차우는 자연이 인간에게 전하는 엄중한 경고와도 같다. 유전자 변이로 태어난 생물이지만, 이는 결국 인간이 자연을 훼손한 결과로, 영화에서는 유난스러운 유기농 주말농장과 대비되어 잘 표현된다. 생존을 위해 인간을 위협하는 차우의 모습은 식인 멧돼지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추격대의 모습과 겹치면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특히 수컷 어미의 죽음을 목격한 새끼 멧돼지가 영화 마지막에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미소에는 묘한 섬뜩함도 담겼다.

아직 <차우>를 보지 못하고 소식만 접하고 있는 관람 예정자들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인간을 통째로 삼키고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괴물 식인 멧돼지의 잔인한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다면 일단 기대치를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속에 녹아 있는 풍자와 유머에 배신감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다. 전개 과정에 웃음이 조금 섞였을 뿐, 식인 멧돼지와 벌이는 사투마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허탈한 영화는 아니니까.

2009년 7월 10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시실리 2km>의 신정원 감독의 독특한 유머 원츄
-잔인한 괴수영화보다 적당히 버무려진 코미디도 나쁘지 않지
-억지웃음은 싫지만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는 재치는 좋다
-다소 B급스럽고, 마이너하고, 키치적이고, 신랄하고, 풍자적인 마인드의 소유자 대환영
-스릴러 영화에서 웃음 나오냐? 뒤에서 식인 멧돼지가 쫓아오는데!
-손바닥을 흥건하게 할 긴장감과 공포, 잔인한 장면들‘만’ 엄청나게 기대한다면
-욕하고 때리고 엎어지고 자빠지는 코미디가 진정한 코미디라고 믿고 있다
-흥미진진한 연출력과 멧돼지 CG에 소름 돋을 준비 완료
-<괴물>을 잇는 우리나라 괴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라고 하던데요?
31 )
mckkw
잔인한 괴수영화보다 적당히 버무려진 코미디도 나쁘지 않지   
2009-07-20 12:23
mvgirl
오락성 괜찮군   
2009-07-17 09:11
justjpk
깜짝 놀라면서 유머가~   
2009-07-16 16:43
h39666
소재 만큼이나 이색적인 한국영화로 남길 빕니다.대박이던 쪽박이던~   
2009-07-16 15:33
gkffkekd333
과연...   
2009-07-14 23:51
okane100
왠지 별로일것 같은 ㅡㅡ   
2009-07-14 19:59
chunsahyun
분명 장르적 기대감을 품은 어떤 관객에겐 배반적인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분명 쏠쏠한 묘미가 있다.
>> 기자님의 간략평 중 위 내용이 가장 와닿네요-
배반적인 결과물이지만 유머코드만큼은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 홍보를 괴수영화라는 점과 코미디 요소까지 함께 포함해서 했다라면 저와 같은 사람이 적어졌을거라 생각됩니다.
CG에 투자한 비용이 조금은 아쉬워요..
'식인멧돼지'를 소재로 진정한 괴수영화를 만들었다면..하는
아쉬움은 어쩔수없네요..   
2009-07-14 13:43
sorigasuki
존재하지도 않은 식인 멧돼지를 상대로 연기를 펼친다는게 힘들었을것 같아요   
2009-07-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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