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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박물관을 누비는 유명인사들
2009년 6월 2일 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박물관은 미국에 있다

거물 감독 봉준호의 신작에 많은 관객이 몰리는 것이야 한국에서 이상할 것이 없지만, 미국처럼 <박물관이 살아있다2>가 한국 예매 순위를 지배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때문에 전편인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놀라운 성적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례였고, 속편 또한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도달했으니 그닥 한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가족영화'의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일이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다. 코미디로써 제 역할을 다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속편이다. 전편의 설정과 주인공을 그대로 가지고 오고 물량을 키워 더 거창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자주 보았던 더 큰 규모의 속편 〈나쁜녀석들2〉〈러시아워2〉정도를 생각하면 틀림없다. 전작보다 잘 만들었다는 〈대부2〉〈에이리언2〉정도는 아니지만 그 감독에 그 배우가 다시금 의기투합한 속편은 딱 전작정도의 재미를 준다. 전편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안전하게 선택할 만한 영화다.

전편에서 뉴욕 자연사 박물관 야간경비원이었던 래리(벤 스틸러)는 속편에서 자체발광 플래시를 발명해 대박을 터트린 사업가가 되어있다. 그러나 그가 일하던 자연사 박물관이 개보수하며 일부 전시물을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옮기는 일이 결정되면서 래리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전편을 본 관객이라면 알 일이지만 박물관 전시물이 생명을 얻어 돌아다니는 일은 고대 이집트에서 온 신비한 황금판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황금판이 없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이관된 전시물은 생명을 얻을 수 없게 되니, 래리에게는 친구와의 이별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스미소니언이 세계 최대 크기의 수장고를 갖춘 박물관이라는 점에 착안하면, 속편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뻔히 알 만하다. 이관 목록에 빠져 있던 황금판이 스미소니언으로 가고, 스미소니언이 소장한 전시물이 생명을 얻는다. 더 거대한 규모의 무대를 배경으로 더 시끌벅적한 액션, 할리우드가 선택할 만한 속편 전개다.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전시물

전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시물에 그 규모가 더 커지긴 했어도 한국 관객에게 <박물관이 살아있다2>는 여전히 뭔가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치고 받는 코미디 외에 '생명을 얻은' 전시물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작품인데,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전시물이 한국 관객에게는 낯설은 까닭이다. 반대로 영화 속에서 생명을 얻어 소동을 부리는 전시물에 익숙하다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전편에 이어서 속편에도 등장한 옥타비우스는 스미소니언의 전시물이었다가 살아난 고대 이집트 파라오 카문라에게서 친구인 카우보이를 구하기 위해 도움을 줄 사람을 찾는다. 물론 영화의 분위기를 따라 로마 황제인 옥타비우스에게 건곤일척 전쟁 끝에 과두정치를 제압하고 제정 로마를 가져왔던 역사적 카리스마 따위는 없다. 따라서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한국 독자에게도 익숙할 옥타비우스, 곧 위대한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기대하면 안될 것.

영화에서 옥타비우스 역을 맡는 이는 전편에 이어 코미디 배우로 이름 높은 스티븐 쿠건이다. 위기일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스미소니언 어디에서인가 조력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 속편의 개그 센스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친구인 카우보이는 미국 대통령이라면 도움을 줄 것이라는 나라 자랑을 했었고, 스미소니언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소문난 대통령의 유명한 전시물이 있던 것. 당연히 이 전시물도 황금판의 마력에 의해 살아났고,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을 구한다. 여러 영화를 통해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할 애이브러햄 링컨 석상이다. 할리우드 정치물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 순간 결정적인 선택을 하는 주인공이 자주 애용하는 상징적인 배경이자, 팀 버튼이 <혹성탈출>을 리메이크할 때 원작의 결정적 반전이었던 자유의 여신상 대신 써먹은 그 석상이다.

주인공 래리와 로맨스 구도를 이루는 여자 파트너를 맡는 여성 역시 미국인이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을 사람이다. 황금판의 마력에 생명을 얻은 전시물 중 하나인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대서양을 건넌 최초의 여류비행사로 유명한 인물. 한국이라면 <쳥연>으로 유명해진 박경원 정도에 해당될 이 인물은, 박경원처럼 비행 중 실종 처리로 역사에 기록된다. 미국에서라면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등에서 곧잘 등장하는 인물인데다 2009년 힐러리 스웽크가 타이틀롤을 맡은 <아멜리아>에서 다시 한 번 영화 주역으로 등장할 예정인 활동적인 여성. 영화에서는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주체할 수 없는 경쾌함을 선보였던 에이미 아담스가 아멜리아 역을 맡아 특유의 발랄함으로 연기한다.

미국적인 전시물은 주인공 래리가 사진 전시장으로 도망갔을 때도 여럿 나타난다. 악당 파라오의 사주를 받은 부하들이 래리를 쫓아온 상황에서 그가 도망가는 곳이 전시장 사진 중 하나 속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진도 살아났고, 흑백사진 속에 들어간 래리는 사진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던 후배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미국 유명 잡지 '라이프'에서 미국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찍은 보도사진 중 가장 드라마틱하기로 유명한 '종전 기념 키스'가 바로 그 작품으로, 종전을 알리는 방송에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른 상황에서 한 병사와 간호사가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포착한 유명한 사진이다. 영화에서는 사진 속으로 도망간 래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핸드폰을 이용해 재치 있는 장면을 하나 더 꾸미는데, 영화 자막이 올라갈 때쯤 나오는 이스터에그에서 직접 찾아보길 권한다.

더불어 영화 속 이 장면에는 미국적인 회화로 유명한 작품이 순식간에 여러 점 지나치는데 그 중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는 한국에도 매우 유명한 작품일뿐더러 수많은 할리우드 필름느와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역시 순식간에 출연 장면이 지나가기 때문에 익숙한 관객이 아니라면 놓치지 십상이다.

미국에 모인 미국 밖의 세상

최대 크기 박물관이 아무리 미국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미국 전시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전시물 중 가장 유명한 것에 속할 작품은 한국에서도 미술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가르치는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다. 원래는 '지옥의 문'이라는 거대 조각의 일부라는 이 작품은 전체 작품보다도 나체로 생각에 빠져있는 이 작품이 유명하고, 영화에서도 이 작품이 그대로 등장한다. 애당초 로뎅의 작품 자체가 형틀을 만들어 복제한 만큼 미국 박물관에 하나쯤 있다고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 다만 코미디 영화인 만큼 '생각하는 사람'은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몸매 자랑에 여념이 없다. 영화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을 거듭하다가 그의 앞에 있는 (황금판의 마력으로 살아난) 반 나체의 미인에게 잘 다듬은 몸매로 구애를 한다. 그의 앞에 있는 미인은 고대 그리스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상. 우리에게는 란제리 브랜드로 잘 알려진 '비너스'의 그리스식 이름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악당도 미국과 미국외 인물이 섞여있다. 황금판이 고대 이집트에서 온 만큼 파라오 카문라가 등장하는 것이야 당연하더라도, 이와 손잡게 되는 인물은 역사책과 영화를 통해서 한국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근대 프랑스의 전설적인 전술가이자 후에 황제가 되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프랑스 성격파 배우 알랭 샤바가 맡아 코믹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며 알프스를 넘었던 강인함과 카리스마 대신 살아생전 유명했던 짧은 신장과 이에 대한 컴플렉스로 뭉친 코믹한 인물이다. 이와 짝이 되는 인물 중 영화 내내 흑백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가장 유명한 마피아 보스인 '알 카포네'. 영화에서야 톰슨 기관총을 들고다니는 코믹한 보스일 따름이지만 <언터처블>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맡았던 배역이나 <스카페이스>에서 폴 무니나 알 파치노가 맡았던 배역의 모델임을 생각하면 얼마나 희화화 되었을지 짐작이 간다. 마지막 악당 멤버는 러시아의 이반 대제. 파라오의 동료 중 가장 유명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러시아 역사를 조금만 아는 관객이라면 존속 살인과 광기로 뭉친 그의 이력이 얼마나 코믹하게 그려졌는지를 보며 기겁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개봉하는 <박물관이 살아있다2>는 가벼운 코미디의 웃음뿐 아니라 정신없이 지나가는 전시물에 대한 재미 또한 쏠쏠한 영화다. 모르고 봐도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경구가 이만큼 어울리는 영화도 없을 듯싶다.

2009년 6월 2일 화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9 )
kisemo
기대되네요   
2010-04-04 13:08
shfever
보고싶네요ㅋ   
2009-06-28 21:21
mckkw
로뎅   
2009-06-22 22:32
kimjnim
애들이 무척 보고싶어하던데...   
2009-06-22 14:47
iamjo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재미있다는   
2009-06-17 14:18
mvgirl
가족영화   
2009-06-11 18:49
podosodaz
기대되네요   
2009-06-10 11:43
skdltm333
기대되네요..   
2009-06-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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