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대박을 기록한 <타짜>, 300만 명이라는 관객동원을 기록한 <식객>, 그리고 동명의 드라마들까지. 이 두 작품들 모두 원작은 따로 있다. 두 작품 덕에 사건사고 많은 연예인들 다 제치고 M본부의 ‘무릎팍 도사’까지 출연한 허영만의 만화가 바로 그 젖줄이다.
영화 <아파트>와 <바보>도 공통점이 있다. 물론 그리 관심가는 영화들도 아니고, 흥행도 쪽박 혹은 중박을 거뒀으니 아는 사람도 몇 없을 테지만 이 작품들 또한 원작만화의 인기만큼은 허영만의 <타짜>와 <식객> 못지않다. 바로 인터넷 만화의 대명사이자 수많은 네티즌 마니아를 거느린 ‘강풀(본명 강도영)’의 만화가 원작이라는 것이다.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원작자 ‘강풀’이라 적힌 한 줄이 다소 민망?한 영화들만 그간 나왔지만, 만화가 ‘강풀’! 그리 호락호락한 만화가 아니다. 그의 만화를 연극으로 만든 <바보>, <그대를 사랑 합니다>, <순정만화> 등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연극이고,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괴물2>의 시나리오에 참여 하고 있으며, 그의 만화를 아끼는 네티즌들 역시 어마어마한 수치를 자랑한다. 그런 강풀의 만화 중 세 번째로 영화화된 <순정만화>까지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니 아무리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들의 흥행 성적이 별로라 해도 그의 만화에는 무언가 매력이 있는게 분명하다. 그래서 <아파트>, <바보> 그리고 <순정만화>로 이어지는 강풀 만화 원작의 영화들에 대해 ‘깊게’는 아니더라도 ‘살짝’ 알아보자는 의미에서 한번씩 찔러 볼까한다. 도대체 얼마나 별로 였길래 쪽박을 차거나 지각개봉을 한 것인지, 무엇이 관객들을 분노하게 한 것인지 등등 지금부터 파헤쳐 보기로 한다. 지금부터 시작한다. 팍팍!!
겉 모양새로만 봐서는?
<아파트> 관객동원 : 56만 명 , 이슈와 안티는 대박! 비평과 흥행은 제대로 쪽박!
감독과 출연배우들만 봐서는 세 영화 모두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가위>, <폰> 으로 공포영화 장르로서는 유일뮤이하게 흥행 연타석을 날린 안병기 감독과 공백을 깨고 4년 만에 컴백한 고소영의 복귀작, 강풀 만화의 첫 영화화 등 갖가지 이슈거리를 몰고 다녔던 영화 <아파트>. 하지만 그 결과는 안병기 감독의 최고 쪽박영화, 미스 캐스팅 및 연기력 논란으로 안티 팬만 수두룩하게 모집한 고소영, 강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의 첫 실패라는 우울한 성적표만 남겼다.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했지만 유일하게 건진게 있다면 고소영의 연기력 논란 덕에 신인치고는 꽤 주목받은 장희진의 발견 정도가 아닐까 싶다.
<바보> 관객동원 : 97만 명 , 캐스팅과 흥행은 중박! 개봉일 잡기가 안습!
차태현과 하지원이라는 그럴싸한 캐스팅, <동감>으로 멜로의 붐을 일으킨 김정권 감독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던 영화 <바보>도 겉 모양새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의 저주라도 받기나 한듯이 개봉일도 못 잡고 창고에서 썩기 직전, 무려 2년 만에 개봉을 했으니 원작만화를 사랑했던 네티즌들이나 그 원작가인 강풀이나 감독, 출연자들 모두 영화 내용보다는 개봉 자체에 감동을 받은게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관객동원 97만 명이라는 꽤나 짭짤한 수입도 올려 주었으니 그 서러움 떨쳐 버릴만하지 않은가. 겉만 뻔지르르했던 <아파트>에 비하면 강풀에게는 영화 <바보>가 효자 노릇 톡톡히 한 셈이다.
<순정만화> 캐스팅은 제대로 중박! 흥행성적은 과연?!
그럼 곧 개봉을 앞둔 <순정만화>는 어떤가! 우선 시끌벅적한 홍보도 없고, 이렇다할 화젯거리도 없는 걸로 봐서는 겉 모양새가 살짝 ‘없어’ 보이기도 한다. <아파트>를 생각하면 느끼겠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그리 많은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로 멜로의 대명사가 된 허진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 류장하 감독, 인지도나 인기나 대박급은 아니어도 중박급은 확실히 되는 출연자들, 거기에 아이돌 가수들까지 가세했으니 중고딩 관객들 잡기는 쉬워 보인다. 강풀 만화를 사랑하는 네티즌들과 아이돌 그룹 팬클럽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만 받쳐준다면 요즘 불황인 한국영화계에서 관객동원 100만 명 내지 130만 명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좀 과한가?! 아무리 그래도 <바보>의 기록은 넘겨야 체면은 차릴 텐데 말이다.
영화는 재미있습디까??
<아파트> 이건 공포영화가 무섭기는커녕 지루해! 대체 뭥미??
강풀의 인기 만화 중 첫 번째로 영화화 되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더군다나 공포라는 장르이기에 호기심은 제대로 심어주었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공개됨과 동시에 갖가지 이유를 단 ‘비추 입소문’이 쏟아졌다. 이유인즉슨 공포영화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지루하고, 밋밋하다는 것. 원작만화의 미스터리한 재미를 살리기 보다는 주인공을 맡은 ‘고소영’에만 초점을 둔 듯한 스토리와 그녀의 어색한 연기가 제대로 영화적 재미를 떨어뜨려 준 것이다. 80년대 공포영화도 아니고 보일 듯 안 보여주는 귀신하며, 몇몇 장면을 볼모삼아 등급으로까지 낚시질을 했으니 정말 ‘이건 뭥미?’할 노릇이었던 게다. 만화를 보며 닭살 돋았던 만화 팬들이 영화를 보면서 분노의 주먹을 쥐었을 정도니 이 얼마나 애통할 노릇인가...
<바보> 구태의연해도, 감동이랑 솔솔한 재미는 있습디다!!
올해 초 경이적이라 할 만큼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영화 <추격자>와 같은 시기에 개봉해서는 잔잔한 입소문으로 ‘올해의 창고영화’로서는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바보>. 만화부터 연극으로까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원작에 차태현과 하지원, 박희순 등의 호연 등이 뒷받침 된 ‘알짜배기 영화’였다. 구태의연하다는 기자들의 비평과는 달리 시사회 후 일반관객들 사이에서는 감동적이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쫙 퍼졌다. 무엇보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와 ‘승룡이’라는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소화해낸 차태현, 티켓파워 지닌 소수 여배우 중 하나인 하지원까지 더해졌으니 2년 간 창고에서 나오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을 정도.
<순정만화> 보는 내내 신나지는 않아도, 보고나니 기분은 좋아집디다!!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영화 <바보>를 보는 동안 지루해 미칠 지경이었던 사람들은 이 영화도 보지말길 바란다. 로맨스 영화에서 스펙터클과 스릴을 기대하는 당황스러운 관객들이 있겠느냐마는 <순정만화>는 제목 그대로 만화처럼 아기자기한 로맨스영화라는 것을 다시한번 명심하시길. 스토리가 너무 유치하지 않느냐고? 남의 사랑이야기 듣고 앉아 있는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그래도 <순정만화>는 꽤나 귀엽고, 발랄한 연애담이라는 것! 배우들 연기가 좀 걱정된다고? 그런 걱정은 붙들어매도 되겠다. 가장 걱정스러울 슈쥬 강인도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줄 정도니까. (덧붙여, 소녀시대 수영이도 연기 좀 하던걸..!) 배꼽빠지게 ‘빵’ 터지는 폭소는 없을지언정 10분에 한 번꼴로 미소 짓게 해주는 영화인건 분명하다.
중ㆍ장년층까지 폭넓은 인지도가 있는 허영만의 만화와는 달리 강풀의 만화는 인터넷의 주 사용자인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연재된 만화들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10,20대의 정서를 담은 사랑, 우정, 사는 이야기가 주된 소재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바보>가 영화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흥행성적을 기록했지만 곧 개봉을 앞둔 <순정만화>와 독특한 소재의 <타이밍>까지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고 하니 강풀의 만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영화의 소재임에 분명하다. 사람들에게 만화로 주던 감동과 웃음을 연극과 영화로도 끊임없이 주는 강풀, 그의 만화는 앞으로도 쭈욱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여운있는 마무리를 위해 무릎팍 도사님의 표현을 빌려보고자 한다. 유쾌하고 즐거운 강풀의 만화여, 영원하라!!!!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살짝 링크건다. 올해 초 진행됐던 강풀 인터뷰
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 글_김진태 객원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