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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우린 액션배우다>를 보고 난 후...
2008년 9월 5일 금요일 | 신어지 이메일


정병길 감독 자신의 출생에서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개인사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시작되는 <우린 액션배우다>는 일종의 사적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윤성호 감독의 <우익청년 윤성호>(2004)나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2005)과 같이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소재로 엮어낸, 각자가 평생에 딱 한번씩 밖에 만들지 못하는 작품이라는 것이죠. 윤성호 감독이 자신의 성장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을 패러디하고 김경묵 감독이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졌다면 정병길 감독의 사적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는 서울 액션스쿨 8기생 출신인 그 자신과 절친한 인물들의 지난 몇 년 간의 통해 스턴트맨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똑같은 배우로서의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화려한 은막의 주인공들을 위해 자신의 얼굴을 감추어야만 하는 스턴트맨, 또는 단역 액션배우의 삶과 죽음은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느와르풍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GV에서 감독의 말처럼 스턴트맨들의 생활을 다룬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들은 대역 인생으로서의 '그늘 속 삶'에 치중해왔고, 그런 의미에서 <우린 액션배우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평범한 젊은이들로서의 좀 더 입체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에 관한 필름이라기 보다는 스턴트맨이기도 한 젊은이들에 관한 필름이라고 할까요. 수많은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이들이 공통점은 모두 2004년 서울 액션스쿨 8기 출신이라는 것 뿐, 이제 무술 감독으로까지 입봉한 권귀덕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스턴트맨이나 단역 액션배우 생활을 하면서 연극 무대에서 활동을 하기도 하고 홍대앞 카페을 운영하기도 하며 또 많은 이들은 영화 촬영 현장으로부터 아예 발길을 끊고 다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린 액션배우다>가 무척 영리한 영화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스턴트맨 또는 단역 액션배우를 지망했고 또한 지금도 그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인물들 자체가 좋은 영화적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물은 아무리 화질이 형편없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영상 기록으로서 관객들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그리 비싼 제작비를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린 액션배우다>는 그 많은 액션스쿨 8기생들이 대부분 영화 촬영 현장을 떠났는가에 대해서는 구태여 심각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활동하고자 하는 작가의 입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오락 이상의 무겁고 난해한 주제를 전달하지 않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을테지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현지 촬영 중에 사망한 지중현 무술감독의 사망과 그에 대한 등장 인물들의 추모하는 모습이 후반부를 장식하면서 <우린 액션배우다>는 자연스럽게 왠만한 극영화 한 편에 못지 않은 드라마틱한 플롯까지 갖춘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부분이 없었다 하더라도 주요 등장인물들의 유쾌한 모습들과 그것을 솜씨있게 편집해낸 정병길 감독의 재능이 빛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테지만, 만일 지중현 무술감독과 관련한 부분이 없었더라면 <우린 액션배우다>는 지금과 같이 깊이 있는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은 되지 못했을런지도 모릅니다. 이런 말까지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주요 등장 인물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지중현 감독의 죽음이 있었던 덕분에 극장 개봉이 가능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글의 앞머리에 사적 다큐멘터리에 관한 언급을 잠시 했었지만 <우린 액션배우다>는 다시 한번 '관객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들'에 관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누구나 이와 같은 소재를 가까운 거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정병길 감독과 같은 연출 능력과 편집 기술을 갖춘 것도 아니요, 더군다나 일반 극장 개봉이 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우린 액션배우다>만 하더라도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던 상업 극영화의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면서도 충분한 재미와 나름의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관객이 일방적인 수용자의 위치에 서야만 했던 영화 1.0 시대를 거쳐 이제는 영화 담론과 영화에 대한 선택권을 주도하는 것이 영화 2.0이라고 한다면, 영화 3.0은 관객들이 스스로 영화를 만들어 나름의 걸작을 양산해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이전 세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다른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공존의 형태가 되는 것이겠죠. 사적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 영화의 형태로도 영화 3.0이 조만간 도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글_신어지(영화진흥공화국 필진)

14 )
kisemo
기대되네요   
2010-05-15 13:41
sasimi167
포즈굿   
2008-12-30 14:46
joynwe
지금도 상영하나...   
2008-10-06 00:08
joynwe
흥행은 하고 있는건지...   
2008-09-24 08:28
podosodaz
평이 좋던데 보고 싶네요ㅎ   
2008-09-12 12:04
joynwe
관객평이 좋다는데...   
2008-09-10 22:09
justjpk
보게 되면 영화들을 더 잘 볼 수 있을 듯.   
2008-09-09 12:11
mvgirl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다큐일듯...   
2008-09-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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