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해피엔딩은 예지원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예지원의 능청스런 연기가 없었다면 억지웃음에 그치고 말았을 정도다.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상황과 상황에 예지원의 연기가 윤활유처럼 작용해 매끄럽게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재미를 선사한다. 독특함과 기발함으로 재미를 선사했던 원작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1999년)의 재미를 고스란히 재연해 놓았으면서도 색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코믹잔혹극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뉘앙스도 풍긴다.
칸느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예지원이 선정된다. 상을 수상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기 전날 밤. 이 세계적인 사건을 축하하기 위해 예지원의 남자친구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자신이 유일한 지원의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들. 일제히 청혼 반지를 꺼내는 바람에 지원이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몰래 지원의 환심을 사려는 남자부터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된다. 도둑을 잡겠다고 잠복근무 중인 형사가 들락날락하는 상황은 지원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먼저 남자친구들이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죽어가기에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다. 자신의 문란한 애정행각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지원이 이제는 시체를 숨기기에 혈안이 된다. 냉장고에 넣고, 욕조에 숨기고 그 시체들을 뒤처리하는 과정이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진행되는 상황. 죽은 시체들 처리하랴 아직 살아있는 남친들 진정 시키랴 지원의 이중 행동이 능청스런 연기와 함께 펼쳐지며 폭소를 자아낸다.
동생이 대규모 축하공연단을 집으로 몰고 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한 지원의 집. 그 와중에 사람들 눈 피해 시체들을 더 꼭꼭 숨겨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틈을 타 도둑이 집안을 활보하고 형사들이 뭔가 냄새를 맡고 찾아오면서 시체들과의 숨바꼭질이 절정에 달한다. 관객들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을 극중 상대 배우만 모르고 진행되는 상황. 당연히 관객들도 어수선한만큼 유쾌해진다. 원작의 잔혹함을 살짝 드러내고 여기에 코믹함을 덧입힌 전략 또한 무난하다. 죽어도 해피엔딩이란 제목처럼 깔끔한 마무리까지 유쾌하게 지켜보면 될 일이다.
글_김용필 객원기자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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