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느와르를 표방한 <우아한 세계>는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준 노회장(최일화)에게 충성을 다하고 고향친구이자 라이벌 조직의 간부인 현수(오달수)와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의리 있는 남자의 표본’까지 아우른다. 직업만 ‘조폭’일 뿐인 평범한 가장의 삶을 통해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가정도 챙겨야 하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다.
<연애의 목적>에서 남녀의 연애심리를 능청스럽게 그려낸 한재림 감독은 조폭이란 무거운 소재를 아버지란 친근함으로 접근, <우아한 세계>를 누구보다 인간적인 영화로 완성시켰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과 조폭의 일상이 ‘각자가 속한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덤덤히 전달하고 어느 가정마다 있을법한 갈등 요소를 자연스럽게 섞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 동조를 이끌어낸다.
영화 속 인구는 딸에게 냉대받고 조직에서도 견제 받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않는다. 단지 묵묵히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또 그게 자신이 바라는 삶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우아한 세계>는 단순히 ‘좋은 아버지와 나쁜 조폭’의 경계를 구분 짓기보다는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견제하고 타협하는 가장의 삶을 보여준다. 특히 핸드 헬드 기법으로 보여지는 몇몇 장면들은 언제 어디서 무너질지 모르는 그의 불안함을 대변함과 동시에 장르적 특징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복수는 나의 것>,<괴물>을 통해 애끓는 부성을 연기한 송강호의 연기는 어느 한 사람 튀거나 모자라지 않는 조연들의 호연과 맞물려 영화의 완성미를 더한다.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말하는 인구의 속내는 송강호로 인해 더욱 생생히 전달된다. “아버지는 강하다. 그러나 외롭다”고.
<우아한 세계> 시사현장 들여다보기!
2007년 3월 28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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