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기 좋은 날>은 18세 관람가 섹시코미디다. 위험하지만 살맛나는 두 유부녀의 불륜을 다룬 이야기라 예상된 부분이다. 미어터질 만큼 인파로 북적거렸던 기자시사 당일의 번잡함 역시 예고된 풍경이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김혜수 누님이 주인공으로 간택돼 스크린을 누빈다 하니, 죄다 만세! 만세! 만만세!를 외쳐대며 하던 일 작파하고 뛰쳐나온 것이다. 근데, 당 영화의 벗는 수위 그리 파격적이지 않음이다.
절정의 관능미를 과시하는 누님의 알몸 자태, 이거 하나에 완전 올인! 어떻게든 영접하고자 극장을 찾은 사내들은 낭패 보기 십상이다. 보일라 치면 결정적 순간에 등짝으로 마무리 돼 관객을 깊은 시름에 젖게 했던 등짝 무비의 범주에 놓여 있다. 속상하고 아쉬운 측면이다. 그래도 냉정히 생각해보면 기대치에 못 미쳐 그러지 이게 어디냐? 싶다. 야하지만 음탕하지 않은 섹시함을 영화 내내 흩뿌리시는 누님의 발랄하고 살 떨리는 자태는 스크린을 압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충무로를 호령하고 있는 김혜수의 두터운 존재감에 더해 불륜을 다룬 영화라는 측면에서 그녀의 노출 수위는 관객의, 특히 뭇 사내들의, 입장에선 나름 중차대한 사안이기에 잡스럽게 한번 떠들어봤다. 우연찮게도 영화의 이야기 역시 이와 유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쉬운 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즐길 만한 구석 또한 다분하다는 거다. 영화는, 파국으로 치닫는 치정극을 진중한 화법으로 풀어낸 <해피엔드> <언페이스풀>과 달리 바람난 그녀들의 한 때를 시종일관 발랄무쌍한 분위기로 담아낸다. 윤리적 차원과 도덕적 잣대의 엄격함이 아닌 하나의 놀이이자 소동의 왁자함으로 유부녀의 일탈을 묘사한다. 죽음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끌어안았던 <행복한 장의사>의 장문일 감독다운 선택이다. 특히,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입과 몸을 빌려 펼쳐지는, 귀를 애무하는 듯 대담하고 야릇한 대사는 재기발랄함으로 그득한 영화의 정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다. 물론, 김혜수, 윤진서, 이민기, 이종혁 등 번외 침실노동을 펼치는 이들의 호연과 찰기 넘치는 호흡이 있기에 가능했던 영화의 미덕이다.
허나, 바람난 두 여인이 서로 공감하며 연대하는 중반부터는 전반까지 먹혔던 약발이 떨어진다. 노란무(닥광) 없는 김밥 먹듯 뭔가 빠진 듯한 이야기는 공회전 하듯 뻗어나가지 못하고 속 시원한 그녀들의 행보를 보여주는 데 실패한다. 관객을 설득하기에는 요령부득인 셈이다. 억압된 일상으로부터, 잠깐 바람 쐬듯, 살짝궁 탈주하려는 그녀들의 자유로운 의지와 욕망을 통해 우리네 삶과 찰나를 돌아보며 성찰하기엔 드라마의 힘이 약하다. 그럼에도 앞서 말했듯, 매력 범람하는 입체적 캐릭터들의 대활약으로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하다. 강박적으로 무겁게 다가가야만 할 거 같은 민감한 소재를 통아저씨의 그것마냥 가벼운 유희의 몸짓으로 돌파한 <바람 피기 좋은 날>의 화법 역시 신선하다. 안 그래도 고단한 세상살이! 때로는 가뿐한 제스처와 시선이 약이 된다. 진지함과 신중함이 능사는 아니다. <바람 피기 좋은 날>이 그 이상의 진전을 보여주지 못한 건 참으로 아쉽지만 여하간 그렇다.
2007년 2월 9일 금요일 | 글: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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