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 형님 또 오바하셨다.
<홀리데이> 기자시사 당일 무대인사에 올라 그만의 유별난 화법과 행동으로 객석을 황당함과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지 않나 여하간 여전하시다. 근데 본 필자, 많은 이들이 부담스럽게 느끼거나 혹은 희화화돼 회자되고 있는 그의 스타일! 오래전부터 좋아한다. 이거 정말이다.
돌출적 발언과 갑빠 가득 일상적 어투로 늘상 화제를 몰고 다니는 최민수! 아무리 뭐시기하고 거시기하고 한다손 치더라도 그가 뿜어내는 절대적 권능의 ‘갑빠’ 만큼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할리우드와 견주어 봐도 단연 지존이요. 독보적 아니냐? 뭐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는 말씀이다.
아무튼, 그런 그가 금이빨을 장착하면서까지 나쁜 놈 캐릭터 창출에 고심한 흔적을 역력히 드러내며 이성재와 호흡을 맞춘 <홀리데이>가 언론에 공개됐다. 1988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세상을 뒤로 했던 지강헌 사건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버무린 당 영화! 예상했던 대로 양윤호 감독 스타일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작품이었더랬다.
극한에 상황에 내몰린 사내들이 남은 건 악 밖에 없다는 듯 악다구니한 깡을 온몸에 두르고, 지리멸렬한 세상과 맞장을 뜬다는 기둥 줄거리! 그리고 요러한 이야기에 빠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기계적으로 등장하는 장렬한 비장미!
양윤호 감독의 이 같은 패턴은 <리베라 메>와 <바람의 파이터>에 이어 <홀리데이>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문제는 과도함에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적당하면 드라마의 밀도를 높이는데 더할 나위 없지만, 보는 이의 가슴을 작심하고 두드리고 싶은 나머지 적정선을 넘어 오바모드로 들어가면 알다시피 이야기의 찰기! 본의 아니게 떨어짐이다.
일례를 들자면 이렇다.
단단한 결기가 느껴짐에도 어쩔 수 없이 민망스러웠던 <리베라 메> 박상면이 담배 하나 꼬나물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기 전 딸에게 해줬던 그 필살의 멘트 “아빠는 대한민국 소방관이야!” 이와 맞물려 <홀리데이>의 탈옥수 대철과 광팔이 경찰과 대치 중 아니나다를까 담배 하나 꼬나물고 장렬하게 삶을 마감 하기 전 이런저런 막판 멘트를 주변환경 전혀 고려없이 주구장창 사정없이 날리는 지루찬란 신! 등 이 정도면 됐다 싶은 보는 이의 바람을 넘어 걍 오바해 버리고 마는 장면들이 영화에는 적잖이 산재해있다.
탈옥수들의 기구하기 짝이 없는 고단한 삶을 참으로 공평무사하게 화면과 그들의 입을 통해 죄다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식 역시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친절하다. 탈옥수로 분한 조연들의 아니 탄탄한 어색 연기 또한 본의 아니게 여기에 일조했고.
허나.....이러한 자충수를 걷어 내거나 혹은 그 안에서 진행되는 그러니까 오바 직전의 드라마만 보자면 당 영화에는 얼굴 후끈! 가슴 울컥! 하는 감정적으로 동일화될 수 있는 힘 있는 화면 또한 분명 존재한다.
특히,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흘려보내며 참담한 말로로 남루한 인생에 종지부를 찍는 지강혁과 인질로 잡힌 소녀의 엔딩 신은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상당한 감량을 통해 빨래판스런 근육으로 스크린을 장악한 이성재의 발군의 연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세상을 향해 그가 내던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당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는 비루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기에 그 울림은 더더욱 크다.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거니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거부하기 힘든 강력한 정서다.
쪽머리 헤어스타일과 금이빨 그리고 시신경을 박박 긁는 듯한 어투로 악랄한 경찰관 캐릭터에 나선 우리의 갑빠 배우 민수 형님! 그의 모든 것을 그닥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분들은 여전히 힘들어간 그의 모습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단, 자신의 캐릭터를 ‘뱀’의 이미지로 떠올렸다고 전한 최민수의 말만큼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분명 설득력 있다.
없이 사는 게 어느 덧 일상이 돼 버린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가 때로는 따로국밥처럼 부유하고, 때로는 더없이 공명해 가슴 턱까지 울분이 솟구쳐 오르는 <홀리데이>, 여러모로 아쉬움과 만족스러움이 교차하는 영화다.
● 덧붙여
당 영화 <홀리데이>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가공할 만한 대사 한 마디가 등장한다. 대체 불가능한 최민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 대사!
지강혁에게 당한 후 병원에 입원 중 그 쪽팔림 수모를 한시라도 빨리 되돌려 주기 위해 머리를 삼발하고 링겔을 꽂은 채 야수처럼 울부짖으며 완전 입원실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우리의 민수 형님! 몹시도 힘이 드셨는지 한 템포 쉬신 후 한 멘트 날리신다. 처절한 단말마를 예의 그 특유의 말투로....
“옷!!! 가져와~”
...............아~~~정말이지 맞닥뜨려 보면 아시겠지만 그 순간..... 거의 죽음?이다. 요지부동하던 괄약근마저 움찔할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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