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 해를 ‘친일논란’으로 떠들썩하게 마무리 지은 <청연>은 많이 알려진 대로 긴 산고의 고통을 몇 년간 참아내고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이다. 역사적으로 암울한 일제 강점기 때 ‘비행사’가 꿈인 박경원의 삶과 꿈을 다룬 이 영화는 ‘개인’의 행적을 ‘이념’으로 해석하지 않고 한 여성이 꿈을 이루기 위해 좌절하고,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고자 연출의도에 충실한 작품이다.

<청연>을 영화로 보지 않고 다큐멘터리로 접근한다면 분명 더 덧붙여질 내용이 많겠지만 영화의 접근방식을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미화’혹은 ‘비하’로 구분한다면 <청연>은 사실 그 두 가지 모두 선택하지 않았다. 단지 <청연>속 박경원은 그녀가 학비를 벌기 위해 택시를 운전하고 정식 비행사가 된 후 고국비행을 꿈꾸며 ‘후원금’을 모으러 다니면서 픽션으로 더해진 동료들의 우정과 사랑, 조국에 얽힌 개인적인 고뇌를 보여주고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창공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볼거리와 사실적인 화면은 한국 영화상 근 진보한 영상으로 완성돼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잊게 해주며 사랑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의 심리는 장진영만의 집중된 연기력으로 빛을 발한다. 김주혁이 연기하는 ‘지혁’이야말로 ‘친일파’아버지를 둔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비록 허구지만 그들이 ‘대한적색단’으로 몰려 고문당하는 장면과 지혁의 희생과 내조는 ‘전기영화’특유의 영웅화를 희석시키고 여자 박경원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그녀가 일장기를 흔들며 고향을 빗대어 ‘청연(푸른 제비)’라 이름 붙여진 비행기에 오를 때 짓는 무표정함이 영화 후반부 실제 박경원의 기념비를 방문한 장진영의 모습과 겹쳐져 인간 ‘박경원’의 삶은 과연 어땠는지 유추하게 만드는 이 영화에 더 이상 ‘개념’의 잣대는 들이대지 말자. 요절한 그녀의 삶은 충분히 치열했으니까.

- 순수 '영화의 재미'를 추구하신다면! - 주연배우들의 연기력에 올인 하실분들! - 특수효과와CG처리의 어색함에 질리신 관객들 죄다 모여~! (정~말 기술진보했더군요!) - '페미니스트'야 말로 '여성운동'에만 국한된 단어라고 생각한다면.. - 친일논란의 진위에만 관심있는 사람. - 평생 살면서 '전기'영화나 '위인전기'등 '남의 인생'에 알러지가 심하셨던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