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흡사한 지능을 가진 돌고래들의 멋진 쇼를 보고 즐기던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그들이 손을 흔들고 점프를 하고 공을 돌리는 행동 모두가 지구 멸망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수신호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SF영화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총집합 해 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는 이런 기발한 장면으로 발랄하게 시작한다.
지구가 멸망한다지만 그 시작은 그렇게 경쾌한 뮤지컬 음악과 화려한 돌고래 쑈로 시작된다. 필름 포럼에서 단관 개봉하는 이 영화의 원작은 동명소설로써 70년대 후반 BBC 방송의 라디오쇼로 처음 소개된 뒤 소설과 TV 미니시리즈, 연극, 게임으로 까지 확장되어 인기를 모아왔다. 27년 만에 진행된 영화화는 시리즈의 창안자며 원작의 소설가인 더글러스 애덤스가 직접 각본의 초안을 담당하다가 젊은 나이에 사망했고 그 뒤 <치킨 런>의 각본가 케리 커크패트릭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영화는 십년지기 친구가 가까이 지낸 친구가 사실은 전 우주의 필독서인 ‘은하수를 여행하는…..’의 필자이고 베텔게우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며, 몇 분 뒤면 지구가 멸망한다면서 외계에서 여행할 때 필수품인 ‘타월’을 챙기라며 재촉하면서 시작한다.
자신의 집이 갑자기 철거대상이 된 것도 황당해 격분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구가 은하수 우회도로 건설로 인해 철거대상으로 지정됐다며, 철거하러 온 외계종족의 우주선에 히치하이킹을 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15분만에 우리는 지구가 수많은 말뚝이 박힌 채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보게 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은하계에서 가장 진보된 우주선인 '순수한 마음'호에 탑승하게 되는데 우주선 안에선 노홍철과 흡사한 우주 대통령(샘 록웰)이 자신과 어머니 세 명이 같다며 포드와 사촌간임을 밝히며 반가와 하지만 그는 일전에 지구에와서 주인공 아서(마틴 프리맨)의 마음을 뺴앗은 트리시아(주이 데샤넬)를 가로챈 과거가 있다.
그렇게 우주선에서 트릴리안으로 개명한 트리시아와 마주친 아서는 사이버네틱스사가 만든 인간형 로봇 마빈과 함께 은하계를 여행하며 SF영화 역사상 가장 기발하고 황당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기괴한 유머가 난무하고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존 말코비치가 눈도 없고 발도 없는 일종의 사이보그로 나오는 것도 쏠쏠한 재미지만 <러브 액츄얼리>의 빌 나이 (록커 빌리 맥 분)가 지구를 설계한 수석 건축가 ’슬라티바패스트’로 나오는 것이 영화의 전체 장면 중 가장 허를 찌르는 재미를 준다.(진지한 그의 대사는 전작의 촐싹거리는 노장 락가수와 오버랩 돼 기묘한 폭소를 자아낸다.)
총 5권으로 이뤄진 소설중 한 편만을 영화화한 탓인지 몰라도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광선검은 사실 식빵이 잘라지면서 저절로 구워지는 칼이었으며 ‘우주란 무엇인가’란 답을 계산하는 슈퍼 컴퓨터의 답이 생뚱맞게 숫자 42인 이유는 개연성 없이 툭 튀어나온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실험용으로 쓰이는 생쥐의 주문으로 지구가 건설 됐으며, 만화 ‘스누피’에서 나오는 라이너스가 애지중지하는 담요처럼 큰 타월을 챙기는 주인공들의 행동은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서 인지 만성 우울증에 시달리는 로봇 마빈의 모습과 맞물려 인간사회에서 유하게 취급되는 사회상을 여지없이 조롱한다.
드라마적 개연성과 논리를 무시하고 황당한 상상력을 무기로 익살스러운 농담처럼 전개되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오르면서 시작된다. 범우적인 시공간에서 얼마나 사사로운 해프닝이 실제로 일어날수 있는지 짧은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가 끝나더라도 절대 먼저 일어나지 마시길. 하긴 그 유쾌함과 포복절도함으로 허리가 펴지지 않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