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썰트 13>은 외부의 적인 범죄자들과 손잡고 내부의 적인 경찰을 막아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영화 초반 우리들의 영원한 꽃미남 에단 호크는 말 그대로 늙어서 나온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보여진 풋풋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능력 있는 경찰이었지만 팀원들이 자신의 실수로 죽었다고 자책한 그는 약 없이는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경찰로 전락했다.
눈 내리는 도시, 곧 폐쇄 될 외진 경찰서. 그 곳에 마약계 최고의 악당 비숍이 호송되어 오고, 그와 손잡은 비리경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제거 해야 한다. 존 카펜터 감독의 1976년 화제작 <분노의 13번가>를 리메이크한 <어썰트 13>은 ‘내부의 적’이란 소재로 영화의 반전을 이끈다. 바로 그 내부의 적이 경찰이란 점이 흥미롭다. 범죄자와 경찰 사이의 대립은 경찰과 손잡은 범죄자가 나쁜 경찰과 대결하는 구도로 바뀐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이 영화는 경찰의 모습을 절대 호의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중무장을 한 부패 경찰은 사회악으로 불려온 범죄자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죽이고, 관련된 선량한 동료 경찰들도 죽이려 든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갈등의 모습들은 범죄 영화에 있어서. 하지만 현란한 액션 없이도 제대로 된 번역이 주는 감칠맛 나는 대사와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의 어울림은 한철 영화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영화로 다가온다.
서로 원수일수 밖에 없는 로닉(에단 호크)과 비숍(로렌즈 피쉬번)의 기묘한 우정은 특수경찰들이 들이 닥치고 헬기 공격이 시작될수록 점점 확고해 진다. 오합지졸로 나오는 조연배우조차 독특한 연기 경력을 쌓아가는 연기파 배우들로 채워져 있어 영화의 갈등구조가 읽히더라도 실망하지 마시길.
“ 저,8명만 죽이면 경찰 가족 33명이 산다”라고 말하는 가브리엘 번은 가족애와 동료애를 내세우지만 이익과 생존 앞에서 한없이 간사해지는 비리 경찰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특히 경찰서를 탈출하는 벡(존 레귀자모)과 스마일리(자 룰)을 쏴 죽이는 장면은 정신과 의사 알렉스(마리아 벨로)를 죽일 때와 마찬가지로 적나라한 상흔을 그대로 보여준다.
흰 눈 위에 퍼지는 뜨거운 붉은 피는 절대 선이라고 믿는 모든 것들이 알량한 도덕심으로 포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고 등으로 비춰진다. 폭력의 비정함이 흐르는 가운데 결국은 선이 이긴다는 설정이 빤히 보이는 점이 아쉽지만 미국 액션 스릴러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