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거래>는 연쇄 살인사건을 조작하고 범인을 만들어 대국민 이벤트를 벌이는 경찰, 검찰, 스폰서 기업가들의 부당한 거래를 그린 작품이다. 권력층의 부정부패, 검사와 스폰서 문제, 입찰 비리 등 대한민국의 살풍경이 120분 동안 스크린을 채웠다. “발목을 잡고 잡고 잡고 가도 끝이 없는 먹이사슬 구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가 이토록 절묘하게 표현 된 작품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이었다. 또한 영화에는 이준익 감독과 <나의 결혼원정기>의 황병국 감독, 씨네2000 이춘연 대표가 카메오 출연해 웃음을 안겼다. 영화판에 오랫동안 몸담고 계신 분들이라 그런지, 연기력들이 배우 못지 않았다.
● 한마디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실패 이후, 류승완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진다. 액션에 힘을 빼고 돌아 온 <부당거래>는 분명 류승완의 각인이 발견되는 영화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혀 새로운 영화다. <다찌마와 리>때처럼 벼르고 유머를 던지지는 않지만, 그 어떤 유머보다 강력하다. 액션 강도와 시퀀스도 줄어들었지만, 액션이 극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강화됐다.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 유려한 카메라 워크, 디테일하게 채집된 경찰세계의 생리, 소름 돋는 예상 밖의 반전 등 전체적인 만듦새가 탁월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10년. 10년 전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류승완에게 <부당거래>는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보여주기의 덫에 빠진 듯한 류승완 감독의 작품들은 항상 내게 2% 부족하게 느껴졌다. 내러티브에 약점을 보인다거나 일부 마니아층을 겨냥한 영화처럼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 <부당거래>는 확실히 달랐다. 액션에 힘을 빼고 그 공간을 탄탄한 스토리와 위트있는 배우들의 연기로 채웠다. 그렇다고 액션이 실망스럽지도 않다. 영화 내내 액션 장면이 깔려있는 것보다 간간이 나오는 액션장면이 오히려 더욱 눈에 띄고 임팩트 있었달까? 단, 류승완 감독은 액션에 힘을 뺐다지만 아직도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감독 같다. 후반부에 이르러 관객에게 허를 찌르는 반전을 안겨주었을 때 영화가 거기서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여지없이 감독은 모든 인물의 최후를 낱낱이 보여주며 영화를 마무리 지었다. 이 점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부당거래>는 하반기 흥행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아임 무비스트 배은선 작가)
류승완 감독 영화의 관심은 환경에 의해 폭력에 물들고 악을 일삼을 수밖에 없는 개인에 있다. 그런 점에서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진 않았지만 전작과 많이 닮아있다. 권력의 먹이사슬에 사로잡힌 인간 군상의 모습을 조롱하듯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웃음 속에서 가슴 서늘한 풍경을 예리하게 길어 올린다. 롱숏과 클로즈업의 적절한 활용이 만드는 긴장감을 비롯해 각본에 잘 어울리는 안정적인 연출이 좋다. 물론, 류승완 감독이 전작들을 통해 보여준 장르영화에 대한 매혹과 B급 정서가 줄어든 변화는 조금 낯선 감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보여준 류승완 감독의 대중적인 화법이 극대화된 작품이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