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강물, 모든 창조물의 막을 수 없는 흐름 사물은 순식간에 존재를 잃고 다른 사물에게 그 자리를 내준다 오직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다... -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에서-
햇살에 일렁이는 물결 위로 아우렐리우스의 글귀가 펼쳐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흐름 뒤엔 새로운 존재가 되물림 되고 만다는. 이것이 바로 영화 [텐 미니츠 트럼펫]의 오프닝이다. 휴 마세켈라가 마일즈 풍으로 부는 트럼펫 소리를 바람삼아 영화 한편의 엔딩이 물결 위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감독의 이름이 마치 강물의 흐름을 알리듯 새로운 영화 한 편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시간은 이야기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흐른다는 어떤 시칠리아인의 말에 영감을 얻어 시작된 이 영화의 스토리는, 1만년의 시간 속으로, 혹은 담배 한 모금처럼 아쉽게 사라지는 망각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한다.
시간과 이별하고 또 만나면서... 10분만큼 자라고 또 늙어가는 우리의 이야기
1962년 프랑스의 영상시인 크리스 마르께가 시간여행의 패러독스를 다룬 영화 [라 쥬떼]를 만든다. 1975년 라트비아 다큐멘터리 운동의 핵심멤버였던 헤르쯔 프랑크가 다큐멘터리 [텐 미니츠 올더]를 발표한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때, 어떤 시실리 할아버지가 옛날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칼비노에게 들려준다. 칼비노는 이 이야기를 대학에서 강연한다. 누군가 그 내용을 적어 책으로 출판한다. 그 책을 읽은 니콜라스 맥클린톡은 컴필레이션 영화를 기획하고 헤르쯔 프랑크 영화에서 제목을 빌리기로 한다. 그리고 먼저 빔 벤더스에게 전화를 건다. 영화 [텐 미니츠 트럼펫]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냇물이 지류로 갈라지다 다시 강물에서 모이고, 또 흩어졌다 바다에서 만나듯, 시실리의 할아버지와 프랑스, 라트비아의 다큐멘터리스트, 이탈리아의 소설가, 고대로부터 전해온 생각의 강물이 우연히 또 운명처럼 오랜세월을 거쳐 만났다. 그래서인지 영화 [텐 미니츠 트럼펫]은 각각 10분의 분량을 갖고 있지만 일곱편 모두를 보고 나면, 탄생부터 죽음까지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단편은 마치 다른 악기와 박자로 연주하지만 자유롭게 섞이고 또 섞여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재즈처럼 시간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 완성시킨다. 초침소리처럼 시계추에 매달려 사는 우리를 편안한 휴식으로 안내해줄 영화 [텐 미니츠 트럼펫]. 낙엽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과 이만큼 잘 어울릴 영화가 어디 또 있을까.
시간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지는 7인 7색의 다양하고 특별한 옴니버스 영화 2002년 칸느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부문 초청!
핀란드의 아끼 까우리스메끼, 스페인의 빅토르 에리스, 독일의 베르너 헤어조그와 빔 벤더스, 미국의 스파이크 리와 짐 자무쉬, 중국의 첸 카이거까지. 색깔로도 명백히 다른 일곱가지 색이라 할만큼 영화 세계가 확실한 7인의 거장들이 [텐 미니츠 트럼펫]이라는 한 편의 영화 아래 모였다. 주어진 시간은 10분. 소재만큼은 완벽하게 감독의 영역으로 주어진 이 영화에 7인의 감독들은 남미 정글에서 캘리포니아 사막, 스페인 시골에서 뉴욕의 거리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개성이 넘치는 7편의 단편들을 완성해 내었다. 이 독특하고 재기 발랄한 창조물이 하나의 영화로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한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겸 프로듀서인 니콜라스 맥클린톡은 자금의 문제를 겪으면서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빔 벤더스, 켄 로치 영화의 프로듀서였던 울리히 펠스버그가 제작비를 조달했고, 빔 벤더스와 짐 자무쉬 감독이 참여하자, 세계 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15명의 감독 섭외가 가능해졌다. 이 영화의 취지인 완전한 창조적 자유로움에 깊이 매료된 그들은 몇 년 간 생각해왔던 자신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10분 안에 담아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2002년 칸느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부문에 출품된 이 영화는 2002년 11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다.
텐 미니츠 첼로(Ten minutes older Cello)
태생은 같은, 그러나 또 다른 8인의 색다른 시간에 대한 해석
[텐 미니츠 올더] 프로젝트는 처음 기획단계부터 2부작으로 진행되었다. 즉, [텐 미니츠 첼로]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15명의 저명한 감독들의 10분 남짓한 단편 영화를 담은 [텐 미니츠 올더] 2부작 중 모두 8명의 감독이 참여한 두 번째 작품인 것이다. 2002년, 동시에 제작에 들어간 이 2부작 프로젝트는 먼저 [텐 미니츠 트럼펫]이 완료될 즈음에 [텐 미니츠 첼로]의 제작이 한창 진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텐 미니츠 트럼펫]은 칸느 영화제에, [텐 미니츠 첼로]는 베니스 영화제에 각각 초청 받는 영광을 안기도 하였다. [텐 미니츠 첼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클레어 드니(Claire Denis),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마이크 피기스(Mike Figgis), 마이클 래드포드(Michael Radford), 이리 멘젤(Jiri Menzel), 폴커 슐렌도르프(Volker Schlondorff), 이스트반 자보(Istvan Szabo)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개성있는 감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한 번에 내노라 하는 감독들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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