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게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예술영화의 전통을 이탈하지 않는 희귀한 재능을 가진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두 편의 단편영화를 만든 후 83년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을 코미디로 바꿔놓은 <죄와 벌>로 장편 데뷔했다. 이후 <오징어 노동조합>, <햄릿, 장사를 떠나다>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 유머스러한 비극을 이끌어내는 능력으로 비평가들과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우체부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접시닦이 경력까지 쌓았던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정식으로 영화를 공부한 적이 없다. 우연히 영화에 흥미를 느껴 영화평을 쓰던 중, 형인 미카 카우리스마키가 감독으로 데뷔하자 함께 영화계에 뛰어들게 되는데, 두 형제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핀란드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빌-알파’라는 영화사를 차리고, 80년대에 핀란드에서 만들어진 영화 중 5분의 1을 만들어내는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89년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전설적인 락그룹 레닌그라드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이다. 이 영화는 카우리스마키의 영화중 가장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언제나처럼 관객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가 대중들에게 어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헐리웃이 탐내는 1순위 감독이지만, “내 신조는 절대로 미국 서해안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광이야 가겠지만... 선텐오일 냄새가 너무 싫다.”라는 괴팍한 대답으로 헐리웃에 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후 그는 <과거가 없는 남자>(2005)로 제50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르 아브르>(2011)로 제64회 칸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희망의 건너편>(2017)으로 제64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한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를 번복하고 6년 만에 <사랑은 낙엽을 타고>로 돌아와 제7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미니멀리즘을 고수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작품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많지 않고, 사건들은 평범한 방식으로 전개되며, 등장인물들은 홀로 남겨진다. 그러나 비극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결국 살아남는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건조하고 염세적이지만 인간을 향한 연민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의 신작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휴머니즘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올해 마지막 사랑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들에게 눈부신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FILMOGRAPHY <사랑은 낙엽을 타고>(2023), <희망의 건너편>(2017), <르 아브르>(2011), <황혼의 빛>(2006), <과거가 없는 남자>(2005), <성냥공장 소녀>(2001), <나는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했다>(1990),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모세를 만나다>(1993), <천국의 그림자>(1986), <오징어 노동조합>(1985), <죄와 벌>(1983)외 다수
수상경력 제7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사랑은 낙엽을 타고> 2023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올해 최고의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제40회 뮌헨국제영화제 관객상 <사랑은 낙엽을 타고> 제59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실버휴고 감독상 <사랑은 낙엽을 타고>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희망의 건너편> 2017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올해 최고의 영화 <희망의 건너편> 제64회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르 아브르> 제29회 뮌헨국제영화제 Arii 상 <르 아브르> 제47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골드휴고 작품상 <르 아브르> 2002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올해 최고의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 제5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과거가 없는 남자> 외 다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