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상상력, 2000년대 코미디
[플란다스의 개]는 뛰어난 상상력의 코미디다. 봉준호 감독을 조금이라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기발함에 배꼽을 잡을 터인데 이 영화가 꼭 그렇다. 조용하던 아파트가 어떻게 사건속으로 빠져들어가고 그 속에 배치된 인물들이 어떻게 들썩거리고 마지막엔 마치 고장난 롤러코스터를 타듯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상황까지 감독은 경쾌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을 준비를 하게 하는 능수능란함과 곳곳에 배치시켜놓은 디테일에서 발생되는 은밀한 폭소의 코드들이 깔려있다.
그러나 [플란다스의 개]는 기존의 코미디 장르와 많은 점에서 다르고 관습을 답습하지않고 있다. 그 점이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다. 기존의 코미디는 웃음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간다. 조작된 상황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고 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초점을 모은다. 그러나 [플란다스의 개]는 영화를 보다가 이게 진짜가 아닐까 착각할만큼 일상에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 보고, 너무도 일상적인 사건을 만들어낸다.
그 사건은 논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건보다는 그 사건에 엮여드는 사람들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그안에서 속도감이 생기고 웃음이 발생한다. 따라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플란다스의 개]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윤주와 현남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인물들까지 모든 인물이 마치 손에 잡힐 듯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순간 그들의 행동은 과장되어 있고 상상에서나 가능한 짓을 한다. 우리와 동일해 보이는 그들의 그러한 행동은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주고 있고 이 영화의 캐릭터는 이 영화가 새로운 영화언어를 탄생시키는 지점이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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