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1994, Ashes of Time / 東邪西毒)
[아비정전]의 흥행 실패 이후, 1년간 완전히 침묵한 왕가위는 중국 내륙의 사막에서 세번째 영화 [동사서독]을 찍었다. 김용의 베스트셀러 소설인 [사조영웅문]을 토대로 한 이 작품에서 왕가위는 주인공들의 나이를 60대로 설정하고 그들의 옛 기억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 왕가위의 표현에 의하면 '어쩔 수 없는 숙명'에 관한 영화이기도 한 [동사서독]은 무술장면으로 각 인물의 정서를 드러내기 위해 한명 한명마다 상이한 방식의 액션 연출을 시도했다.
이 영화는 [아비정전]이 공개된지 3년 후에 완성되었다. 늘어나는 제작비와 일정 때문에 배우들의 스케줄이 뒤엉켜버려서 배역 중의 일부가 교체되는 바람에 영화의 상당 부분을 재촬영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완사녀 역을 맡은 양채니는 왕조현이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대타로 뽑힌 케이스. 홍금보가 무술 감독을 맡았으며 1995년 홍콩 금상장 영화제 미술상, 의상상, 촬영상, 1995년 홍콩 비평가협회 최우수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1994년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촬영상, 예술공헌상 등 수상.
몽고에서 자란 곽정과 황약사의 딸 황용을 주인공으로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구지신개 홍칠공, 중신통 왕중양과 남제 단지홍 등 다섯 명의 절세 고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김용의 [사조영웅전]은 세월과 인생의 무상함 등 도교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나라에 대한 충성과 서로간의 의리 등 유교적 가치 또한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원작을 왕가위는 견디기 힘든 슬픔과 상실감을 담은 뛰어난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역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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