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감독은 1955년 <주검의 상자>로 영화감독 데뷔를 한 이래 총 32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하며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하녀>를 비롯, 이후 그가 내놓은 <화녀>, <화녀82>는 일명 ‘하녀 3부작’으로 불리며 영화 팬들 사이에 주목을 받았고, <충녀>, <육체의 약속>, <육식동물> 등 그가 내놓은 대부분의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과감한 시도와 독창적인 실험정신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뛰어난 영화작가로서도 그러하지만 김기영 감독은 <화녀>(234,110명), <충녀>(155,352명) 등이 연이어 한 해 최다 관객을 동원, 흥행감독으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1980년대 이후로 하강세에 접어든 그의 커리어는 90년대에 접어들며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1997년부터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고,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회고전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전무에 가까웠던 그에 대한 세계영화계의 평가는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빠르게 번져나가 ‘김기영의 재발견’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고, 1998년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인 2월 6일, 불의의 사고로 부인과 함께 사망하면서 유작이 될 수 있었던 <악녀>의 제작은 물거품이 됐고, 그의 불운한 죽음과 작품세계는 시간이 갈수록 신화가 되어가고 있다.
필모그래피 주검의 상자, 양산도(1955) / 봉선화(1956) / 여성전선, 황혼열차(1957) / 초설(1958) / 10대의 반항(1959) / 슬픈목가, 하녀(1960) / 현해탄은 알고 있다(1961) / 고려장(1963) / 아스팔트(1964) / 병사는 죽어서 말한다(1966) / 여(1968) / 미녀 홍낭자, 렌의 애가(1969) / 화녀(1971) / 충녀(1972) / 파계(1974) / 육체의 약속(1975) / 혈육애(1976) / 이어도(1977) / 흙,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1978) / 수녀, 느미(1979) / 반금련(1981) / 화녀’82, 자유처녀(1982) / 바보사냥(1984) / 육식동물(1984) / 죽어도 좋은 경험(199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