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8월 25일 시카고 출생. 십대 시절부터 방송사에서 일하며 불과 17세의 나이에 생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할 만큼 발군의 영상 감각을 보여준다. 20세에 방송사를 대표하는 연출자의 한 사람으로 꼽힌 그는 2천 편 이상의 TV 프로그램을 연출한 후 영화계로 전향. 1967년 데뷔작 [Good Times]를 발표한다. 그저 재기발랄한 방송국 출신 감독 지망새응로 그를 평가하던 미 영화계는 [Good Times]을 보고 감탄하게 된다. 그의 영화는 관객의 감정을 거대한 진폭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참신한 화면,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관객을 빨아들이는 듯한 카메라 워킹... 영화계는 그를 새로운 시각으로 주목했다.
[프렌치 커넥션]을 발표하며 헐리우드를 KO시킨다. 마약 밀매집단의 보스를 추적하는 두 형사의 집념을 다룬 이 영화는 마치 관객 스스로가 그 추적의 한 가운데에 놓인 듯 생생하게 포착해낸 뉴욕의 거리, 한싣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대결을 보여줘 미국 영화사를 대표할 만한 걸작 중 하나로 당당하게 꼽혔다. 스펙터클한 자동차 추격에서 인물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까지 [프렌치 커넥션]은 흠잡을 데 없는 작품성과 재미로 평단고 객석을 석권하며 그 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주연상, 편집상을 수상하고 촬영상, 음향상, 남우 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올린다.
사회 비판의식과 테크닉 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일급 감독이 된 프레드킨은 이어서 호러 영화의 전설적인 이름 [엑소시스트]로 [프렌치 커넥션] 이상의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60년대 자유주의가 팽배한 미국 사회의 혼란을 겨냥한 악마주의 영화의 범람 속에서 [엑소시스트]는 단연 빼어난 작품이었다. 소녀의 방과 성당 등 제한된 공간과 신부, 소녀의 가족 등 소수의 배우들을 가지고서도 프레드킨은 어떤 공상과학 영화보다도 아찔한 재미를 선사한다. 소녀의 머리가 360도 회전하는 장면을 비롯 그가 이 영화에서 이뤄낸 성과는 이후 수없이 되짚어질 만큼 남다른 것이었다. [엑소시스트] 역시 최우수 감독상과 작품상을 비롯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다.
이후 [알 파치노의 광란자] [늑대의 거리] 등 박진감 넘치는 수작들을 발표하며 초기의 센세이셔널한 충격들을 무르익어가는 시선으로 대체시켜온 프레드킨. 그가 2000년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를 발표했을 때 영화계는 경악했다. 미국 정부와 세계 외교계를 발칵 뒤집을 금단의 소재가 영화화된다는 것만으로도 놀랄 일이었지만 그 감독이 윌리엄 프레드킨이었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