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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홍보 알바생들의 실체 판타스틱 소녀백서
yuvunam 2003-07-22 오후 8:01:07 1985   [7]
필름2.0에서 퍼왔습니다.


영화 홍보 알바생의 육성 증언, 안티 마케팅 천태만상
 
2003.03.25 / 윤혜정 기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지금 충무로는 이 괴상망측한 논리에 빠져 있다. ‘남의 영화 뭉개고 내 영화 띄우는’, 이른바 '안티 마케팅'이 알게 모르게 판치고 있는 것이다. 안티 마케팅이란 고의로 상대 영화를 비방하고 자기 영화를 자화자찬하며 그것을 관객 동원으로 이어가는 반칙 플레이로,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을 고용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법. 모 영화사 대표가 라이벌 영화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니네 자꾸 알바 풀면 나도 가만 안 있는다!”고 호통쳤다는 비화도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며, 낯뜨거운 비방 글과 닭살 호평이 끈질기게 영화 홈페이지 게시판을 유람하는 걸 보면 이 공공연한 비밀이 사실 무근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심증은 있으되 물증은 없어 다만 한국 영화계의 추락한 상 도덕을 개탄만 하고 있던 차, 아주 어려운 경로를 통해 안티 마케팅의 산증인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제작사와 홍보사를 거치며 아르바이트를 해온 20대 중반의 대학생 이홍보(가명)씨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안티 마케팅의 실체를 고백했다. 열심히 영화를 만들고 홍보하는 공신들을 뭉뚱그려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관례로 자리잡은 일부의 안티 마케팅을 공론화할 필요성이 절실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이씨가 증언한 이 실태는 몇 년간 성장 곡선을 그리며 발전해온 한국 영화계의 어두운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미리 밝혀두건대, 이 사건들은 실화다.

나도 몰랐다, 너무 놀랐다

1998년의 어느 날, A 홍보사에 홍보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첫 출근한 이씨는 말 못할 고민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홍보사로부터 무척 당황스러운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에 잔뼈가 굵은 그는 홍보 전단지 돌리고 포스터 붙이고 번화가에서 예비 관객들을 쫓아다니며 재미있는 영화 보러 오세요, 하는 정도겠거니 하며 걱정도 안 했었다. 그러나 리얼 미션은 홈페이지 게시판의 질문에 답 글 올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홍보사 직원은 이씨를 비롯한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조용히 곁방으로 부르더니 놀라운 얘기를 꺼냈다. 안티 마케팅이 뭔지도 몰랐다는 이씨는 당시의 황당함을 이렇게 회고한다.

“한국 초유의 블록버스터 의 홍보 아르바이트로 이 세계에 입문했죠. 시나리오 쓰는 걸 좋아하고 영화 기획일 하는 것이 꿈인지라 친구 소개로 하게 됐어요. 그런데 직접 가보니 익히 알고 있던 홍보말고 요구하는 게 하나 더 있더라고요. 영화 정보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우리 영화는 확실히 띄우고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상대 영화는 확실히 밟아달라고 하더군요. 학교나 동아리 친구들에게 우리 영화는 끝내주고 남의 영화는 형편없다고 입소문을 내달라고도 했어요. 해서 안 될 말 없으니까 무조건 헐뜯어라, 입소문 전쟁인 거죠.”

알바생들은 뜨악했다. 이런 짓을 왜 하나, 들키는 거 아닌가, 하며 '딴지'도 걸어봤다. 어떤 영화든 공들여 만들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대책 없이 비방해도 되나 싶었다. 그러나 홍보사 직원은 “이런 마케팅을 해달라는 제작사의 언질이 있었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라고만 했다. 소심한 한 친구는 양심에 찔린다며 도중에 일을 포기하더니 잠적해 버렸다. 그렇지만 당시 아르바이트비는 한 달에 40만 원. 학생이 일주일에 두세 번 출근하고 이만한 급여를 받는 아르바이트는 흔치 않기에 이 일은 매우 유혹적이었다. “호평하는 건 그렇다 치고 헤어스타일이 그게 뭐냐, 그게 연기냐 등등 배우들 인신 공격이 가장 보편적이에요. 어떤 경우엔 감독의 전작이나 데뷔 전 연출한 단편영화까지 들먹이며 비방하기도 하죠.”하지만 가끔은 헐뜯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상대 영화가 딱 본인의 취향일 경우, 이씨는 은근슬쩍 혹평 비슷한 호평을 써서 올리다 홍보사 직원에게 경고를 받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짜 아이디과 조작된 입 소문

백번 접고 들어가, 이 정도면 영화사나 홍보사에서 대놓고 인정하는 ‘구전 마케팅'이라 봐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요즘엔 영화 정보 사이트는 물론이고 남의 영화 홈페이지, 커뮤니티, 상대 배우들의 팬 사이트까지 침투해 폐허로 만든다. 고수들이 많아지다 보니 방법도 첨단화될 수밖에. 무뎌지는 상도덕에 걸맞는 과감하고 치밀한 방법이 난무하는 것이다. 한 영화당 홍보 알바생은 대략 10~15명 내외. 이들은 서울 시내 지도를 펴놓고 포스터 붙이는 등의 홍보 구역을 정하고 작전을 명령받는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받는 것은 수십 개의 가짜 이메일 계정, 가짜 이름, 가짜 아이디, 그리고 영화 정보 사이트의 주소다. 이 소스를 이용해 한꺼번에 가짜로 올린 티가 나지 않게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대 별로 교묘히 글을 올린다. 보통의 경우 개봉 4주 전부터 홍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처음엔 단순한 글 쓰기부터 시작해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공식적인 홍보 활동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글은 꾸준히,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써야 한다.

“글 쓰는 건 기본 아이템이고, 영화가 개봉하면 본격적인 입 소문 전략으로 나가죠. 한 극장에서 조조부터 마지막 상영까지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영화를 모두 봐요. 그리곤 관객 무리에 섞여 관객인 양 저(상대) 영화는 참 재미없는데 이(우리) 영화는 무지 재미있다는 둥 그냥 떠벌리는 거죠. 아침부터 밤까지 같은 영화만 보고 같은 말만 하다 들어가요. 극장은 관객들의 선택이 그 즉시 구매력으로 연결되는 곳이라 중요하거든요.”

글 올리는 스타일도 가지가지다. 다양한 시각에서 노골적인 육두문자나 잡담만으로도 게시판을 몇 페이지씩 완벽하게 도배하는 사람과 드라마, 구도, 배우의 연기 등을 조목조목 고차원적으로 잘 쓰는 사람이 따로 있으며, 할 일도 다르다.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남자 배우가 주연인 경우, 마치 여성 관객이 쓴 듯한 문체로 글 올리는 것도 알바생들이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이런 것은 영화를 미리 봐야 가능한 일인데, 설사 상대 영화가 외화인 경우라 해도 걱정할 건 없다. 시사회 전부터 이런 암약은 충분히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떠도는 상대 영화를 영화사가 CD로 직접 구워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홈페이지에 실린 글 중 실제 네티즌들의 귀중한 의견은 도대체 얼마나 된단 말인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가끔은 영화사 직원이 게시판을 체크해서 자기 영화에 비우호적인 의견은 그냥 삭제하기도 해요.” 맙소사.

필요하다면 성인 광고에 해킹까지

이씨는 어느 날 한 뭉치의 자료를 영화사 직원으로부터 건네받았다. 바로 성인 광고 자료였다. 상대 영화 홈페이지를 어디서 구왔는지 그곳에 음란 성인 광고를 도배하라는 것이다. 잡담이나 비방 글로도 잘 먹히지 않을 경우 성인 광고는 특효약이 될 수 있다. 아무리 호감 가는 영화라도 홈페이지에 떡 하니 성인 광고가 올라 있으면 그 영화가 온전히 보일 리 없다. 포스터 부착 자리 다툼도 치열하다. 상대 영화 포스터를 다 떼어버리고 자신이 홍보하는 영화를 그 자리에 붙여주는 것이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흥행이 예상되거나 영화제 등에서 주목 받은 영화일수록 테러당할 위험은 더 높아진다. 작금의 안티 마케팅은 자신의 것 외에는 그 어떤 영화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하고 냉정하며 무차별적인 싸움박질이다.

“이러다 가끔 알바생끼리 영역 싸움이나 육박전이 벌어지기도 해요. 상대 영화사가 아이디 주소를 추적해 직접 범인을 색출하러 나서기도 하고요. 운이 나쁘면 얻어맞는 일도 생겨요. 그런 일은 보통 내부에서도 쉬쉬 하는 편이에요. 소문 나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특히 감독들은 이런 식의 마케팅을 혐오하기 때문에 절대 비밀이에요. 안티 마케팅을 추진하다가 감독이 알게 돼 도중에 전략을 바꾼 적도 비일비재해요. 하긴, 이 정도면 양호한 거죠. 상대 영화사 홈페이지를 해킹하라고 시킬 때도 있으니까.”

미성숙한 인터넷 게시판 문화와 남의 영화를 비방함으로써 내 영화를 띄우겠다는 아마추어적 발상이 빚어낸 이 위험한 촌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다 같은 한국영화인데 같이 잘살아야 되지 않겠냐”는 발상은 이미 조선 시대 얘기다. 그러나 이런 무뎃포식 안티 마케팅의 효과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인터뷰 말미, 자신의 암약 덕에 영화가 흥행했다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이씨는, 어느 영화사 계약 홍보직에 지원했다 화려한 알바 경력이 들통나 결국 낙방했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씨는 조만간 두 편의 영화 홍보 아르바이트에 더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말해보라, 감히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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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소녀백서(2001, Ghost World)
제작사 : Granada Film Productions, Advanced Medien, Capitol Films, Jersey Shore, Mr. Mudd, United Artists / 배급사 : 스폰지
수입사 : 스폰지 / 공식홈페이지 : http://fantasticgirl.cineti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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