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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의 허점조차 가려버리는 미친 속도감 더 테러 라이브
fkdk0809 2013-08-05 오전 12:55:05 6178   [2]


*스포일러 있습니다!


 CJ vs 롯데, 송강호 vs 하정우, 400억 vs 60억, 국내 최고 감독 vs 신예 감독... 그야말로 대격돌입니다. 사실 <더 테러 라이브>가 <설국열차>와 같은 날에 개봉한다고 했을 때, 저를 포함한 수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했는데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감히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영화가 정말 잘 빠졌나보다'하는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죠. 그리고 시사회 평들이 '의외의 발견'이라는 쪽으로 모아지면서, 점점 이번 여름 다크호스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도 문제의 다크호스를 직접 확인했는데요. 이 영화, 단순히 다크호스로 취급하기에는 생각보다 강력하군요.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앵커 '윤영화'와 문제의 테러리스트 '박노규'를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영화가 끝날때까지 맹렬하게 내달리기만 하는데요. 이 속도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한국영화 중 이정도로 미친 속도감을 가진 영화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빠른 편집, 심장을 쪼는 음악, 연이어 터지는 사건, 시간 제한 등 속도감을 낼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고, 불필요한 장면들과 유머들은 최대한 잘라내어서 관객을 끝없이 몰아부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들인 덕분에, 영화의 거의 97%가 라디오부스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라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런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었죠. 그 정도로 이 영화의 속도감은 '미쳤다'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릴 정도로 가히 대단하며, 그에 따라오는 몰입도와 긴장감도 역시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하정우의 공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말을 하든, 하지 않든, 어쨌든 영화의 거의 대부분 장면에서 등장해야하는 상황에서,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연기 내공을 마구 내뿜으면서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디테일한 표정연기와 행동연기(그리고 물먹는 연기...)는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만들더군요. 사실 잘못하다간 비슷한 연기만 계속 반복해서 나올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네요. 또한 간간히 등장한 조연들의 연기도 역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이경영씨는 정말 자주 뵙는 것 같는데, 영화마다 다른 임팩트를 남기신다는게 참...)  예고편을 보면서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었던 '박노규'의 목소리도 의외로 영화와 잘 어울리고 있었고요.


 의외로 이 영화는 사회비판적인 면모도 강하게 보여줍니다. 대놓고 설정부터 그러한 조짐이 있는 <설국열차>와는 달리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화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곤 쉽게 생각하기 힘든데요. 오히려 <설국열차>보다도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었습니다. 무능력한 정부, 판에 박힌 인터뷰를 하는 정부관계자, 자기 사리사욕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 등 이 영화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요소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라 통쾌하기도 하면서 씁쓸한 뒷맛까지 남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남는 것은 씁쓸한 뒷맛뿐이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점점 생겼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의 속도감에 가려져있던 시나리오의 허점들이 점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영화의 후반부는 (과장을 보태서)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데요. 몇가지만 예를 들어보자면 먼저 사건 자체가 범인이 사과받기 위해서 혼자 벌인 일치고는 스케일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큽니다. 마포대교 폭파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후반부에 나오는 건설중인 건물-방송국-국회까지 이어지는 건물 연쇄붕괴까지 계획하고 일일히 폭탄을 설치했다는 것은 심한 과장이 아닌가 싶네요. 또 하나 심하게 걸리는 것이 영화의 반전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는 예상치못한 반전이 숨겨져 있는데요. 예상하지 못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한것이, 복선자체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영화 중간에 경찰청장이 '박노규'에 관한 인적사항들을 철저히 조사해서 방송에서 다 밝히는 내용이 있기까지 한데요. 아무리 무능한 경찰이라지만, 그렇게 철저히 조사했는데 당사자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황당한 설정이 아닌가 싶네요.



 이 영화는 태생부터 <폰 부스>와 비교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두 영화 모두 정말 재밌는 영화였지만, <폰 부스>는 끝까지 영화의 크기에 맞게 사건을 이끌어 나갔다면, 이 <더 테러 라이브>는 후반부에서 사건이 영화의 크기보다 더 커지는 바람에 여러 문제가 생겨버렸다는 점이 두 영화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단점조차 미친 속도감으로 극복해냈다는 점이 한편으론 이 영화가 대단한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죠. 최근 <감시자들>도 그렇고 점점 한국 스릴러 영화가 다양해지는 것 같아서 무지 행복한데요. 과연 오는 8월 15일 개봉하는 <숨바꼭질>은 또 어떤 매력을 가진 스릴러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군요.


+ 사진은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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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2013, The Terror, LIVE)
제작사 : (주)씨네2000 /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terrorli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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