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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 빼고 모든 것이 당당한 청춘 청춘만화
jimmani 2006-03-15 오전 1:35:13 787   [2]

돌이라도 씹어 먹는다는 청춘의 시절에도 여전히 껄적지근한 느낌이 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성과의 친분에 대한 문제이다. 그것도 대학교에 들어온다면 더더욱.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상당수가 남녀가 분리된 학교에서 다녔겠지만, 대학교에 올라오면서 남녀 학생들이 서로 섞여서 어울리게 되고, 이 속에서 때때로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 있어서 묘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얘랑 나랑은 그냥 친구 사이인 걸까, 아니면 뭔가 이성적인 감정이 있는 사이인 걸까 하면서 말이다.

특히나 초등학교 때부터 거의 동거동락해온 죽마고우 사이의 이성친구라면 오죽하겠는가. 알 거 다 알고 모를 것도 다 아는 사이인데 뭔가 이성적인 느낌이 든다고 하기에는 또 뭐하고, 당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관계가 바로 이성간의 관계이다. 이 영화 <청춘만화>는 이렇게 모든 게 거침없는 청춘의 시기에도 여전히 우물쭈물하고 살짝 서툴기도 한 남녀 친구의 우정 혹은 사랑에 관해 제목처럼 발랄하게 논하고 있는 영화다. 대체 남녀 관계에 있어서 친구와 연인을 가로지르는 경계는 무엇일까 하면서.

우리의 주인공들, 제2의 성룡이 꿈인 지환(권상우)과 연기를 천직으로 삼고 싶으나 무대에만 서면 심장이 말을 안듣는 달래(김하늘)는 남녀 관계에서 보기 흔하다고는 볼 수 없는 속칭 "파이어볼 프렌드" 지간이다. 9살 때 처음 만나 우정을 쌓은 데다 집도 서로 근처에 살고 있어 대학생이 될 때까지도 안 보는 날이 없었던 친구 사이이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정식으로 서로 사귀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달래는 현재 지환과 같은 태권도학과 학생인 영훈(이상우)을 남자친구로 두고 있기까지 하니, 지환과 달래는 어디까지나 허물없는 친구 사이. 그런데 이들은 그저 친구라고 나눠놓기에는 또 꽤 가까운 사이이다. 달래와 영훈의 데이트 자리에서도 지환은 항상 끼어들어 함께 즐기고, 달래는 오히려 지환이 안보이면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다. 지환은 영훈의 친구이기도 한 여학생 지민(장미인애)을 소개받는데, 이렇게 지환과 달래 각각 이성친구가 생기면서 뭔가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저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사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무언가. 서로가 괜히 보고 싶고 걱정되는 꽤 진지한 마음이 서로 간에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친구들은 정말 친구 사이일까 아니면 애인 사이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처음에 포스터나 예고편, 캐스팅을 보고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대략 비슷한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지만, 한마디로 말해 그렇지는 않다. 만화적이면서도 웃음은 요절복통까지는 아니고, 진지한 분위기도 꽤 있다. 그러니까 "로맨틱 코미디"라기보다는 "코믹 멜로"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이리하여 주인공들의 연기도 약간의 변신을 보여주었다.

일단 단연 눈에 띄는 배우가 바로 권상우다. 바로 전작인 <야수>에서는 제목 그대로 짐승같은 본성을 지닌 터프가이 형사로 분해 인정사정없이 치고 박고 부수고 욕하는, 카리스마가 하늘을 찌르는 캐릭터를 연기한 데 반해 이 영화에서는 한층 더 발랄해졌다. 권상우가 코미디 영화들에도 꽤 출연했지만 그 출연작들 중에서 이렇게까지 망가진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촌티가 천지를 뒤덮는 헤어스타일에서 시작해 능글맞은 표정연기, 과감한 오버액션 등이 어우러지며 꽃미남 배우인 그를 코믹배우의 반열에도 충분히 올릴 만한 연기를 보여주었다.(특히나 노래방에서 김하늘과 앙상블로 펼치는 "일과 이분의 일" 장면은 촐싹모드의 절정이라 하겠다) 그러나 비단 이런 발랄한 연기 뿐 아니라 내용상 후반부에 가서는 진지한 감정이 상당히 실린 무거운 연기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으로서의 단편적인 이미지에만 기대지 않고 입체적인 연기를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김하늘의 연기 역시 만족스럽다. 권상우와의 호흡도 이번이 두번째라 그런지 정말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주었고. 한마디로 이보다 더 죽이 잘 맞을 순 없었다. 다만 감정의 변화의 폭이 상당히 넓은 권상우의 연기에 비해서 이전의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기타 멜로 영화에서 보여준 발랄, 청순한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그다지 많이 벗어나지는 않은 것같아 아쉬웠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를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2탄 쯤으로 생각하신다면 꽤 오산이다. 물론 영화는 절반은 예상했듯 경쾌발랄하게 이어진다. 제목 그대로 만화같이 때론 매우 오버하는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상상씬, 가끔씩 펼쳐지는 지환의 액션씬들(영화 속에서 스턴트 일을 하는 터라 이에 관련된 장면들이 꽤 나온다)이 청춘에 걸맞는 경쾌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 정말 아무 꺼릴 것 없는 친구 사이라 말싸움도 한번 했다 하면 대판 격하게 하는 지환과 달래의 다툼도 재미있고, 달래의 지환 알몸 목격 사건, 지환과 달래의 노래방 앙상블 등 박장대소할 수 있는 부분도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렇게 그저 젊은이들의 티격태격 애정다툼만 그리지는 않는다. 지환과 달래가 13년지기 친구 사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의 감정의 얽힘은 좀 더 복잡미묘하다. 하도 오랫동안 할말 안할말 다 하면서 사귀어 와서 감각이 무뎌진 건지는 몰라도, 친구인지 연인인지 감을 잡기가 힘든 이들의 관계는 둘이 각각의 이성을 사귀게 되면서 더 혼란스러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조심스럽게 전해지는 지환과 달래의 어설픈 사랑 혹은 우정의 감정은 어딘가 설익은 것 같은, 그래서 풋풋한 매력을 안겨준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방황은 영화 중후반부에 가서 분명한 시련이 닥쳐오면서 그 방향을 분명히 하게 된다.(스포일러가 될 우려가 있어 어떤 시련이 오는지 직접적으로 언급하긴 힘드나, 개인적으로는 이 시련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좀 작위적이고 당황스럽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다행히 정말 "혹시나..."하면서 우려했던 죽음과 같은 극단적인 설정은 없어 다행이었다)이 시련의 과정에서 주인공들은 적잖이 절망한다. 자기들의 꿈을 안고 끝까지 되는대로 돌진해나가던 중에 맞닥뜨리는 이런 시련들은 인생이라는 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고, 젊음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는 것을 꽤 아프게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까지 가게 되고. 그러나 그래도 청춘이라는 마법을 지닌 이들은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준비를 한다. 결함이 있는 서로에게 번갈아 용기를 북돋아주며, "시련은 젊음을 더욱 싱싱하게 만들 뿐이지 젊음을 굴복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면서 둘의 감정도 우정에서 조금씩, 조심스럽지만 한 걸음 씩 나아가게 되고.

이렇게 영화는, 단순히 두 사람의 감정의 주고받음에만 집중하지 않고, 이들의 좌절과 재기, 희망과 그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둘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흐뭇한 청춘의 시기를 예찬한다.(물론 후반부에 가서 지환의 "커플예찬론"이 나오긴 했는데 여기서는 "아니, 이 영화는 솔로는 뭐 보지 말라는 거얏??"하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좌절 속에서 좀 더 의연하고 당당하게 일어설 줄 아는 법을 배우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도 보다 어른스럽게 드러낼 줄 아는 젊은이들이 되어 가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그 서툰 감정의 표현에 익숙치 못해 장난스런 제스처를 약간씩 곁들이겠지만.

영화 <청춘만화>는 말그대로 "청춘"의 발랄함과 낙천적인 성격을 닮은 영화다. 때론 현실이 희망의 싹을 싹둑 잘라버려도, 천리길도 한 걸음에 갈 것만 같은 마음과는 달리 몸이 안 따라줘도, 뭐든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청춘의 당당함이 있어서 가능성은 여전히 충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사랑에 있어서는 아직 장난스럽고 어설픈 면이 많겠지만. 쉴새 없는 웃음이라든가 펑펑 울리는 최루성 짙은 면도 없이 생각보다 무난한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이렇게 발랄하고 유쾌한 청춘의 정신을 이어가는 영화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참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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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만화(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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