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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굳은 편견에 구원을. 방문자
kharismania 2006-11-15 오전 12:28:38 4946   [13]
살다보면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수많은 만남중에서 각별한 인연으로 귀결되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영화속의 두 남자는 그 희박한 인연의 확률을 뛰어넘은 것만 같다. 퉁명스러운 첫 대면의 찰나가 두번째 기연으로 맺어질 때 희극적인 각별함이 모색된다. 그리고 심적인 밀폐성이 균열을 일으키며 영화의 이야기는 뻗어나갈 구실점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계약직 대학 시간강사인 호준(김재록 역)은 방학때마다 백수가 되어야 하는 처지다. 더군다나 아내에게 이혼당해 집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원룸에 쳐박혀지내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항상 잘 열리지 않아서 불만이던 화장실 문고리가 제대로 고장나 샤워후 벗은 몸으로 화장실에 갇히게 되고 생사의 고비를 넘기다가 가까스로 구조된다. 그리고 그 웃을 수 없는 생사의 순간에 구원을 가져다 준 것은 이사오던 날 자신에게 박대를 받은 전도청년 계상(강지환 역)이었다.

 

 영화는 두 명의 인물을 별다른 설명없이 묘사한다. 호준은 자신의 말대로 가르치는 사람, 즉 지식인층에 속해있다고 믿는자이다. 하지만 그는 어딘가 문제가 있어보인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억눌려있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종종 엇나간 구석으로 폭발시킨다. 극장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택시안에서 만난 다른 승객과 의견충돌로 실랑이를 벌여 주먹다짐까지 오간다. 포르노를 보며 자위를 한다거나 출장 마사지사를 불러 정욕을 채우며 자신의 결핍에 대한 충만을 꾀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내면적 불만을 충만시키지 못하는 허위적 행위에 불과하다. 그는 결국 공터를 산책하다가 내달려 쓰려진 채 고성방가를 지르며 허공에 발길질하듯 화풀이를 한다. 자신의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사회적 부조리에 결부시키며 행동과는 무관한 신념안에 사로잡히고 자신이 행하는 파렴치한 행위는 합리화시키곤 한다. 마치 속빈 강정처럼 겉도는 지식인의 소산이다.

 

 계상은 독실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타인에게 이단이라고 불릴지라도 그에게 있어 그 믿음은 절실하다. 그는 바르고 곧은 마음으로 자신의 믿음이 그은 금욕의 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여호와의 증인으로써 크리스챤이지만 비(非)기독인이라는 분명한 선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십자가같은 고난이다. 그는 자신의 종교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외마저도 끊긴다. 그의 말대로 숨긴 것이 아닌 밝히지 않았을 뿐임에도 그는 거짓말을 한 것처럼 와전되어버리는 상태에 놓인다.

 

 두 인물은 상반되는 성향에 비해 비슷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평범한 듯 하지만 어딘가 린치에 몰려있는 듯한 호준과 평범하지 않은 신앙-종교 그 자체의 본질적 신앙에 대한 어필이 아닌 사회적 풍토에 대한 시선에 의거한 발언임.-을 지녔지만 자신의 삶을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계상의 모습에서 변두리에 놓여진 인간의 군상을 발견한다. 두 인물의 공통점은 결핍성에서 기인한다. 아마 극 중 두인물의 공감이 모색되는 지점도 그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혼당한 채 직장마저도 안정되지 못한 호준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처지가 마땅치 않다고 여기며 그로 인한 위계적 욕구의 불만을 폭발시키곤 한다. 물론 그 기폭제는 미합중국의 수장 부시대통령이 되곤 하지만-영화를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음.- 결국 그 근원적 원인은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내적 불만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계상은 애초에 결핍된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월남전에 참전한 아버지의 비극담은 아마도 그의 인생전반에 걸친 페이소스로 작용했을 것이고 그가 여호와의 증인이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물론 극중에서 이를 직접 드러내진 않지만 계상의 최후 진술에서 드러나는 연관성을 무시하긴 힘들다.- '칼로써 흥한자 칼로써 망한다'는 성경구절에 의거해서 집총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신도로써의 강직한 신념은-적어도 현실의 신념적 논란여부를 떠나 영화에서의 인물적 태도만으로 설명하자면-아마도 전쟁과 폭력에 대한 강한 거부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아버지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상처로 이미 아픔의 유년시절을 보낸 계상은 현실에서도 자신의 종교로 인해 차별의 결핍을 견뎌야 한다. 물론 깊은 신앙은 그런 결핍을 견뎌내게 만드는 원천이지만 그로 인해 고통을 겪어야 하는 예정은 골고타 언덕만큼이나 험난하다.

 

 마치 극의 지점에 서있는 듯한 두사람이지만 그만큼 둘은 그 위치의 동질감 덕분에 서로를 끈끈하게 엮는다. 성향의 차이는 처지로 인해 극복된다. 물론 그 전에 호준의 웃지 못할 참담한 상황을 계상이 구했다는 에피소드적인 친화감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그 에피소드는 이영화가 구축해야 할 인연에 대한 의무적인 방점일수도 있다.

 

 문제는 과연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의도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두 인물을 하나의 씬에 담아낸 의도에 대한 물음이 제기된다. 물론 이는 굳히 영화를 파헤치지 않아도 단락마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이긴 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최근 독립영화들의 클리셰를 한 우물에 담아낸 것만 같기도 하다. 부시로 상징되는 미국의 폭력적 합리주의로 대변되곤 하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질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떠오른채 지속되어가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아우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를 잡는 것은 여호와의 증인으로써 집총거부라는 명목하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밝히는 계상의 모습이다.

 

 최근 유엔 인권위원회가 대한민국에 권고한 8가지 인권 개선 사항중 하나에 포함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민사처벌에 대한 개선은 이문제와 맞닿는다. -물론 이는 3차 개선권고이다.- 병역의무는 이 땅의 남자라면 누구나 행해야할 천명과도 같은 의무다. 그것은 하나의 의무임과 동시에 폭력적 가학성과도 맞닿는다. 물론 만약 그것이 강제적인 권한을 지니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그 의무를 이행하려하겠냐는 반박앞에서 필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에 대항한 개인적 신념의 반박앞에서 이 의무조항은 과연 떳떳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우리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타인이 행하기 때문에 모두가 해야한다는 식의 근거는 곤란하다. 마치 자신의 피해의식을 타인역시 계승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1000여명의 젊은이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형을 살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당연히 옳은 일인가에 대한 물음에 우리는 당연하다고 고개를 세울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군대에 가지 않고도 병역 의무를 마치는 대체 복무자들의 현실이 이 들에게 대입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그것조차도 군대에 가는 타인들의 현실은 그렇다면 억울해지지 않는가라는 근거일 것이고 밀폐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만들어내는 권력적 억압의 탓일테다. 하지만 이는 분명 양심적 병역거부를 실행하는 이들의 신앙적 믿음에 대해서도 낯을 붉힐만한 일이지 않은가.-종교적인 판단을 떠나서 그 신앙적인 순도에 주목했을때-

 

 호준은 계상의 실천하는 신념에 감흥을 얻는다. 그의 삶에 결핍된 무언가에 대한 해답을 계상으로부터 발견한다. 계상은 자신의 신앙에 대한 동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행위적 목적과 신념을 무시하지 않는 호준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마치 평범한 삶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아웃사이더와 같은 주변인이 서로에게 힘을 부여하는 시너지는 이영화가 피력하고자 하는 희망적 소산물이다.

 

 호준은 계상에게 말한다. '네가 나를 꺼내주었으니까 이젠 내가 널 꺼내줄께.' 물론 처음의 꺼내줌은 자신을 구출해준 계상의 행위자체를 의미하지만 이는 자신과 계상의 인연이 맺어지게 된 그 순간이상의 인연적 계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호준가 계상을 꺼내줌은-물론 감옥에서 탈출시켜 주겠다고 이해하면 곤란하다.-외면받고 차별받는 그의 삶에 이해적인 손길을 밀어주겠다는 지식인의 다짐과 맞닿는다. 사회에 대한 불만만을 쌓아두고 푸념만을 일삼는 지식인이 아닌 진정한 행동강령으로 승화시키는 지식인으로써의 힘을 회복하겠다는 다짐과 같다. 이는 그가 나간 동창모임에서 들려지는 친구들의 대화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운동권에 머물며 목소리를 높였다던 호준의 친구들은 이제 돈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도 그들의 관심사는 밥벌이 뿐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빈자리는 젊은 세대들이 메워줄것이라는 변명을 세운다. 부조리앞에 혈기왕성한 목소리를 높인채 항의하던 곧은 영혼들은 세월을 건너 과거의 추억담으로 내몰리고 현실의 밥벌이앞에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그리고 호준은 그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한다. 지식인으로써 사회의 부조리앞에 당당히 항거하는 힘을 얻지도, 그에 대한 핑계를 삼을 만큼의 물질적 기반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물론 그의 자질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영화에 대한 강의를 하는 그가 언뜻 지나가며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영화를 통해서가 그의 방식적 소통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찾겠다며 계상에게 약속한다. 그에게 이해의 손길을 내밈과 동시에 이를 사회에 목소리 높여 꼭 알리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특히나 결말부는 인상적인데 호준이 꺾어 땅속에 묻는 것은 간첩의 기물이 발견되었다는 장소의 구덩이 주변 팻말이다. 그는 이 팻말을 그 구덩이에 꺾어 던져넣고 그 구덩이마저 메워버린다. 이는 사회와 국가가 만든 이미지에 대한 항의에 가깝다. 반공이라는 시대 허물적인 이념에 여전히 발목잡으려 하는 시대상에 대한 항의다. -물론 북한이라는 하나의 이미지에 대한 간과가 아닌 과거와는 달라진 시대적 개념안에서- 그리고 그 시대가 강요하는 하나의 억압에 대한 행동이다. 간첩이라는 구시대유물같은 존재적 용어가 여전히 버젓이 드러나는 것은 이 시대가 강요하는 과거적 억압의 유지의 의도라고 읽혀진다. 그리고 그 의도에 항의하는 것이 그의 태도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의 신발마저 묻어버리는 것은 격식을 벗어던진 채 자신의 실제로써 세상에 나서겠다는 진실성과의 대면이 아닐까. 지식인으로써의 허물의 헛기침을 내뱉는것이 아닌 진정한 목소리를 내는.

 

얼마나 먼 길을 걸어가 소년들은 어른 되나
얼마나 먼 바다 건너야 갈매기는 쉴 수 있나
얼마나 긴 세월 흘러야 사람들은 자유 얻나
오 내 친구야 묻지를 마라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 Bob Dylan, 'Blowing In the Wind'의 가사 中 번역 

 

 극중 호상이 부르는 이 노래는 이영화가 지나는 이미지를 단적으로 나열한다. 우리는 아이를 거쳐 어른이 되고 자신의 추상적인 시대를 지나 구체적인 삶을 모색한다. 그 과정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잊고 현실안에 많은 핑계를 담아 중요했다고 믿었던 것들을 간과하곤 한다. 호준은 계상의 전도에 감화되진 못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 삶의 진정성. 그것이 호준에게 삶의 의지를 불러다 준 계상이 짊어진 십자가의 의미가 아닐까. 감옥에 갇혔지만 그의 믿음에서 우러나온 행위적 삶은 하나의 영혼을 감복시키고 그에게 구원을 가져다준다. 호준에게 다가온 방문자는 실로 그에게는 위대한 구원자였던 것이다. 먼 이국땅을 순례하고 돌아온 이 영화가 보여주는 메세지의 근원도 그 방문이 만드는 변화의 힘안에 담겨있는 것만 같다. 비록 그것이 도식적일지라도 이야기가 담고 있는 성질의 뜨거움은 한번쯤 이 사회가 데여줘야 할만한 것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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