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은 빵의 이름이라고 한다.. 마들렌을 먹으면서 소설처럼 옛기억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참 이쁘게 표현되었다. 그 이쁨이 너무 지나친 거여서 문제였지만. 기자 시사회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마들렌은 차가운 겨울햇빛속의 투명함으로 시작된다..신민아, 조인성, 김수로 등이 참석해서 자리를 더 빛내 주었지만 나 뿐만 아니라 참석했던 기자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했다. 마들렌의 빵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해서 그럴까? 그렇게 영화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화면과 대사 그리고 과장된 이쁨으로 치장되어 우리에게 선물로 배달되었다.
마들렌은 그렇게 사회적 이슈화가 될만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겨울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듯한 영화이다.. 내용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엽기적인 그녀 + 4월이야기= 마들렌 이라는 공식이 성립이 될 정도로 영화속의 신민아의 행동, 화면처리는 정말 너무 비슷해서 이쁜 화면인데도 불구하고 신선한 맛은 없었다. 영화 후반의 내용은 색즉시공과 똑같아서 그나마 흥미마저 떨어뜨렸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요즘 우리 영화계의 화두로 떠올른 성 (sex)에 대한 얘기를 하고싶다.. 넘쳐나는 성에 대한 과잉 반응 속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성생활(?)를 즐기는 세대에 속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성에 대해서 너무나 억압된 부모세대에서 갑자기 우리 세대로 넘어오면서 댐이 무너지듯 성의식도 급격한 변화와 성적인 표현의 범란을 넘어 선지 이미 오래다.. 성이라는 것은 성경책에도 나와 있고 인간이라는 종족이 만들어 질때부터 우리 일생활에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일생활의 한 부분이었던 성이 포화상태를 넘어서 화산이 폭발하듯, 성(sex) 그 자체가 독립되어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퇴폐적이든 순결하든 우리는 성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는 종족임에는 확실하다..하지만 그 성이 남성 우위로 점유되면서 모든 사회적 성에 대한 표현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이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짐으로써 변화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건지, 아니면 유년시절의 기억을 찾아가는 로맨틱 영화인지 구분이 안가지만 분명한 것은 여주인공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언제나 성에 수동적이었던 기존의 영화들과는 달리 성에 대해서 자유롭게 즐기는 자신감 있는 여자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좋은데 꼭 임신이라는 문제를 통해서 결국에는 남자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걸로 결론지어진다는 것이다. 막말로 아이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니 남자에게 의지해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런 얄팍한 남성우월주의식 영화는 라면 먹듯 질리게 보았다. (색즉시공도 이 점이 아쉬웠는데) 결국 이 영화 마들렌에서는 여성의 성과 임신을 남녀주인공의 사랑의 완성이라는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어설프게 유산까지 시키면서까지.. 물론, 여자의 치부(?)를 감싸 안아주는 진정한 남자의 사랑을 보여준 것 까지는 좋았지만 이런 영화가 계속 나온다면 지금의 신세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영화 마들렌은 유년의 기억과 현재 사랑의 고민들로 채워져 나갔지만 완전 한편의 영화속에 2개의 영화가 따로따로 놀고 있는 듯한 요인이 여기에 있는거 같다.. 원치않는 임신과 낙태는 분명 죄악이다.. 사랑이 소중한 만큼 그 작은 생명도 소중한 것이다. 사랑의 완성을 위한 도구로 임신과 낙태라는 것을 양념으로 쓴다면 보기에는 이쁜 영화일지 몰라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기주의적 성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남자가 용서하고 이해하면 임신과 낙태는 아무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그런 스토리는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신민아의 연기력 부족이 무척 아쉬운 영화이다..아직 나이가 어린 배우신민아의 미래는 밝지만, 육체적으로는 성숙하고 감성,이성적으로는 아직 소녀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던 극 중 희진역을 다소 오바하듯 연기하는것 같았다..영화에서 임신과 유산를 서브코드로 이용하면서 그녀의 심리적 변화의 타당성을 제대로 처리못한 결과라고 볼수 있다..
성과 여성 그리고 진정한 남자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임신과 낙태를 선택해야 한다면 좀 더 성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거울로 비쳐보고 만들었다면 퇴마록의 감독 박광춘이 이런 어설픈 사랑얘기는 안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의 순수함은 그렇게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아도 겨울 햇빛을 물리치고 봄햇빛이 찾아오듯 관객이 알아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