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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커피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신의한수 : 잔인하고, 흥미로운 괜찮은 영화
(“45cm 사활을 건 신들의 싸움판” 이라는 문구가 마음에드는 포스터)
이 영화를 보기 전에 평들은 잔인하다, 스토리가 괜찮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짝패나 타짜 같은 도박영화에 스케일 큰 폭력이 가미된 영화를 기대했습니다. 오랜만에 웹툰이 원작도 아니고 영화 작가가 직접 만든 스토리 역시도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더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영화 포스터에 나온 문구인 “45cm 사활을 건 신들의 싸움판”은 바둑과 도박이라는 포맷을 가장 잘 함축하는 문구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의한수 제작보고회 중 조범구감독)
영화의 감독은 조범구입니다. 독립영화 장마를 첫 작품으로 시작하여 이 영화로 서울 독립영화제 장려상을 바로 수상했습니다. 상업영화 입문 후에는 뚝방전설, 퀵을 만들었으며, 개인적으로 뚝방전설은 재미있게 본 영화로 코미디와 조폭영화가 가미된 스토리였습니다. 퀵 역시도 흥미로운 스피딩 소재와 코미디 요소가 잘 섞인 오락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악역인 살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인 태석의 드림팀)
이 영화의 장점을 살펴보자면 우선 스토리가 우수합니다. 바둑, 도박, 싸움의 큰 소재는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바둑이 화투처럼 도박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화투랑 비슷한 내기라는 면모를 걱정했는데 이는 영화 속에서 ‘화투는 운이고 바둑은 머리로 하는 싸움이다’ 라는 대사와 정말 치밀한 계산 그리고 화투와는 다른 속임수 방법을 보여주어서 차별화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기와 싸움의 요소는 남자들이 즐겨볼 만합니다. 이유 없이 잔혹한 절대 악과 복수를 위해 싸움과 내기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주인공 그리고 많은 액션장면과 사기행각 장면, 남자들 간의 신경전을 매우 잘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가 빛났던 이유는 주연들이 모두 연기내공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정우성과 이범수 그리고 김인권, 안성기의 콤비는 정말 영화를 빛낼 정도로 훌륭했고 특히 김인권의 개그 감각은 영화 도중 부담스럽기 만한 내용을 순화시켜주는 역할까지 해주었습니다.
(맹인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여주는 '주님'역할의 안성기)
다음으로는 이 영화는 바둑과 연계가 잘 되었습니다. 패착, 착수, 곤마, 계가 등 영화의 내용과 순서에 맡게 바둑용어로 파트를 나누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바둑 용어는 회도리 치기입니다. 주인공 태석이 악인인 살수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의 부하들인 선수와 아라리, 왕사범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제거해나가는 모습을 적의 바둑알을 연단 수로 제거한다는 의미의 회도리치기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인생과 내기를 바둑에 비교한다는 점이 영화의 큰 소재인 바둑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다음 장점은 이 영화는 주인공 한명이 책임지는 영화가 아닙니다. 모든 배역이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를 연계 합니다. 한 팀이 되어서 복수를 한다는 큰 틀의 내용은 개개인의 작은 스토리들이 배경이 되어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결말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까지 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이 영화는 중간 중간 감독의 특성답게 웃기는 요소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꼼수의 개그코드와 영화 속의 등이 굽은 껌팔이가 꼽추가 아니라는 사실, 장님에게 언어유희를 하는 모습은 뚝방전설 때부터 감독이 추구하는 개그적 코드가 내제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점은 영화의 그림체선택이 훌륭합니다. 영화가 특별한 그림체나, CG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장면에서의 시점과 다양한 공간들은 매우 잘 선택되었고, 바둑에 어울리는 서예나, 바둑판같은 것들은 소재를 더 잘 드러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악역인 살수와 내기바둑판을 점거하고있는 살수의 '꾼'들)
이런 영화에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우선 타짜라는 화투영화와 너무 비슷합니다. 물론 내기와 도박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투용어, 바둑용어 복수에 대한 스토리 등은 타짜와 신의 한수가 계속해서 비슷하다고 생각되게 만듭니다. 그리고 타짜에는 매혹적인 여자 주인공인 김혜수가 있지만 이 영화 속에서 이시영은 김혜수가 내뿜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러브스토리가 너무 적습니다. 이시영의 역할은 태식과 살수의 경쟁을 극대화 시키는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분량이 적고, 적은 와중에도 설득력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이마저도 미비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잔인성이 너무 컸습니다. 성인영화이므로 잔인한 것은 상관없지만 너무 영화 속에서 잔인한 장면의 수위가 높고 매우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바둑알을 억지로 먹게 하는 장면, 눈을 멀게 하는 장면 같은 것들은 한두 번의 등장으로 임팩트를 주어야지 계속 등장하게 하여 영화 전체를 잔인한 영화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주연이 아쉽습니다. 장점에서 말한 등장인물 모두의 스토리로 이끄는 영화이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태식입니다. 하지만 태식과 악인 살수는 아저씨의 원빈 같은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졌지만 주연중심보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고 소재위주의 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이런 아쉬운 점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부 주인공의 등장이유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아이의 바둑은 유연하여 부러지지 않는다. 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아역인 안서현을 출현시켰다면 이 모습은 굳이 다른 배우를 쓰지 않고도 주인공이 넘어야할 더 큰 고비를 만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악역 중에서도 비중이 크게 없는 배우들은 왜 나왔나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들었습니다.
(태석과 선수의 냉동실 바둑내기장면)
결론적으로 괜찮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누명-감옥-훈련-복수의 틀은 기본기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것이었고,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큰 틀을 노출 시키려는 스토리 때문에 묻히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래도 연기력은 빛났습니다. 잔인함과 볼거리는 많았으며 바둑이라는 소재와 도박의 연계는 참신했습니다. 영화 말미에 다음 화를 기대하게 하는 대사도 나왔으니 필자는 다음화가 나온다면 영화관에 가서 볼 용의가 있는 기대치를 만드는데도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필자의 평점은 7.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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