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영화로 각색한 <미스터 고>가 개봉했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연이어 흥행시킨 김용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미스터 고>는 25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와 국산 기술로 만들어낸 최고의 VFX 효과를 내세우며 일찌감치 여름 블록버스터로 주목을 받았다. 과연 120억 원이 투입되었다는 CG 캐릭터는 영화에 잘 녹아들었을지 궁금했다.
결론부터말하자면 매우 성공적이다. 야구하는 고릴라는 위화감 없이 야구장이라는 현실 세계에 안착했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유인원을 구현한 기술을 한국영화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쾌감이 느껴지는 완성도다. 다만 미국의 <킹콩>이나 한국의 <괴물>과 같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하나의 캐릭터로 기능적으로 사용된 부분은 한국영화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고릴라 링링과 함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국배우 서교의 연기는 좋다. 다소 어색하지만 한국말도 곧잘 구사하는 편이다. 이를 보완해주는 김용화 감독의 페르소나 성동일은 원톱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압도적인 대사와 드라마를 견인한다. 어찌 보면 채찍질로 지시하는 서교보다 술 마시고 뒹구는 성동일과 링링의 교감과 리액션이 더욱 와 닿았...다.
개인적으로 또 하나 칭찬해줄 만한 부분은 <미스터 고>가 외국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1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들은 철저히 내수용이었다. 손익분기점 맞추는 걸로만 최소 500만 관객 이상을 요구하는 형태에서 탈피해 중국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다. 한국과 같은 주에 스크린 5천 개를 확보하고 개봉한 중국에서 첫 주말에 100억 원을 벌었다고 하니 앞으로 더 흥행했으면 좋겠다.
사족) 후반부 성동일, 김강우, 김응수가 대립하며 욕하는 부분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욕만 없었어도 ‘12세 관람가’가 아니라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