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침대> <초록 물고기> <넘버3>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베를린> 등
그야말로 한국 영화의 흥행사를 함께해 온 배우 한석규. 지난 해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까
지 독보적 존재감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을 일궈온 국민 배우 한석규가 특유의 냉철한 카리
스마를 벗고 허점투성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까칠한 선생 ‘상진’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건축
학개론>으로 첫사랑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20대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제훈이
극중 한석규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거칠지만 순수한 성악 천재 건달 ‘장호’가 되어 다시는 볼
수 없을 명품 앙상블을 선보인다는 영화 <파파로티> 곁으로 다가가 본다.
성악천재 건달, 큰 형님보다 무서운 적수를 만나다
한 때 잘 나가던 성악가였지만 지금은 촌구석 예고의 음악 선생인 상진(한석규). 싸늘한 교육열,
까칠함만 충만한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미션이 떨어진다.
천부적 노래 실력을 지녔으나, 일찍이 주먹세계에 입문한 건달 장호(이제훈)를 가르쳐 콩쿨에서
입상 하라는 것.
전학 첫날 검은 승용차에 어깨들까지 대동하고 나타난 것도 모자라, 수업 중에도 ‘큰 형님’의 전
화는 챙겨 받는 무늬만 학생인 장호가 못마땅한 상진.
장호의 노래를 들어볼 필요도 없이 결론을 내린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아냐?!”
주먹과 노래 두 가지 재능을 타고났으나 막막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주먹 세계에 뛰어든 장호.
비록 현실은 ‘파바로티’의 이름 하나 제대로 모르는 건달이지만 성악가가 되고픈 꿈만은 잊은 적
없다.
이런 자신을 가르쳐 주긴커녕 툭하면 개나 소나 취미로 하는 게 클래식이냐며 사사건건 무시하
는 쌤 상진의 태도에 발끈하는 장호.
그래도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장호는 험난하고 까칠한 상진과의 관계를 이어가는데... “쌤요. 내
똥 아입니더!”
영화의 소재중엔 어울리고 단어 자체만으로도 조합이 가능한 것이 있는 반면에 전혀 안어울리고
상상으로라도 조합이 힘든 소재가 있다. 후자의 소재를 택한 영화를 감상할때마다 드는 생각은
다소 억지스럽다고 해야되나 아니면 끼어맞추었다고 해야되나? 아무튼 탄탄한 스토리로 중무장
한 탁월한 연출이나 명연기가 아니면 영화 제작의 본 목적인 흥행이나 2차 목적인 관객에게 줄거
움을 선사하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거니와 영화로서의 자리매김하기도 힘들다. 그럼 후자의 소
재를 택한 영화 <파파로티>는 본인에겐 어떻게 다가왔을까? 대답은 약한 '예'요, 약한 '아니오'
이다. 영화 <파파로티>는 앞서 언급한대로 다소 억지스러운 스토리 구성과 전개로 이끌어 나간
다. 이러한 전개로 뻔히 이끌어 나가는 영화인줄 뇌리속에서 강하게 인지하면서도 뇌리 한편에
선 입가에 웃음을 피우라는 명령어가 5분이면 멀다하게 마음을 통한 입가에 전달된다. 이런 상황
을 맞이한 본인으로서는 참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시공간에서 말이다. 이처럼 영화는 어찌보면 끼어맞춘듯한 스토리 전개를 갖고 있지만 그 스토
리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요인이 영화속에 존재한다. 그 요인은 바로 이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석규', '오달수'의 연기는 압권을 이루고도 남는다. 이 영
화에서 웃음말고도 남는 게 있다면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이전부터 좋아하던 노래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로 들으니 감개가 무량할 정도로 노랫말 한구절 한
구절이 가슴 깊이 와닿게 하는 영화 <파파로티>이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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