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소재로 한 감동 영화'라고 하면 다들 어떤 식으로 영화가 나올지 감이 잡힐 정도로 흔한 소재인데요. 그럼에도 매년마다 꾸준히 나오는 것은 이 영화가 부담없이 보기에, 또 가족끼리 보기에 좋은 스타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색다른 스토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기피영화 1순위로 지목될 수도 있는 스타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저도 그런 관객들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사실 패스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운이 좋게 예매권이 생겼고, '그래도 뭔가 새롭겠지'하는 기대로 이 영화를 관람했는데요. 역시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초반부는 꽤 괜찮습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나쁘지 않고, 수정양의 깜찍한 연기와 김상호씨를 중심으로 하는 조연진의 호연이 더해지는 유머도 수준급이죠.(차태현씨는 두 말 할 필요없고요.) 감동을 위한 여러 요소들도 잘 정비되어 있었는데요. 하지만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이 요소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영화는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이 요소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건을 더욱 극적으로 전개시키는 행동까지 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이 부분에서 현실감이 상당히 떨어져서 영화에 대한 몰입도도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점은 따로 있었는데요.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일반 영화와는 달리 두 주인공 사이에 말이 통하지 않아 마음이 통하기 힘들고, 또 관객에게도 그들의 관계를 표현해주기 힘들기에 무엇보다 '두 캐릭터가 서로를 알아가고 진심을 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자잘한 요소에만 집중하다가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라는 요소를 짧게 표현하면서 놓쳐버리고 있었죠. 때문에 '우박이'와 '이승호'와의 진정한 진심이 통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고 '영화니까 저렇게 설정되어 있구나'하고 느껴지면서 덩달아 감동이 조금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자잘한 요소들을 줄이고 이 요소를 더욱더 부가시켰으면 그 자잘한 요소들 몇 배의 효과를 얻었지 않았을까 싶었네요.
이러한 자잘한 감동 요소들은 뒷부분에선 '감동 강요'로 진화(?)해서 관객들을 다시 찾아옵니다. 사건은 더욱더 극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변하면서 관객들을 코너에 몰아놓고 감동받길 요구하고 있으며, 이게 잘 먹혀들지 않으니까 아예 이젠 대놓고 배우들이 계속 눈물만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정심에 호소까지도 해보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감동 강요'는 오히려 관객에게 그들의 눈물과 그에 따른 감동이 익숙해지는 역효과를 내면서 '우박이'와 '이승호'의 마지막 레이스에서 나오는 감동까지도 깎아먹습니다. 오히려 더 담백하고 깔끔하게 갔더라면 클라이막스에서 지금까지 응축되어있던 감동이 한꺼번에 터져서 관객들이 더 울컥했지 않았을까 싶네요. '절제의 미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보여줬던 후반부였습니다.
이 영화의 소재는 너무 좋습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루나의 은퇴 경기'에서 절로 눈물이 나고 '우박이'와 '승호'의 마지막 레이스에서 울컥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데요. 이 좋은 소재를 '관객들에게 감동을 줘서 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그 짧은 '루나의 은퇴 경기'의 감동에 반밖에 잡지 못한 것에 대해선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가장 아쉬웠던 점은 '경마는 추입이다'라는 것은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잘 보여주면서도 '인생은 추입이다'라는 명제는 설득시키지 못하고 강조, 반복시켜서 관객에게 각인만 시켰다는 것인데요. 영화의 가장 명대사가 가장 공감이 안 되는 대사가 되어버린 아이러니, 때문에 영화를 보고나서 이 대사가 인상깊어 계속 떠올려보지만 그 대사 이상의 기억이 남지 않는다는게 개인적으로 너무 슬픕니다.
+ 그래도 개인적으론 <하모니>보단 말이 되고, 감동도 더 좋았습니다. 기본적 재미도 해줬기에 평점 7점!
++ 배우들도 좋군요 역시!
+++ <푸른소금>은 너무 좋았지만 추천드리기 힘들었는데, 이 영화는 그저 그랬지만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후회는 안 하실듯!
++++ 근데 리뷰는 악평 투성이야...?!
+++++ 사진은 언제나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