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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남자 태어나다] 섬마을 청년들의 꿈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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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태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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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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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0 오전 9:3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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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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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중 개봉된 영화 중 <챔피언> 이라는 영화와 <해적, 디스코 왕 되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 작품이 실화를 토대로 권투선수 김득구의 삶, 사랑 그리고 권투에 대한 집념을 그린 작품이었다면 다른 작품은 디스코가 근간이 되었던 시대적 상황을 통해 80년대 전, 후반을 추억하게 하고 친구들간의 소박한 우정을 보여주었던 영화였다. 난 영화 <남자 태어나다>를 보면서 이 두 영화가 떠올랐었다. 마이도라는 섬 청년들의 목표인 대학진학을 권투를 통해 이루려는 모습이나 문명에서 동떨어진 시골이라고 생각하기엔 좀 시대에 뒤떨어 진듯한 옷차림이나 외모, 빵집 등의 거리의 풍경, 결정적으로 국기 하강식을 통한 70, 80년대 시대적 분위기를 느끼며 난 앞서 이야기 한 두 편의 영화를 떠올렸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두 영화가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로 여러 명의 스타급 연기자와 자본이 많이 투자되어 복고적이지만 세련되고 화려한 영상을 보여줬었던 것에 비해 영화 <남자 태어나다>는 상대적으로 연기에 대해선 인정을 받기는 하지만 그다지 지명도가 없는 정준, 홍경인, 여현수가 주연으로 등장, 지도에 조차 나와있지 않다는 조그만 섬 마이도, 후미진 곳에서 전적도 초라한 왕코치를 스승으로 권투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영화는 자신의 입신과 출세를 위해 권투를 시작하여 세계 챔피언이 되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르는 모습을 비장하게 보여주고 또 어떤 영화는 화려한 조명아래 멋진 모습으로 디스코를 추며 화려한 모습과 소품으로 본격적인 80년대 복고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비해 <남자 태어나다>는 단지 대학에 특채 입학하기 위한 세 주인공의 좌충우돌 해프닝성 이야기로 가볍게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 <남자 태어나다>는 소박하다. 너무 초라하다.
그들이 사는 곳은 지도에서 자취조차 없는 후미진 작은 섬 마이도. 아무도 그 섬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도 호기심도 없다. 마치 세상과는 동떨어진 곳인 양 그곳의 사람들도 외지의 소식이 궁금하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그곳은 아직까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경로 우대사상이라던가 어버이를 공경해야 한다는 전통 유교사상이 고수되고 있는 곳이다. 그곳의 최고령 어르신의 소원(섬에서 대학가는 청년을 배출하는 것)이 그 섬 전체의 이슈가 되고 이벤트가 되는 것을 보면 이 섬 사람들은 참 착하고, 욕심 없고, 협동을 잘하는 쿨한 사람들 인 것 같다. 결국 몇 남지 않은 청년 3명은 어르신의 소원에 따라 부모님의 명(?)에 따라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고 그리고 권투에 그들의 인생을 걸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통해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중요한 것들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영화의 배경이 구석진 촌 마을이기에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권투가 입신의 도구가 되고, 대학이 모든 청소년의 인생목표가 되었던 시대는 아무래도 80년 전, 후반이 아니었나 싶다. 따라서 이 영화는 은근하고 어렴풋이 때로는 직접적으로 80년대를 이야기한다. 만구의 장발 나팔바지, 촌스러운 머리의 해삼의 모습이 그러하고 만구가 자신의 꿈인 가수가 되기위해 들고 다니는 통기타나 ‘고추잠자리’를 즐겨 부르는 것을 보면 역시 80년대 감성이 묻어난다. 그리고 세 주인공들이 자주 들르는 빵집과 거리의 풍경은 그 시대를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올해 밀물처럼 흘러나왔던 80년대 복고분위기로 중무장한 다른 영화들, 챔피언, 묻지마 패밀리, 해적, 디스코왕 되다, 과 비교를 하면 상대적으로 굉장히 초라하고 민망하기까지 한 복고감성인 듯 보이지만 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복고적 이미지가 이전 다른 영화의 이미지 보다 더 아름답게 보였다. 보석처럼 빛나 보였다. 영화 속 삼총사는 다른 어떤 영화 속의 인물들보다 그 시대의 정서에 가까워 있었다. 너무도 평범했고 너무도 순수했고 너무도 열성적이었다. 대학이라는 보잘것없지만 큰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신성해 보였고 진지해 보였고 그건 그들을 한마음으로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마을 사람들의 단합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겨웠다. 그래서일까 ? 영화 속이지만 그들의 자그마한 꿈이 마을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 지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다.
영화 <남자 태어나다>는 장르상 코미디는 아니다. 요즘 많은 영화들이 나름의 장르를 들고나와 영화를 홍보하고 주목을 이끌어내는 것과는 달리 이 영화는 장르를 어느 특별한 장르로 고정하여 극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단지 시골에 사는 소박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평범한 모습이, 그들의 소박한 꿈이, 그들이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우리에게 훈훈한 웃음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들의 평범한 모습이, 소박한 모습들이 우리에게 미소를 지울 수 있게 하는 건 어쩌면 소박하고 촌스럽기까지 한 그들의 모습의 현재 우리에게 익숙해 있는 딱딱 도시생활 속의 답답하고 이기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투박하고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올 상반기 영화 <집으로>가 할머니라는 아련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것처럼 <남자 태어나다>에서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웃음은 우리에게 훈훈함을 넘어 감동으로 전해진다.
영화 <남자 태어나다>가 소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만은 않다. 영화는 80년대의 시대상을 이야기 하지만 그때의 감성으로 2000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꾸짖는다. 자그마한 섬마을에 사는 섬 사람들 하지만 그곳에는 청년들이 거의 없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그들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출세를 하기 위해 공부를 하기 위해 도시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들이 태어난 섬 ‘마이도’ 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보였나 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개척은 이곳에선 있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나 보다. 섬마을 최고령 할아버지가 섬에서 대학을 갈 사람을 맹글었으면 좋겠다고 소원하신 것은 아마도 이젠 섬마을 사람들도 공부를 해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현재는 외져서 문명과도 멀어져 있고 소외 되어진 그들이지만 젊은 인재들을 통해 뭔가 변화의 토대를 만들어야만 한다 라는 그들만의 각성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 아닐까 싶다. 또한 아직까지 어른을 공경하는 섬마을 사람들이 어르신의 소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 희미해져가는 우리 내 전통의 유교사상을 살짝 건드리며 어른 공경에 대한 메시지도 살짝 전달하고 있다. 권투를 시작한 대성(정준), 만구(홍경인), 해삼(여현수)은 각각 나름의 꿈이 있다. 대경은 여대생 사랑과의 거듭되는 인연을 통해 사랑 느낌을 받지만 그녀의 부모들은 대경의 됨됨이는 염두에 두지도 않은 채 그가 섬 출신의 촌사람이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성을 무시하고 사랑과의 만남도 차단 하려 한다. 이 상황은 학력 지상주의가 지나치게 팽배해 있던 지난 80년대의 상황이라고 생각이 될 수도 있겠지만 2000년대를 사는 지금에도 이런 학력 지상주의는 그다지 많이 수그러들지는 않은 듯싶다. 우리가 아직까지 대학을 인생의 목표인 것으로 생각하고 대학을 진학해야만 사회적으로, 인생적으로 출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꼬고 있다. 감독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승패보다는 최선을 강조한다. 여기서의 대학은 목표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일 뿐 그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기 보단 자신의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 듯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영웅적이다.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변의 기대와 자신의 목표에 충분히 부응한 영웅.
대성은 권투를 통해 사랑과의 사랑을 완성했고 만구는 권투를 통해 자신의 목표인 가수에 대한 꿈을 완성하는 데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고 해삼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섬을 떠나고 싶다는 절망적인 기분에서 아버지와의 서먹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권투대회에 나간 그들의 행보는 일사천리 인 것 같지만 이조차도 여의치가 않다. 특히 왕코치의 선수시절의 모습을 희화한 듯한 해삼의 경기는 마지막 부분 심판들의 비리에 의해 좌절된다. 신성해야 할 스포츠 경기에서 조차 비리와 뒷거래가 존재하는 현 사회를 은근히 비꼬며 그들의 경기가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빛이 있는 값진 것인지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대성과 대성의 라이벌과의 권투경기는 흡사 영화 <반칙왕>과 <록키>의 마지막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자신을 무시하던 라이벌을 이기고 싶은, 자신의 사랑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대성의 작은 희망이 감동적으로 전해진다. 대성이 경기에서 이겼든 졌든 간에 그는 인생에서 승리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는 이 승리를 바탕으로 사랑을 쟁취하고 인생을 개척하면서 꿋꿋이 살아갈 것임을 확신하게 한다.
영화 <남자 태어나다>는 소박하다 못해 투박하고 복고적이다기 보단 시골적이다. 소리 높여 영웅을 이야기 한다거나 복고적 느낌으로 시선을 집중한다거나 멋진 배우들이 폼(?)을 잡고 나오는 호들갑스런 영화가 아니라 보잘것없는(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묵묵히 자신의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소박하게 그린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이전에 나왔던 그 어떤 복고풍 영화보다 아름답고 따뜻하고 훈훈했다. 권투선수 홍수환이 영화 <챔피언>의 권투 자문을 거절하고 왜 이 영화의 자문에 선뜻 응했는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짐작이 갈 수도 있을 듯싶다. 그만큼 이 영화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발걸음을 가볍고 희망적이게 만드는 마술 같은 영화다. 올 가을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훈훈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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